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랑카와 미얀마에서 일어나고 있는

불교도의 폭력사태를

심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불교는 그동안 세계평화에

크게 기여해 왔고

앞으로도 그래야 한다

‘종교 간의 평화 없이는

세계평화도 있을 수 없다’고 한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최근 프랑스 아에프페(AFP)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불교도와 무슬림 간의 갈등이 점점 더 심화되고 있다. 지난 10일 스리랑카 콜롬보에서는 불교도들이 이슬람 사원을 공격하여 최소 5명의 부상자가 발생했고, 뒤이어 불교도와 무슬림이 거리에서 서로 충돌하면서 많은 집들이 파손되고 경찰관 2명이 다치는 사고가 있었다는 보도다. 지난 수개월 동안 스리랑카에서는 ‘불자여단’, ‘불자무력군’ 등의 강경파 불교도 단체들이, 무슬림과 기독교도에 대항하는 물리적 행동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한다. 담불라에서는 매주 금요일에 열리는 이슬람의 예배 때마다 스님들이 공격을 주도해 왔다고 한다.

또한 미얀마에서는 지난해부터 무슬림 소수민족과 불교도 사이에 폭력분쟁이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다. 급기야는 지난 9일 사소한 일로 인해 양곤 북쪽의 한 마을에서 일부 불교도들이 모스크와 무슬림 가옥을 공격하여, 집 70채가 불타고 10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이다.

물론 이러한 불행한 일들이 일어나는 데에는 정치적 지형의 변화라든가 종교적 신념 및 민족적 감정의 충돌 등 나름의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떠한 경우라도 폭력사태는 일어나서는 안 된다. 비폭력과 종교적 관용은 불교의 오랜 값진 전통이기 때문이다. 종교적 관용의 불교전통은 바로 부처님으로부터 비롯된다. 부처님 재세시의 다음 일화는 그것을 상징적으로 증명해 준다.

어느 날 자이나교도인 우빨리 장자가 부처님의 설법을 듣고 큰 감명을 받았다. 장자는 부처님에게 자신을 불제자로 받아 줄 것을 부탁했다. 그러나 부처님은 “우빨리 장자, 다시 한 번 잘 생각해 보시오. 당신처럼 명망 있는 사람은 신중하게 행동해야 합니다.” 장자는 깜짝 놀랐다. 다른 종교 지도자 같았으면 자신의 개종을 오히려 자랑하고 선전하려 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장자는 부처님을 더욱 존경하게 되었고 불교에 귀의하겠다는 뜻을 거듭 거듭 밝혔다. 부처님은 결국 장자의 간청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조건부였다. “우빨리 장자, 하지만 앞으로도 계속해서 자이나교단에 보시하고 자이나교 수행승들에게 공양해야 합니다.”

이러한 종교적 관용의 불교 전통은 돈독한 호불왕 아쇼카에게 전해진다. 14장으로 된 아쇼카 마애법칙 가운데 제12장의 내용에는 특히 종교적 관용과 화합의 정신이 강조되고 있다. 아쇼카 왕은 여기에서 모든 종교(종파)는 자신의 종교(종파)만을 칭찬하면서 다른 종교를 비방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그렇게 할 때 자신의 종교를 발전시킬 뿐 아니라 다른 종교에도 이익을 주게 된다. 그렇게 하지 않을 때는 자신의 종교를 해치고 동시에 다른 종교에도 해를 끼치게 된다고 경고한다.

우리는 이러한 종교적 관용의 불교전통을 상기하면서 스리랑카와 미얀마에서 일어나고 있는 불교도의 폭력사태를 심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불교는 그동안 세계평화에 크게 기여해 왔고 앞으로도 그래야 한다. 우리가 스위스의 저명한 신학자 한스 큉이 ‘종교 간의 평화 없이는 세계평화도 있을 수 없다’고 한 말에 귀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불교신문2937호/2013년8월1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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