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자라면 지켜야 할 5계 중 첫째가 불살생(不殺生)입니다. 하지만 우리 어른들은 알면서도 지키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아이들은 우리와 달랐습니다. 거짓 없고 꾸밈없는 동심은 배운 대로, 들은 대로, 따지지 않고 행하였습니다.

어느 교수 부부가 지방으로 가게 되어 지인의 집에서 임시 머물 때의 일입니다. 그 집에는 어린 아이가 있었습니다. 어느 날 교수 부인이 안주인과 담소를 나누는데 아이가 비명을 지르더랍니다. 무슨 일인가 황급히 가봤더니 아이가 놀란 표정으로 뭔가를 가리켰고 거기에는 징그럽게 생긴 벌레 한 마리가 있었답니다. 아이의 엄마는 혹여 물릴까 걱정이 되어 허겁지겁 살충제를 찾았고 길을 잘못 나섰던 벌레는 머지않아 목숨을 내놓을 지경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찰나에 아이가 어머니를 말리더랍니다. 살아있는 생명인데, 낯선 곳에 와서 저도 놀랬을 텐데 하면서 책받침을 갖고 와 벌레를 살짝 얹혀 밖으로 들고 나가더니 잡풀이 있는 텃밭근처에 조심스레 내려주며 “잘 가! 다신 우리 집에 오지 마. 위험해!”라고 하더랍니다. 하마터면 살생의 죄를 지을 뻔 했던 아이의 엄마는 그 상황에 놀랍고 대견스럽고 그러면서도 부끄러워하더랍니다.

생명 그 자체는 사람이든 그 무엇이든 절대 평등합니다.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거린다고 아무리 하찮아 보이는 생명들도 살고자하는 마음은 우리와 다르지 않습니다. 그들을 해친다면 결국 나를 해치는 것이나 다름없으므로 불살생계를 지키는 것은 바로 자신을 사랑하는 자비인 것입니다. 그래서 옛날 스님들께서는 종을 단 지팡이를 짚고 다니셨는데 그 이유는 지팡이를 짚을 때마다 울려지는 소리로 미물들에게 미리 피하라고 알려주는 거랍니다. 뿐만 아니라 인도의 ‘자이나교’에서도 불살생을 계율로 삼아 엄격하게 지킨다는데 물을 마실 때에도 물속의 미생물을 걸려내려고 거름망이나 얇은 천을 사용하며 숨을 쉬거나 말을 할 때도 가림 천을 써서 공기 중에 존재하는 미생물들을 배려한답니다.

결국 불살생의 뜻하는 바는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존귀하므로 차별하지 않고 사랑해야 함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슈바이처 박사가 “여름밤 램프에 몰려든 벌레들이 죽는 것을 안 보려고 창을 닫아 무더운 공기를 호흡한다”고 말했듯이 불제자가 아니더라도 생명을 존중하는 마음은 한결같습니다.

[불교신문2929호/2013년7월1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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