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흥천사 신도인 이 모 씨는 매일 아침 9시면 어김없이 휴대폰으로 문자메시지를 받는다. 회사에 출근해 하루 일과를 시작할 무렵이다. 발신지는 다름 아닌 흥천사 종무소. ‘오늘의 부처님 말씀’과 함께 사찰의 주요행사 일정이 공지된다. 본인이나 가족의 생일이면 어김없이 진심을 담은 축하 문자를 선물 받는다. 이런저런 상업광고와 스팸 문자에만 익숙한 도시인들에겐 낯선 경험이다.

지난 5월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흥천사에 연등을 달면서 날마다 날아온다. 사찰에선 자칫 부담을 느낄 수 있다는 생각에 주말에는 보내지 않는다. 곧 문자서비스는 바쁘고 버거운 일상 속에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잊지 말고 꿋꿋이 살아가라는 취지를 담은 배려다. 이 씨는 “문자로 발송되는 법문을 보고 있으면 팍팍한 삶에 소중한 힘이 된다”며 “무엇보다 내가 신도라는 소속감을 가질 수 있어 뿌듯하다”고 말했다.

“문자메시지는 얼핏 사소해 보이지만 사찰이 늘 당신과 늘 함께하고 있다는 믿음을 심어줄 수 있다”는 게 주지 정념스님의 설명이다. 종단 쇄신입법 핵심 가운데 하나인 신용카드 결제 시스템도 일찌감치 시행했다. 철저히 신도의 입장에 선 사찰 운영 덕분인지, 반년 만에 800가구의 신도가 새로 등록하는 등 흥천사는 성북구 지역의 대표적인 전법도량으로 각광받고 있다.

흥천사의 문자대량발송 서비스가 가능한 이유는 종단의 통합종무행정 프로그램인 ‘가람지기2’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찰의 재정현황을 비롯해 신도들의 인적사항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지난해 4월 ‘가람지기2’를 도입한 흥천사는 ‘신문물’의 기능을 십분 활용 중이다. 문자서비스는 불교에 대한 호감도를 높이는 바람직한 사례로 보인다. 사찰이 산중(山中)이나 관념에만 머물지 않고, 일상 속으로 다가올 수 있도록 보다 많은 사찰들이 활용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불교신문2929호/2013년7월1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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