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들뜨게 하고 ‘방종’ 일으켜

비밀 간직 못하고 신뢰 잃으며

어른 공경하는 마음 사라진다

사람의 뇌는 세 종류로 나뉩니다. 가장 안쪽에 위치한 뇌는 대부분의 동물이 갖고 있는 호흡과 심장박동 등 생명을 담당하며, 그보다 조금 바깥에 위치해 있으면서 주로 포유류에서 발달되어 있는 감정과 기억을 담당하는 뇌, 그리고 가장 바깥쪽에 위치해 있으면서 우리를 사람답게 해주는, 즉 이성을 담당하는 뇌입니다. 그런데 가장 바깥쪽에 위치한 뇌가 술에 가장 약하며, 과음이 지속되면 술의 뇌 억제작용이 신경에 영구적인 손상을 입히거나 죽여 버려서 그 사람을 인간적으로 살지 못하게 한다는 전문가의 충고가 있습니다.(〈건강생활〉 2012년 가을호 참조)

“괜찮아. 적당히 마시면 되는 거야”라고 말하지만 사실 어느 정도가 ‘적당’인지도 애매합니다. 그렇게 한잔이 두 잔을 부르고, 두 잔이 석 잔을, 석 잔이 한 병을 부르는 것이 음주의 폐해입니다. 요즘 우리 사회에서는 ‘주폭(酒暴)’이라는 말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술을 마신 사람들이 폭력을 행사하여 심각한 사회 범죄로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지요.

술, 이것 마셔야 할까요? 끊어야 할까요?

경전에서는 술을 권하지 않습니다. 특히 곡차는 마셔도 된다고들 하는데, 〈대지도론〉에 따르면 곡주와 과실주, 약초주 이 세 가지 술은 사람의 마음을 들뜨고 방종케 하기 때문에 마시지 말아야 한다고 말합니다.(제13권)

하지만 술에는 좋은 점도 있습니다. 추울 때 마시면 추위를 잊게 하고, 피곤할 때 마시면 피로가 풀리고, 우울할 때 마시면 기분이 좋아지기 때문입니다. 좋은 점도 있는데 왜 마시지 못하게 하느냐고 반문하면, “몸에 이로운 점은 극히 적은 반면 해로운 점이 매우 많기 때문에 마시지 말아야 한다”라는 대답이 돌아옵니다.

술에는 서른다섯 가지 허물이 있습니다. 첫째는 술에 취하면 절제할 줄 몰라서 함부로 돈을 써버리기 때문에 재물이 헛되이 사라진다. 둘째는 온갖 병을 부르게 되고, 셋째는 싸움의 원인제공이 되고, 넷째는 술에 취하면 벌거벗기 일쑤인데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다섯째는 좋지 않은 소문이 나서 사람들에게 흉잡히고, 여섯째는 지혜가 가려지고, 일곱째는 필요한 재물을 얻지 못하고 얻은 물건도 잃는다.

여덟째는 비밀을 간직하지 못해 남에게 모조리 발설하고, 아홉째는 온갖 일을 해내지 못하고, 열째는 취중에 실수를 많이 저지른 뒤에 깨고 나서 부끄러워하기 때문에 근심의 원인제공이 되며, 열한째는 체력이 점점 약해지고, 열두째는 몸에 건강한 기색이 줄어들고, 열셋째는 아버지를 공경할 줄 모르고, 열넷째는 어머니를 공경할 줄 모르고, 열다섯째는 수행자를 공경할 줄 모르고, 열여섯째는 바라문을 공경하지 않게 된다.

열일곱째는 술에 취해서 분별력을 잃는 바람에 집안의 어른을 공경하지 못하고, 열여덟째는 부처님을 공경하지 못하고, 열아홉째는 법을 공경하지 못하고, 스무째는 승가를 공경하지 않고, 스물한째는 나쁜 사람들과 어울리고, 스물두째는 어진 사람을 멀리하고, 스물셋째는 계를 깨고, 스물넷째는 부끄러운 줄 모르고, 스물다섯째는 여섯 가지 감각기관을 지키지 못하고, 스물여섯째는 자신을 색을 따라 흩어지게 내버려두게 된다.

스물일곱째는 사람들이 미워하고 보기 싫어하며, 스물여덟째는 귀한 친척의 외면을 받고, 스물아홉째는 착하지 못한 일을 저지르고, 서른째는 착한 법을 버리고, 서른한째는 게을러지기 때문에 현자들의 믿음을 얻지 못하고, 서른두째는 열반에서 자꾸 멀어지고, 서른셋째는 미치광이가 될 우려가 크고, 서른넷째는 죽은 뒤에 고통스런 지옥에 떨어지고, 서른다섯째는 사람으로 태어나더라도 태어나는 곳마다 언제나 미치광이가 된다

[불교신문2931호/2013년7월24일자] 

저작권자 © 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