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종섭이 본 업보(業報) ③ 한 프로 농구선수의 몰락

‘농구 천재’라 불리며

장래 촉망 받던 예비스타

참을성 없고 성내는 성격

프로무대서 방출당하고

 

처형을 죽음까지 이르게 해

 

“바람을 맞이해 먼지를 털면

그 먼지가 자신에게 돌아오듯이

미움을 미움으로 대하면

미움은 자신에게로 돌아온다”

스타의 추락은 비참했다. 전 프로농구 선수 정상헌(31). 192cm의 장신 가드였던 그는 농구 명문 경복고에 다닐 때 이미 스타였다. 라이벌인 휘문고의 슈터 방성윤과 쌍벽을 이루며 장래가 기대되던 선수였다. 전문가들은 그를 ‘농구 천재’라고 부르며 한국 농구를 이끌 명가드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고교 시절 그는 한국이 아시아청소년 대회 우승, 아시아연맹대회에서 준우승을 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그의 꿈 또한 허재 같은 뛰어난 선수가 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꿈은 그야말로 꿈에 그쳤다.

지난 7월3일 경기도 화성 동부경찰서는 정씨를 살인 및 사체유기 혐의로 긴급 체포했다. 6월26일 아내의 쌍둥이 언니인 최아무개(32)씨를 목 졸라 살해한 뒤 인근 야산에 암매장한 혐의였다. 경찰은 정씨 부부로부터 최씨가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는 신고를 접수한 뒤 수사를 진행하다 이상한 사실을 발견했다. 범행 며칠 뒤 정씨가 처형 최씨의 승용차를 중고차로 판매한 것이다. 정씨를 불러 추궁한 경찰은 범행일체를 자백 받았다. 정씨는 경찰 조사에서 처형 최씨가 자신을 무시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이 대목에서 <선가귀감>에 있는 구절이 떠오른다. ‘누가 와서 해롭게 하더라도 마음을 거두어 성내거나 원망하지 말아야 한다. 한 생각이 불끈 치솟아오를 때 온갖 장애가 일어난다. 번뇌가 비록 한량없지만 성내는 것은 그보다 더하다. 참을성이 없다면 보살의 행도 이루어질 수 없다.’

정씨의 삶이 딱 이랬다. 참을성이 없었다. 성을 자주 냈다. 정씨는 고교 때의 유명세에 힘입어 2000년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고려대에 입학했다. 그러나 적응을 하지 못했다. 엄격한 위계질서 등에 불만을 나타내며 선수단을 이탈하는 일이 잦았다. 당시 그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선배들이 새까만 후배가 자리를 차고 들어오니 좋아할 리가 있겠냐”라고 말했다. 결국 졸업을 하지 못했다. 3학년까지 선수 생활을 하고 제 발로 학교 문을 나왔다.

한동안 농구계를 떠나 있던 그는 2005년 프로농구 신인 드래프트에 일반인 자격으로 참가했다. 그래도 과거 실력이 살아 있어 1라운드에서 8순위로 당시 대구 오리온스에 지명됐다. 하지만 여기서도 참지 못했다. 수시로 팀을 이탈하는 등 돌출 행동을 했다.

급기야 임의탈퇴 신분이 되고 말았다. 2006년 마지막 기회가 왔다. 울산 모비스가 그를 영입한 것이다. 모비스에서 뛰던 정씨는 국군체육부대(상무)에서 군복무를 마치며 자리를 잡는 듯 보였다. 하지만 제대 뒤 팀에 복귀한 정상헌은 병이 도졌다. 잦은 음주와 팀 이탈, 구단에 통보도 없이 잠적…. 결국 2009년 모비스에서 방출되면서 선수 생활에 마침표를 찍었다.

일찍이 부처님은 <법구경>에서 “성난 마음은 남을 태우기 전에 자신을 먼저 태운다”라고 했다. ‘우리의 몸은 마른 섶과 같고 성난 마음은 불과 같아서 남을 태우기 전에 먼저 제 몸을 태운다. 한순간의 성난 마음은 능히 착한 마음을 태운다.’ 이처럼 정씨는 자기 관리에 실패해 스스로 몰락했다.

은퇴한 이후 정씨는 일정한 직업이나 고정 수입 없이 처가살이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보니 자연히 처가 쪽 식구들과도 갈등이 잦았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평소 처형 최씨가 “너 같은 놈 만날 것 같아 시집을 안 간다”라는 등 자신을 무시하는 발언을 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자백했다. 최근 정씨는 “아내가 언니를 죽여 달라고 살인을 교사했다”라고 말을 바꾸었다. 그러나 살인 배경이 어떻든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잡아함경>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바람을 맞이하여 먼지를 털면 그 먼지가 다시 자신에게로 돌아오듯이 미움을 미움으로 대하면 그 미움은 반드시 자신에게로 돌아온다. 미워하는 사람이나 미움을 미움으로 대하는 사람은 그 누구든 재앙을 벗어나지 못하나니 원망을 원망으로 갚지 말라. 그것이 원수를 항복 받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참는 것이 이기는 것이요, 양보하는 것이 얻는 것이다. 한 순간의 성냄으로 인해 두고두고 후회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성난 마음은 제 몸을 먼저 태운다는 부처님 말씀을 항상 가슴에 새기고 살아갈 일이다.

[불교신문2929호/2013년7월17일자]

 

소종섭 시사저널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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