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원주의 시대 열린종교 지향

 길은 달라도 같은 산을 오른다

길희성 지음휴

“종교는 명사 아니고 형용사”

종교다원주의 시대에 필수적인 ‘열린 종교’를 지향하는 종교학자의 현대 종교에 대한 지침은 마음의 치유와 사회의 치유가 함께 가는 길이다. 저자 길희성 서강대 명예교수는 “자기 비움 없이 하나님께 나아가는 것은 위험하다”면서 “인간을 가장 자유롭게 해야 할 종교가 가장 무거운 짐이 되어버렸다”고 강조한다.

예일대.하버드대.서강대 등에서 종교학과 철학 및 신학의 세계를 섭렵해온 저자는 현대 종교의 본질적 역할에서 열린 종교 이야기가 나아갈 길을 펼쳐낸다

종교는 명사가 아니라 형용사임을 강조하는 저자는 종교에서 근본인 정신이 빠진 상태의 현대적 종교교육을 질타한다. 저자는 책에서 현실 사회에서 종교가 가지는 한계를 인정하고, 제도적.도그마적 종교 이후 세상을 이끌 대안이 필요하다면서, 그것은 다름 아닌 인간 본연의 순수한 영성을 회복하고 심화할 때 가능하다고 말한다. 이어 그는 종교의 유무를 떠나 서로의 종교와 문화를 이해하고 먼저 따뜻한 손을 내밀어야 개인의 행복을 넘어 전 세계가 공존할 수 있다고 말한다.

“종교의 메시지는 인간의 욕망을 경계하지만, 제도화된 종교는 항시 집단적 이기주의와 독점욕의 유혹을 받는다”고 말한 저자는 “종교는 본래적 가치를 무시하고 목적적 가치와 수단적 가치를 혼동하는 신앙이며, 가치의 질서를 거스르는 신앙”이라 정의한다.

결과적으로 왜 기복신앙이 문제인가를 알아야 종교간 소통도 가능하다는 저자는 이 책에서 특히 불교와 기독교 사이의 소통과 화합에 역점을 두고 있다. 여기서 영성의 승화란 영성이 성숙한 사회적 책임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점을 제시한 저자는 동서양 영성의 고전을 함께 읽으면서 삶의 지혜를 구하고 명상으로 진리를 내면화하는 데 힘쓰라고 권한다. 저자는 “인식의 변화를 넘어 참으로 자기를 변화시키고 세상도 변화시키는 힘은 사랑과 자비 외에 아무것도 없다”면서 “비록 산을 오르는 길이 다르고 산행 중에 가끔은 다른 위치에서 산정의 모습을 힐끗 보기도 하지만, 결국은 같은 정상에서 만날 것”이라고 말한다.

책은 6장 ‘상생을 위한 종교 간 대화’에서 ‘과학적 세계관과 역사적 상대주의의 도전’으로 인해 종교다원화는 순수성 회복의 기회라고 말하고, 권력과 진리의 독점권 상실에 주목할 것을 강조한다. 결국 ‘종교의 독점욕과 지배욕’을 날카롭게 겨냥한 저자는 ‘민주 사회의 가치와 대화하는 종교’를 명제로 삼아 “길은 달라도 같은 산을 오른다”고 지적한다. 저자에게서 종교는 길이자 방편이며, 수단이자 상징이다. 그런 종교에서 실천적 종교다원주의는 종교의 본질이며 생산양식을 규정하게 되고, 이를 통행 겸손한 신앙인의 자세를 다시금 강조한다.

책은 불안과 방황의 시대, 종교란 무엇인가를 찾아가면서 철학과 신학을 넘나들면서 종교의 본질적 역할에 대해 확고한 답을 제시하고 열린 종교로서의 생존 요건을 이야기한다. 저자의 글은 종교 모두를 부정하는 세속주의나 한 종교의 언어를 절대화하는 근본주의가 아닌, 제3의 길을 걸으면서 종교 간의 벽을 넘고 성과 속의 경계를 넘나드는 초종교적 영성을 추하는 것을 지향점으로 삼는다. 저자 길희성 교수는 서울대 철학과, 미국 예일대 신학부 석사, 하버드대 박사(비교종교학) 출신으로 세인트올라프대학, 서울대, 서강대 교수를 거쳐 현재 서강대 명예교수이자 대한민국학술원 회원이다.

[불교신문2935호/2013년8월1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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