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외국인 참전용사, 사찰을 가다

정전60주년 맞아

봉은사.증심사 방문

 

벨기에 군대 주둔 인연

63년만의 귀환

전쟁고아 돌봤던 미군

“정부 관심 요청” 

50년 만에 주둔했던 서울 봉은사를 찾은 벨기에 참전용사들이 주지 진화스님과 함께 자리했다.

한국전쟁 당시 먼 타향에서 자신의 일처럼 날아와 참전했던 외국인들이 있다. UN 참전국으로 머나먼 타향인 한국에 파병됐던 군인이 그들이다. 올해 정전 60주년을 맞아 우리나라에 온 그들이 사찰을 찾았다.

한국전쟁이 치열했던 1950년 10월, 서울 봉은사에 외국 군대가 주둔했다. 서울 수복과 동시에 UN 참전국가인 벨기에 대대본부가 봉은사에 설치된 것. 그리고 63년이 지난 7월31일 10명의 벨기에 참전용사가 다시 봉은사를 찾았다. 정전 60주년을 기념해 국가보훈처 초청으로 방한한 이들은 임시 막사가 설치됐던 봉은사를 찾아 전쟁의 기억을 회고했다.

이날 방문에는 레이몬드 베르 벨기에 재향군인회 회장을 비롯한 참전용사 10명과 프랑수와 봉땅 주한 벨기에 대사가 함께 했다. 프랑수와 봉땅 대사는 “봉은사 방문은 단순히 추억 회고가 아니라 두 나라의 우정과 우호적 관계를 증진하고, 젊은 세대들에게 과거는 현재가 될 수 있다는 경각심을 고취하며 참전용사들의 정신을 알리기 위해 마련됐다”고 말했다. 이에 봉은사 주지 진화스님은 “당시 참전한 참전용사들 덕분에 한국발전과 안정에 큰 도움을 받았으며, 앞으로도 벨기에 같은 우방국들의 많은 관심과 도움이 필요하다”며 “봉은사에서도 세계평화와 행복을 위해 힘쓰겠다”고 화답했다.

벨기에 참전용사와 봉은사의 인연은 한국전쟁 당시 UN군의 일원으로 참전했던 벨기에 1개 대대가 서울 수복과 동시에 봉은사에 대대본부를 설치하면서 시작됐다. 이번 방문은 강남구와 브뤼셀 월루에 쌩삐에르구 간 자매결연을 맺은 것을 계기로 한국전 참전에 대한 헌신적인 희생을 감사하기 위해 마련했다. 

한국전 당시 전쟁고아를 돌봤던 드레이크 박사가 증심사를 방문해 주지 연광스님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같은 날 광주 증심사에도 반가운 손님이 찾아왔다. 미군 참전용사 조지 F. 드레이크(83)박사가 일행과 함께 방문했다. 경내를 둘러보며 한국 사찰에 관심을 보인 드레이크 박사는 증심사 주지 연광스님과의 차담에서 “특정한 종교는 없지만 평소 한국 불교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었다”며 “한국의 사찰에서 마시는 차 맛이 이렇게 좋은 줄은 몰랐다”고 밝혔다.

이에 연광스님은 “한국 전쟁고아들을 위한 헌신적인 봉사와 애정 어린 관심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며 “불교의 핵심가치인 자비사상을 몸소 보여주신 분”이라고 칭찬했다. 스님은 드레이크 박사에게 직접 단주를 걸어주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1952년 육군 정찰병으로 한국전에 참전한 드레이크 박사는 당시 전쟁 희생양이 된 고아들의 참상을 지켜보며, 1953년 말까지 동료와 함께 보육원을 설립해 돌봤다. 고국으로 돌아간 이후에도 원조 물자를 보내고 전쟁고아 사진전을 여는 등 꾸준한 구호활동을 펼쳤다. 특히 전쟁고아시설인 광주 양림동 소재 충현원에 2000여점의 전쟁고아 관련 사진과 자료 등을 비롯해 평화와 통일, 생명존중의 의미를 담은 조각 작품을 기증하기도 했다. 그 공로로 2006년 광주시 명예시민이 됐다.

그는 전쟁의 참상을 알리기 위해 미국 벨링햄시에 자리한 한국전쟁 어린이 추모공원에 지뢰를 밟아 다리가 절단된 고아를 형상화한 조각상을 조성 설치할 계획이다. 드레이크 박사는 “한국인 조각가의 재능기부와 함께 한국 정부의 관심과 후원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불교신문2929호/2013년7월1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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