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들은 다른 사람 위해 기도도 나누니

치료 어려워도 나누기로 병상생활 유지

병원 복도로 볕이 좋은 어느 날 환자 몇 분이 나와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을 이리저리 보고 있는 가운데 둥근 얼굴의 중년 남자와 시선이 마주치게 됐다. 미소 짓는 내게 화답을 하기에 “볕이 좋지요”라며 말을 건네자 “아, 예”라며 별다른 느낌 없이 답을 한다. 링거를 가르키며 “어디가 불편하셔서 병원에 오셨어요?”라는 질문에 “스님이슈? 젊어 보이는데”라며 마치 시주를 바라는 잡인이 아니냐는 눈빛을 흘리다가 이네 “휴, 거 위암이라는데”라며 말을 흐린다.

“아, 그러시군요. 처음 진단받으실 때 마음이 많이 힘드셨겠네요. 저 병원 법당에서 왔어요. 혹 불교신문인데 보시겠어요?”라며 신문을 드리고 “지내기 지루한데 좀 봅시다. 얼마면 되요?” “아니에요. 그냥 심심하실 때 보시라고 드리는 거에요”라며 말을 주고 받았다. 이에 그는 “고맙습니다”며 받아들어 “혹시 이야기를 나누어도 괜챦겠냐”고 물어보니 “그러라”며 옆자리를 비워준다.

그 거사님은 우리나라 자동차업계에서 처음으로 세일즈를 했고 제법 실적도 좋아 자녀들도 외국 유학보내며 자신과 가족을 위해 열심히 살았다며 영업할 때 일화를 이야기했다. 또 사업에 위기가 닥칠 때 마다 부모님 영향으로 가까운 절을 찾기도 했었다며 친절히 옆자리를 내어 주어 다음에도 이어 이야기를 나누게 되면서 자연 그 병실에 모든 사람들과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나눌 수 있는 기회도 갖게 됐다.

그렇게 친분이 쌓여가고 혹여 검사가 있어 만나질 못하게 되면 근황이 궁금하기도 했었다. 종합병원 특성상 환자들이 조금 호전되면 다음 치료 때 만나자는 인사를 하면서 헤어졌다가 2~3주 만에 다시 치료를 위한 재입원하면 다시 만나게 되는 일이 반복된다.

어느 날 “스님 나는 왜 이렇게 됐을까요. 정말 열심히 살았고 가족과 자식을 위해 정말 뼈를 갈아 버리듯이 그 힘든 경쟁사회에서 굽신거리며 살았고, 남에게 손가락질 한번 않고 살았는데 왜 이런 암에 걸렸는지, 사실 지금 치료는 받지만 별로 호전 되고 있는 것 같지도 않아 불안합니다. 내가 도체 전생에 무슨… 내게 혹시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아직 아무런 준비도 되어 있질 않은 우리 가족은 또 어떻게…”라며 중년 남자의 볼에서 눈물이 흐른다. 이런 이야기를 듣게 되면 나도 그분의 심정에 동조되어 할 말을 잊게 된다. 생, 노, 병, 사가 당연한 것이지만 환자들의 심정에 이 말이 얼마나 직시 되겠는가.

그날 환자의 이야기를 들어주며 시간의 의미를 그냥 흘려 보네지 않고 자신이 할 수 있는 그 멋진 그 웃음을 주변분 들에게 주는 모습이 참 좋았다는 이야기를 이어나가던 중 그 거사님이 “스님, 스님과 이야기를 하다 보니 이런 구절이 생각이 나네요. 나눈다는 것을 했던가. 가족을 위해 열심히 살았지만 남을 위해 무엇을 한 것이 없네요. 그게 그 보시라는 것 말입니다”라며 “불교서적에서 읽은 것 같은데 자기 가족을 위하는 것은 미물도 할 수 있는 것이라는데, 남을 위해 여기서 무엇이든 해 보아야겠어요”라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병원복도에는 환자들이 우울해지지 않기 위해 주변에서 말을 걸어주는 용기가 필요하다.

그 거사님은 다음날부터 우울해 하는 환자들을 위해 “인생 뭐있어? 우리 갈 때 가더라도 좋은 생각, 좋은 마음가지고 삽시다”라며 좋은 이야기를 메모해 두었다가 주변 환기를 유도했다. 또 본인이 링거를 맞지 않을 때 움직일 수 없는 환자를 위해 식사 배식도 도와주고 법당에 올 때면 주변 환자를 위해 신문 나누기 봉사도 했다. 본인에게도 어려운 시간이지만 나누기를 하며 병상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그 덕분인가 간호사들도 치료가 잘 적응되는 것 같다는 긍정적 치료 결과를 주기도 한다.

나눌 수 있는 것의 한계는 어디일까? 가진 것이 있다면 나누고, 가진 것이 없다면 다른 이를 위한 기도도 나눔이라는 것을 투병 중인 그 거사님으로부터 배우게 되었다. 그분이 다시 찾은 미소, 이것이 관세음보살님의 원력이 아닐까? 더 욕심을 부린다면 건강을 되찾아 더 많은 나눔의 기회를 갖길 발원한다.

[불교신문2931호/2013년7월2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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