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종섭이 본 업보(業報) ② 이대생 공기총 살해 사건

남이야 어찌 되든 오로지

자신의 딸을 위한다는 욕망

의심과 집착 그리고

돈이면 다 된다는 오만이

 

결국 딸을 희생시킨 ‘참극’

 

“욕망은 실로 그 빛깔이 곱고

감미로우며 즐겁게 하고

또한 여러 가지 모양으로

마음을 산산이 흐트러놓는다”

지난 5월25일, SBS의 사건 추적프로 ‘그것이 알고 싶다’는 ‘사모님의 이상한 외출’편을 방송했다. 무기 징역을 선고 받은 윤아무개 씨가 의사, 검사 등의 비호 속에 형집행정지로 풀려나 버젓이 병원에서 호화 생활을 하는 모습이 방영되었기 때문이다. ‘회장 부인’으로 알려진 윤 씨는 지난 2002년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이대생 공기총 살해 사건’과 관련해 살인을 교사한 혐의로 2004년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그것이 알고 싶다’는 윤 씨가 형집행정지로 풀려날 수 있도록 진단서를 써준 의사들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는 등 사회적 반향이 커지자 6월29일 ‘사모님의 이상한 외출-그 후’라는 제목으로 후속 보도를 내보냈다.

‘이대생 공기총 살해 사건’은 2002년 윤 씨가 판사인 사위 김아무개 씨가 김 씨의 조카인 하아무개 씨와 불륜 관계라고 의심해 당시 이대 법대생이던 하 씨를 청부살해한 사건이다. 윤 씨는 미행 등을 통해 두 사람이 불륜 관계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음에도 집착, 그리고 자신의 구겨진 자존심을 이기지 못해 청부살인을 하기에 이른다. 윤씨는 ‘돈이면 안 되는 것이 없다’는 생각에 젖어 있는 배금주의자이기도 했다.

 

‘사람은 스스로 지어서

스스로 과보를 받는다.

착한 일 하면 착한 과보를 받고

악한 일 하면 악한 과보를 받는다.

비유하면 종자를 심는 것과 같으니

종자에 따라 그 과보 얻듯이

괴로움의 종자 심으면

나중에 절로 받으리라.’

(별역 잡아함경 제3권)

 

사건 당시 윤 씨는 호텔과 나이트클럽 등을 인수해 사업을 키워 상장 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회장의 부인이었다. 그래서 ‘회장 부인 윤씨’로 불렸다. 윤 씨는 딸이 결혼할 나이가 되자 고급 마담뚜를 통해 예비법조인인 사법연수원생 김아무개 씨(당시 27세)를 소개받았다. 신랑 측에 상당한 돈을 주고 딸을 결혼시킨 윤 씨는 그러나 한 여인의 전화를 받은 뒤부터 사위와 이종조카인 하 씨의 불륜을 의심한다. 신혼초 김 씨가 어떤 여인과 전화 통화하는 것을 듣고 “누구냐”라고 물었는데 김 씨가 하 씨의 이름을 댄 것이 불행의 시작이었다.

윤 씨는 딸 내외의 방에 도청기를 설치하는가 하면, 경찰관, 심부름센터 직원 등 수십 명을 동원해 수년 간 사위와 하 씨를 미행하기도 했다. 직접 딸이 사는 아파트 현관 앞에서 날밤을 새운 적도 있다. 사위 김 씨는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하지도 않고 애매모호한 태도를 취했다. 윤 씨의 의심은 편집증적이었다. 하 씨를 미행한 자들이 “사위와 하 씨가 접촉하지 않았다. 불륜 관계라는 흔적을 발견할 수 없다”라고 해도 믿지를 않았다. 집착은 늘 화를 부른다.

 

집착에서 근심이 생기고

집착에서 두려움이 생긴다.

집착에서 벗어난 이는 근심이 없는데

어찌 두려움이 있겠는가. (법구경)

 

하 씨 측에서는 윤 씨를 상대로 접근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 승소한다. 이것이 윤 씨의 집착을 더 키웠다. 돈이면 안 되는 것이 없다고 생각해 온 윤 씨가 처음으로 패배한 것이다. 윤 씨는 하 씨의 아버지를 납치, 살해하려다 실패하자 타깃을 딸인 하 씨에게로 옮긴다. 자신의 운전기사로 일하던 조카를 시켜 청부살인을 도모한 것이다. 윤 씨의 조카는 고교 친구 한 명을 끌어들여 이른 새벽에 수영장에 가는 하 씨를 납치해 경기도 하남의 산으로 끌고 가 공기총 6발을 쏴 살해한다. 사건 직후 외국으로 도피했던 범인들은 중국에서 체포되어 국내로 압송된다. 이들은 “윤 씨가 시킨 일이다”라고 진술했지만 윤씨는 “미행하라고만 했지 죽이라고는 하지 않았다”라며 부인했다. 윤 씨는 호화 변호인단을 써 변호에 나섰지만 결국 무기징역을 선고받기에 이른다. 하 씨를 살해한 두 명도 역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남이야 어찌 되든 오로지 자신의 딸을 위한다는 욕망, 의심과 집착 그리고 돈이면 다 된다는 오만이 부른 참극이었다.

숫타니파아타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욕망은 실로 그 빛깔이 곱고 감미로우며 즐겁게 하고 또한 여러 가지 모양으로 마음을 산산이 흐트러놓는다. 욕망의 대상에는 이러한 우환이 있다는 것을 알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불교신문2934호/2013년8월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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