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허선사 깨달음의 노래

송강스님 편역도서출판 도반

“법이니 중생이니 부처니

하는 것이 없는데

누가 누구에게 징표를

전한다는 말인가”

근대 한국불교의 중흥조인 경허선사(1849~1912)의 오도송을 명쾌하게 풀어낸 책이 나왔다. 개화사 주지 송강스님은 최근 경허선사의 오도가 전체를 번역하고 해설해 <경허선사 깨달음의 노래>(도서출판 도반)를 출간했다.

이번 책을 편역한 이유에 대해 송강스님은 경허선사를 “기행(奇行)으로 여겨지는 찰나의 모습들만 말 희롱처럼 언급되는 것이 대부분이었고, 그러면서 마치 그런 겉모습들이 큰스님의 진면목인 것처럼 언급되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스님은 특히 “어느 땐가 선불교의 중흥을 주제로 한 토론에서 큰스님의 오도가 구절이 인용된 것을 신문지면을 통해 봤는데 할 말을 잃었다”고 밝혔다.

“경허선사께서도 ‘사방을 둘러보니 사람이 없구나. 의발을 누구에게 절할꼬?’라고 하시며, 법을 전할 제가가 없음을 한탄하셨다.”

송강스님은 “많은 이들이 그렇게 큰스님게서 한탄하신 것으로 생각한다는 것을 알고 큰스님의 ‘오도가’가 ‘한탄가’로 변질되고 있음을 보고는 할 말을 잊고 말았다”며 편역에 나선 동기를 밝혔다.

스님은 무엇보다 경허선사 오도가의 뜻을 오해가 없도록 분명하게 밝힌데 있다 하겠다는데 중점을 두었다. 이미 <금강경> 출간을 통해서 여러 논란이 되었던 부분들을 바로 잡은 바 있는 스님의 번역방법은 매우 독특하다.

그냥 한글로 쭉쭉 번역하는 것이 아니고 한글 단어 하나하나에 어떤 한문을 어떻게 번역한 것인지를 분명하게 밝힌다. 이는 구조적으로 애매한 번역이 있을 수 없기 때문에 매우 어려운 번역방식이다. 저자가 스스로 이러한 번역 방법을 택한 것은 스스로에게도 매우 혹독하고 철저한 기준을 들이대는 것이다.

송강스님의 방식은 경허선사 오도가의 번역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논란의 여지가 없는 매우 분명하고 명쾌한 번역이 이루어진 것이다. 경허선사의 진면목이 송강스님의 번역을 통해서 그대로 드러난다.

한국 불교의 선 맥을 이은 큰 스님을 전후 상황을 정확히 모르는 기행(奇行)으로 가볍게 평가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 그동안 경허선사가 그렇게 다루어진 예들이 많이 있다. 저자인 송강 스님은 오도가를 접하고 “비로소 큰스님의 참모습을 뵐 수 있었다”고 한다.

오도가 첫 구절에 대한 해석부터 스님은 명쾌한 해설을 한다.

“‘사고무인(四顧無人)이라 의발수전(衣鉢誰傳)’의 구절은 ‘사방을 둘러봐도 사람이 없으니 누가 (누구에게) 가사와 발우를 전한다는 말인가!’로 온 법계를 다 살펴보아도 사람이니 법이니 중생이니 부처니 하는 것이 없는데, 도대체 누가 누구에게 가사와 발우를 징표로 전한다는 말인가하고 천하를 일깨우는 말씀이다.”

책에 담긴 글자크기도 커 누구라도 쉽게 읽을 수 있는 것이 이 책의 또다른 특징이다. 송강스님은 서문에서 “큰스님의 진영(眞影)이 큰스님의 본래면목은 아니로되 그를 통해 큰스님께 다가가는 방편이 되듯이, 저도 이제 글로 된 다른 ‘그림자(진영)하나 만들어 큰스님을 친견케 하는 방편으로 삼으려 한다”라고 밝혔다.


[불교신문2935호/2013년8월1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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