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욕외금이내고(余欲外今而內古). 조선 초기 문신 탁영(濯纓) 김일손(金馹孫)의 말이다. “나는 밖에서는 요즘 것을 취하고, 안에서는 옛것을 취하고자 한다”는 의미로 전통의 소중함을 강조한 내용이다.

1700년의 전통을 지닌 한국불교는 수많은 문화유산을 간직하고 있다. 많은 전란과 외침을 겪으면서 어렵게 지켜온 성보문화재는 불교만이 아니라, 곧 우리 민족의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선조들이 물려준 문화재를 당대는 물론 후대에 온전하게 전해줘야 할 책무가 우리들에게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근대 문화유산에 대한 소중함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특히 무소유(無所有)의 삶을 강조하고 있는 불교 입장에서 근대 문화유산, 특히 그 중에서도 사진, 서신 등 기록물에 대해 소홀하게 여기는 사례가 심심치 않은 것도 사실이다.

이런 가운데 군산 동국사 주지 종걸스님의 근대자료 수집 노력은 귀감이 되기에 충분하다. 넉넉하지 않은 형편에도 불구하고 근대자료를 모으는데 종걸스님은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6월말 군산 동국사를 방문해 종걸스님이 소장한 근대자료를 살펴보면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1929년 각황사가 발행한 포교문을 비롯해 1928년 조선불교학인대회록, 1941년 혜화전문 최초의 교우회지 등 근대한국불교의 자취를 생생하게 담은 자료들이 풍부했기 때문이다. 종걸스님은 “종단에서 발행하는 불교신문을 통해 수집한 자료들을 공개하겠다”고 약속했다.

본지는 종걸스님이 입수해 공개한 자료들을 차례로 보도하기로 하고 보완 취재에 들어갔다. 지난 7월13일자로 각황사 포교문을 처음 보도한 후 나머지 자료도 불교신문을 통해 차례로 선보일 예정이다.

종걸스님의 이 같은 노력이 없었다면 근대불교자료들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낼 수 없었을 것이다. ‘요즘 것을 취하고, 옛것을 취한다’는 김일손의 말을 떠올리지 않아도, 종걸스님의 근대자료 수집은 곧 ‘역사(歷史)’를 복원하고 계승하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불교신문2931호/2013년7월2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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