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자라면 누구나 느끼는 것 가운데 하나는 사찰마다 자리한 불교용품점의 물건들이 한결 같다는 것이다. 서울이나 경상도, 전라도 등 어느 사찰을 가더라도 똑같다는 뜻이다. 게다가 강원도 어느 관광 사찰은 놀이공원 수준에 버금갈 만큼 잡다한 물건으로 가득하다.

관광지를 찾아 지역 특산 먹을거리를 먹고 작은 기념품을 사는 이유는 추억을 만들기 위해서다. 물론 고즈넉한 산사의 풍경만으로도 충분하지만 사찰의 특성이 담긴 액세서리를 간직할 수 없다는 것은 항상 작은 아쉬움이었다.

이런 즈음 한국불교문화사업단과 정부 산하기관인 한국디자인진흥원이 함께 불교문화콘텐츠를 디자인화해 상품으로 개발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예를 들어 내소사의 유명한 꽃살문을 규격화해 디자인으로 만들어 갖가지 상품에 활용한다는 내용이다. 이렇게 되면 각 사찰이 저마다 가진 특징을 이용한 다양한 상품이 만들어질 수 있다. 더 이상 ‘작은 아쉬움’을 느끼지 못할 것으로 예상돼 반갑다.

몇 해 전 취재차 일본에 갔을 때 한 사찰에서 선물로 부채를 준 적이 있다. 플라스틱과 종이로 구성된, 비싸 보이지 않은 ‘인스턴트’ 부채였지만 소장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부채 한가운데에 캐릭터로 형상화된 동자승이 웃음 짓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갖고 있는 그 부채를 볼 때마다 그 절을 떠올리곤 한다.

대만 자제정사에는 비구니 스님들이 직접 제작한 초를 판매한다. 다채로운 색과 향을 입힌 초는 자제정사의 대표적인 상품이 됐다. 여기에 더해 판매수익은 자비 나눔에 사용되고 있어 더욱 의미가 크다. 이렇듯 불교상품은 단순한 물건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 각 사찰의 특성을 반영한 불교관련 상품들이 잘 만들어져 각 가정마다 수집되고 진열되면 그것이 바로 불국토의 또 다른 모습이 아닐까.

이번 업무협약을 계기로 불교상품이 조악한 혹은 천편일률적인 모습에서 벗어나 아이들에게는 친근함을, 어른들에게는 추억을, 그리고 나아가 세계 속에서 한국전통문화를 각인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불교신문2933호/2013년7월3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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