불교사회연구소, <다문화 사회와 한국불교의 역할 보고서> 발간

불교계 이주민시설 수, 가톨릭 1/5, 개신교 1/20 수준에 불과

국내 거주 외국인이 150만명에 육박하고 있지만 불교계는 이웃종교에 비해 이주민지원시설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종단차원의 이주민 활동을 위한 기본가치도 정립돼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주민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아시아의 불교권 국가 출신들은 불교계로부터 체계적인 지원을 받지 못해 개종하는 사례도 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외국인이 국내 총인구의 3%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빠르게 다문화 사회로 진입하고 있지만 불교계는 이런 시대 흐름에 뒤처지고 있는 상황이다.

조계종 불교사회연구소(소장 법안스님)는 14일 <다문화 사회와 한국불교의 역할>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번 보고서는 우리사회 다문화 현상과 이웃종교의 이주민 지원활동을 살펴보고 불교계의 이주민사업 활성화를 위해 추진해야 할 과제를 중심으로 다뤘다. 우리 사회 다문화 현상을 짚어보고 이를 바탕으로 한 불교의 역할을 모색한 종단 차원의 첫 종합 보고서다.

보고서에 따르면 개신교는 국내 이주민 문제에 대해 가장 발빠르게 움직였다. 이미 1990년 초반부터 외국인 이주현상을 국내산업구조의 재편과 인구구조의 변화로 인한 불가피한 현상으로 판단, 국내 이주민정책의 변화 등을 이끌어 내는데 큰 기여를 하고 있다. 이주민을 지원하는 단체 숫자가 170곳에 이르는 등 가장 많은 시설과 활동가를 보유하고 있다. 이주민선교단체 등을 합치면 600곳 이상일 수 있다고 추산했다.

가톨릭은 1992년 서울대교구 외국인노동자상담소를 개소하면서 본격적으로 이주민지원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현재 이주민 관련 시설은 총 146곳으로 집계되고 있으며 여성자립관, 여성자활센터, 어린이집, 의료, 미션센터 등 체계적으로 분화되어 있다.

문제는 불교다. 불교는 이웃종교와 비슷한 시기인 1990년대 초반 이주민지원활동을 시작했지만 지금은 국내 3대 종교 가운데 가장 미약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현재 불교계에서 운영하는 시설은 총 29곳에 불과하다. 몇몇 스님이나 불자들의 원력에 의해 이주민 지원 사업이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불교는 종교 활동에 대한 이주민들의 요구사항을 충족시켜주는데 있어서도 가장 미진했다. 이는 실제로 결혼이주여성의 결혼 전 종교와 결혼 후의 종교변화를 조사한 자료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결혼이주여성의 경우 결혼 후 종교의 비율 가운데 불교의 하락세(24.4%→14%)가 가장 컸다. 이에 반해 개신교는 가장 큰 상승세(5.8→15.1%)를 보였다. 가톨릭의 경우도 일정한 증가세(19.8%→23.3%)를 보이고 있었다.

이주노동자에 대한 사회적 거리감 조사.
다문화 사회에 대한 스님과 불자들의 인식수준도 매우 낮았다. 2011년 불교사회연구소의 대국민여론조사에서 불교신자들의 이주민에 대한 편견이 이웃종교 신자들에 비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선택 항목 가운데 ‘가까이 하고 싶지 않다’는 비율이 불교신자가 5.5%로 가톨릭 1.2%, 개신교 3.6% 보다 가장 높게 조사됐다.

결혼이민자에 대한 사회적 거리감 조사.
결혼이민자에 대한 사회적 거리감 역시 불교신자가 가장 큰 것으로 집계됐다. ‘가까이 하고 싶지 않다’는 응답은 불교신자의 경우 4.2%로 천주교 0.6%, 개신교 2.2%에 비해 확연히 높은 수준을 보였다.

불교사회연구소는 불교계 이주민지원활동을 강화하기 위해 이주민지원시설의 확대, 이주민의 특성에 기인한 지원시설 마련, 교구별 이주민의 현황에 특화된 지원시설건립, 이주민 신행활동지원, 스님과 ? 신도 교육과정에 다문화사회에 대한 내용 반영, 이주민에 대한 종단차원의 명문화된 선언, 종단 다문화정책의 마스터플랜 구성 등 총 10가지를 주요과제로 제시했다.

특히 교구별로 이주민 현황을 분석한 자료를 바탕으로 한 특화된 지원시설 건립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연구소는 이에 대한 구체적인 근거로 각 교구단위로 구분된 이주민 통계자료를 제시했다. 그동안 각 교구별 또는 지역별로 구분된 이주민 통계가 부재한 상태였지만, 종단 및 교구본사 차원의 이주민 대책을 수립하기 위해 숫자 현황을 처음으로 산출작업을 6개월에 걸쳐 실시했다.

조사 결과 제2교구본사 관할 지역에 가장 많은 이주노동자가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약 17만9000명이 거주하고 있다. 결혼이민자 또한 한국국적 취득자와 미취득자를 합해 약 5000만여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었다. 따라서 제2교구본사의 경우 이주노동자 지원시설은 물론 결혼이민자 지원시설과 자녀에 대한 시설건립과 사업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직할교구와 25교구본사 등 수도권에 이주민이 가장 많이 거주하고 있어 이주민 지원활동이 가장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가톨릭의 경우 수도권 지역의 이주민 지원시설이 총60곳인 반면, 조계종의 경우 10곳에 불과했다.

다문화 가정 자녀의 비중이 20%를 넘는 곳은 제3교구본사 신흥사, 제4교구본사 월정사, 제8교구본사 직지사, 제16교구본사 고운사, 제17교구본사 금산사, 제18교구본사 백양사, 제19교구본사 화엄사, 제21교구본사 송광사, 제22교구본사 대흥사, 제24교구본사 선운사 등 총 10곳이었다. 보고서는 “이들 교구는 우리사회 점차 증가하는 다문화 가정 자녀들을 위한 교육 보육 상담 시설을 우선적으로 설치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소장 법안스님은 “각 사찰과 교구, 종단이 참고할 수 있는 객관적 자료를 제시하는데 집중했다”며 “불교계가 이주민지원사업 활성화를 위해 추진해야 할 과제를 비교적 구체적으로 담고 있다는데 그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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