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신난 도시농부, 흙을 꿈꾸다

 풍신난 도시농부, 흙을 꿈꾸다

정화진 지음도서출판 삶창

비움과 나눔의 품앗이로

도시에서 농사를 짓는

소설가의 세상 들여다보기

소설가 정화진 씨가 초보 도시농부가 되어 3년째 친환경 유기농법으로 농사를 지으며 소소한 일상과 농사 이야기를 <풍신난 도시농부, 흙을 꿈꾸다>란 제목으로 묶여 출간됐다. 20년 동안 펜을 놓았던, 그래서 스스로를 ‘전직 소설가’로 칭하는 정화진 작가가 다시 쓰기 시작했다. 그 시작은 소설이 아니라 두 눈 앞의 생명을 기록하고 자신의 땀방울을 꼼꼼하고 빼곡하게 기록하는 일이었다.

도시에서 태어나 농사를 거의 경험한 적이 없던 정 작가는 불교 귀농학교에서 하는 것처럼 자연과 어우러진 생태농법으로 동네 근처에서 텃밭을 가꾸기 시작한다. ‘게으르고 어설픈’ 초보농부에게 밭은 ‘과분할 만큼의 잎과 열매들을 내어 주는 화수분’이 된다. 거기에서 작가는 자연의 무한자비심을 느낀다.

풍신난(하는 짓이 어리숙하되 보기에 밉지 않다는 뜻의 사투리) 도시농부들은 서로의 일처럼 농사일을 도우며 농사를 짓는다. 부족한 부분은 서로 채웠고 넘치는 수확은 기뻐하며 기꺼이 나누었다. <풍신난 도시농부, 흙을 꿈꾸다>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이 산문집은 작가가 도시농부가 되어 주변 도시농부들과 같이 소통하고 흙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며, 삶의 활력을 되찾는 드라마틱한 과정을 꾸밈없이 담백한 문체로 담아낸다.

이런 도시농부로 살면서 우리들이 잊어버렸거나 잃어버렸던 공동체 정신을 회복하려 시도한다. 그래서 고양도시농업네트워크 집행위원으로도 활동한다.

“언제부터인가 농사의 기본인 두레와 품앗이가 사라졌습니다. 모두 대량생산과 대량소비에 적응한 농사로 개인적인 농사가 가능해졌기 때문이겠지요. 여기에 농사를 통한 두레와 품앗이 정신을 회복하려는 도시농부들의 움직임이 있습니다. 비움과 나눔의 품앗이 도시농부 이야기가 담긴 이 책이 경쟁과 이기에 물든 우리들에게 잔잔한 울림으로 다가가길 바랍니다.”

도시농부들이 추구하는 바는 불교의 연기법의 실천과 맞닿아 있다. 서로 상의상관하는 관계를 중시하고 공동체 정신과 나눔의 정신을 소중하게 여긴다.

이들이 도시에서 농사를 짓는다는 것은 단순한 여가생활 이상의 의미가 있다. 거기에는 도시의 각박한 삶과 자본의 무자비함, 너나 할 것 없는 경쟁에 시달리는 자신들을 위로하고픈, 그리하여 침체되고 무기력해지는 자신들의 삶을 수렁에서 건져내고 싶단 욕망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다들 그렇게 도시 근교의 텃밭으로 향한다.

작가는 살아 숨 쉬는 흙과 대화하며 스스로를 위로하고 치유한다. 그리고 도시가 배출하는 쓰레기를 재활용해 지속가능한 생태농법에 활용한다. 그래서 작가는 자연을 살리는 것이 우리 인간이 사는 길임을 산문집을 통해 인식시켜 준다.

[불교신문2935호/2013년8월1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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