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가 대학에서 계를 받고 ‘향광심(香光心)’이라는 법명을 얻었다. 향광심이라는 법명을 얻었다는 것은 부처님의 제자로 새로이 태어났다는 것을 의미하며, 부처님을 의지하며 부처님의 법대로 살아가게 되었다는 뜻인 반면에 부처님으로부터 받은 화두이기도 한 것이다. 어쨌든 딸아이에게 있어서 내가 지어준 예쁜 이름은 이제 육신의 이름일 뿐이다. 처녀 적부터 ‘원각(圓覺)’이라는 법명으로 불리고 있는 나로서는 매우 기쁜 일이다. 광명경에 계(戒)를 지키는 공덕을 수행(修行)해 성취하면 계를 지키는 공덕 덕분으로 성불(成佛)하게 된다고 했고, <범망경> 보살계서에서는 계를 지니면 어두운 곳에서 불빛을 만난 듯하고, 가난한 이가 보배를 얻은 듯하고, 병난 이가 쾌차함과 같고, 갇혔던 죄수가 풀려남과 같고, 멀리 집 떠난 이가 돌아온 듯하리라 하였다.

딸아이가 계를 받은 것은 불, 법, 승, 삼보에 귀의하여 오계를 지킬 것을 맹세함으로써 이제껏 살아온 삶을 정화하는 의식을 치렀다는 것이다. 모든 계의 근본이 되는 오계는 그 첫 번째가 불살생(不殺生), 두 번째가 불투도(不套盜), 세 번째가 불사음(不邪淫), 네 번째가 불망어(不妄語), 다섯 번째 불음주(不飮酒)이다. 이 오계는 행복하고 가치 있는 삶을 살기 위한 인간의 기본이다.

하지만 계를 받기만 하고 지키지 못한다면 삶은 결코 나아지지 않을 것이다. 올바른 윤리관과 가치관이 확고한 딸아이의 의지로 보아 충분히 지키고도 남으리라 믿지만 사회생활에 묶여 있는 딸아이로서는 다섯 번째 것은 지키기가 매우 힘든 계인 모양이다. 현 시대를 살아가는 생활에 맞게 딸아이와 함께 오계를 나름 재해석해 실천하기로 했다.

불살생은 ‘생명을 가진 세상의 모든 것들을 존중하고 따뜻한 관심과 자비심으로 보살피겠습니다’로, 불투도는 ‘아무리 탐이 나는 물건이라 해도 남이 주기 전엔 달라고 하지 않을 것이며 오히려 가진 것을 남에게 보시하겠습니다’로, 불사음은 ‘부정한 생각일랑 아예 하지 않고 청정한 마음으로 순결을 지키겠습니다’로, 불망어는 ‘진실한 말과 모범이 되는 행동으로 남에게 믿음을 주겠습니다’로, 불음주는 ‘과음이나 과식을 하지 않고 늘 깨어있는 정신으로 지혜롭게 살겠습니다’로.

〈보살영락본업경〉 대중수학품에 계는 일체행의 공덕장의 근본이며 불과의 길을 행하는 일체행의 근본이니라 했다. 딸아이는 향광심을 화두로, 나는 원각을 화두로 삼아 부처님의 가르침대로 수행하고 깨달아가며 살다보면 남에게 이로운 삶이 되지 않을까.


[불교신문2937호/2013년8월1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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