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재벌회장이 경영상의 문제로 법의 심판대에 올랐다는 소식을 들었다. 마침 읽고 있던 <정관정요>가 다시 보였다.

태종이 신하들에게 말했다. “내가 들으니 서쪽 오랑캐들은 구슬을 사랑하여 만약 좋은 구슬을 얻으면 몸을 쪼개어 감춘다고 하오.” 모시고 있던 신하들이 모두 “재물을 탐하여 몸을 해치니 실로 가소로운 일입니다.”고 답했다.

다시 태종이 말했다. “오랑캐만 비웃지 마오. 지금 벼슬하는 사람이 재물만 탐내고 생명을 돌아보지 아니하여 결국 법의 심판을 받고, 자신이 죽은 뒤에도 그 자손들이 도적의 자손이라는 치욕을 당하게 하니 오랑캐의 구슬 사랑과 무엇이 다르겠소. 제왕도 마찬가지요. 마음대로 방일하고 쾌락을 좋아하여 절도가 없이 정무를 팽개치고 날이 새도록 환락에 빠져 깨어날 줄 모른다면 어찌 나라를 망치지 않겠소. 수양제는 사치에 빠져 스스로 잘난 체 하다가 하잘 것 없는 필부의 손에 죽었으니 가소롭지 않소.”

위징(魏徵)이 대답했다. “노(魯)의 애공(哀公)이 공자에게 말하기를 ‘잘 잊어버리는 사람이 있었는데 이사를 하면서 그 처자를 잊었답니다. 공자가 말하기를 ‘그 보다 더 심한 사람도 있습니다. 제가 보건데 걸주(桀紂)는 군왕이면서도 그 신분까지도 잊어버렸습니다.”

태종이 말했다. “짐과 그대들이 이미 사람을 비웃을 줄 알았으니 서로 도와 사람들로부터 비웃음을 받지 않도록 하세.”

태종으로부터 서쪽 오랑캐의 구슬 사랑 이야기(西胡愛珠)를 듣고 좌중은 숙연하고 자신들은 그러한 과오를 짓지 않도록 마음에 새겼을 것이다. 그 때 위징은 좀 엉뚱한 얘기를 하였지만 위징의 이 말을 우리들은 명심하여야 할 것이다. 보통사람들은 남이 좋은 일을 보면 나도 따라서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남의 나쁜 일을 하면 나는 저런 짓은 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러한 다짐은 다 잊어버리고 구슬을 보면 물욕을 일으켜 비슷한 행동을 나도 짓게 된다. 그래서 부처님께서는 작고 적은 것에 만족한 줄 알고 허욕을 버리라고 하신 것이다.

[불교신문2937호/2013년8월1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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