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한 없는 재가단체의

별도 조사 진행은

자정시스템 인정 않는

‘월권행위’ 시각 적지 않아

 

“장주스님 주장은

일고의 가치 없는 유언비어

안정 위해 자중 당부”

종단 논평은 수용하지 않아

 

가장 문제되는 대목

‘검찰 개입 촉구’는

종단의 기본구조 부정

자정노력 무시하는 행위

참여불교재가연대가 지난 15일 장주스님이 함께 도박을 했다고 주장한 스님들을 대상으로 조사하겠다고 나서 파문이 일고 있다. 참여불교재가연대는 ‘장주스님의 도박사건 폭로에 관한 참여불교재가연대 논평문’을 통해 “사실 확인을 위해 폭로 당사자를 포함해 사안과 관련되었다고 거론된 분들에 대한 공식적 면담에 착수했다”며 “면담요청을 받으신 분들은 불교 스스로의 자정과 쇄신을 위한 노력에 흔쾌히 응해 주시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재가연대의 이번 논평은 종단의 자체 조사와 심판 기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근거가 없는 장주스님의 주장을 토대로 독자적 조사를 공개적으로 표방해 종단 혼란을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재가연대가 ‘면담’이라는 말로 포장한 사실상 조사는 종단의 사법기능을 무력화한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종단 호법부는 지난 11일 담화문을 통해 장주스님의 주장에 대해 적법한 절차를 거쳐 명확하게 사실관계를 규명할 것을 밝혔다. 또 종법이 정한 시정절차를 무시하고 객관적인 근거 없이 현란한 내용으로 진행되는 비방 행위에 대해서도 신속히 엄단할 것을 강조했다.

이런 상황에 권한도 없는 재가단체가 별도로 조사를 진행하겠다고 나선 것은 내부 자정시스템을 인정하려 하지 않는 월권행위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종단에는 스님들의 범계행위를 조사하는 호법부와 이를 판결하는 호계원이 엄연히 존재한다. 이러한 합법적인 사법기구를 통한 종단 차원의 조사가 마무리되기도 전에 재가연대의 자체 조사 천명은 종단 내부 질서를 무시한데서 비롯됐다는 게 스님들의 평가다.

조사 자체가 혐의를 전제한다는 점에서 재가연대의 공표만으로도 스님들이 도박범으로 내몰리게 됐다는 점도 문제다. 재가연대는 도박사건을 대외에 널리 알려 재가연대의 의도와는 관계없이 종단 중진스님들은 존경받는 수행자에서 도박혐의자로 전락하는 처지에 놓였다. 수행자에게 도박사실 여부는 차치하고 거론된다는 자체만으로 명예에 치명적이다.

스님 신분으로 국회의원이나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거나 불교정당을 창당해 ‘4차원 세계 정치’를 주장하는 등 기이한 행적으로 주장의 신뢰성이 떨어지는데도 불구하고 재가연대는 이를 애써 무시한다는 점에서 재가연대가 종단과 스님들의 흠집 잡기에만 열을 올린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장주스님의 주장은 일고의 가치조차 없는 유언비어이고 안정을 위해 자중해야 한다는 종단 논평은 받아들이지 않아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재가연대가 종단 변화와 스님들의 청정승가상 구현에 힘을 보태고자 한다면 도박을 했다고 자수한 장주스님부터 비판해야 하지만 이에 대한 언급은 일체 없이 중앙종회 수석부의장을 지낸 사실만 내세우며 주장의 신뢰성을 내세우고 있다.

재가연대는 논평문에서 “중앙종회 수석부의장을 지낸 신분이나 본인이 직접 참여했다는 진술의 정도나 그 동안 소문으로 떠돌던 도박장소의 위치, 참여했다고 주장되는 스님들의 종단 내 위치 등을 감안할 때 결코 가벼이 넘길 사안은 아니라고 판단된다”며 장주스님의 주장을 신뢰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 재가불자는 “고발 내용의 사실성이나 공익성, 고발자의 책임성 등을 따져봤을 때 어느 것 하나 충족하지 못하는데 사부대중을 구성하는 한 불교단체로서 책임 있는 태도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재가연대의 이번 논평에서 가장 문제되는 대목은 검찰 개입을 촉구한다는 점이다. 재가연대는 “강제수사권이 있는 검찰은 모든 수사방법을 동원해 사건의 진위가 터럭도 남김없이 밝혀 질 수 있도록 엄중하게 조사해 달라”며 검찰수사를 촉구했다. 이같은 재가연대의 주장에 대해 종단의 자주성과 자율성을 철저히 침해하고 외부세력을 끌어들이는 위험한 발상이라는 지적이 높다. 지난 반세기 동안 종단을 혼란에 빠트렸던 과정과 일치하게 때문이다. 스님들은 믿을 수 없고 종단은 자정 능력을 상실했으므로 외부 언론과 검찰의 힘을 빌어 종단을 쇄신한다는 시도는 수없이 많았다. 이들 모두 종단 개혁과 자정을 위한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하지만 그로인한 결과는 종단 내부 이전투구와 외부언론에 의한 조롱과 멸시, 정부기관의 불교 무시, 불자들의 자존감 상실과 신도 이탈로 이어졌다.

한 스님은 “종단이 비상을 시도할 때마다 발목을 잡은 것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무차별적 폭로와 외부세력을 끌어들인 일부 해종행위자들의 탐욕이었다”며 “(이번 재가연대의 논평은) 종단의 기본 구조를 부정하고 자정노력을 무시하는 해종행위”라고 밝혔다. 또 “결국 상처만 도려내는 것이 아니라 팔 다리를 다 잘라 영원히 아물지 못하게 하는 것과 같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스님들이 도박을 실제로 했는지 여부를 직접 조사하고 이를 밝히기 위해 검찰 수사 까지 촉구하고 나선 재가연대는 이번 행동에 대해 “목마른 이가 샘을 만나듯이 어두운 밤에 밝은 등불을 만나듯이 교단 바로세우기의 출발점을 맞이할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역사는 재가연대의 기대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불교신문2931호/2013년7월2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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