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제1, 오법전의(悟法傳衣)-12

 

신수는 배 갈라 뱀 보여준 ‘방편법’

혜능은 곧바로 달을 보도록 ‘돈법<頓法>

여기서 유의해야 할 점은 〈육조단경〉만 보고 신수스님을 볼품없는 인물로 치부해서는 안된다는 사실이다. 신수 역시 돈법을 알았지만, 이를 대중적으로 펼치는 방법이 혜능과 달랐을 뿐이다. 그 차이는 핵심을 바로 드러내느냐 아니면 중생의 근기에 맞춰 우회적으로 표현하느냐는 방법론의 차이에 불과하다.

신수스님도 불성사상, 반야사상의 핵심을 알았지만 이에 입각해서 법을 펴지 않고 중생의 근기에 맞춰 방편을 썼다. 즉, 바로 달을 보도록 하지 않고, 손가락을 의지해서 달을 보게 한 것이다. 반면, 육조는 방편법을 쓰지 않고 곧바로 달을 보도록 돈법(頓法) 법문을 펼쳤다.

혜능은 “여러 겁 동안 미혹 속에 내려온 업식(業識)이지만, 자성(自性)을 깨치면 바로 찰나이다”라는 반야 공(空) 사상의 가풍에 철저했다. 그러나 신수스님의 북종선 입장에서, 점수 수행하여 도(道)를 깨닫는 점수법문 역시 마음을 본시 각심(覺心)으로 본다.

여기서 각심은 생멸심이다. 마음과 몸은 함께 한다. 각심(覺心)과 망념(妄念)은 하나이다. 다만, 망념을 자각(自覺)하는 것이 몸과 마음이 본래 공(空)한 것을 투철하게 아는 것이고, 몸과 마음을 투철하게 아는 것이 본각(本覺)이라고 말하고 있다. 혜능의 남종 돈오선법과 신수의 북방 점수선법이 선법의 이치(禪法理致)를 드러내는데, 방법의 차이일 뿐이다.

사실 신수도 본정(本淨)을 말하고, 혜능도 본각(本覺)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신수스님이 볼 때 중생은 집착심이 강해서 기존에 갖고 있는 상식이나 습관 등을 놓지 않으려는 경향이 강한데, 이를 깨트릴 수 있는 방법이 바로 방편법이다. 중생의 집착이 얼마나 강한지 다음과 같은 경전의 예가 잘 보여준다.

옛날에 어느 선비가 목이 말라 물을 마시는데, 나뭇가지에 걸려있는 뱀이 찻잔 물에 비치었다. 선비는 물과 함께 뱀을 삼켰다고 착각했다. 선비는 명의를 찾아가 뱀을 삼켰다면서 뱃속의 뱀을 꺼내달라고 조른다. 명의가 뱀이 없다고 아무리 말해도 믿지 않았다. 어느 날 지혜로운 명의가 선비의 배를 갈라서 미리 준비해 둔 뱀을 보여준다. 그제서야 선비는 믿고 마음의 병도 완치된다.

비유를 불교사상으로 해석하면, 멀쩡한 사람이 착각해서 병자가 되는 것이 멀쩡한 부처가 무명업식에 의한 착각으로 중생이 됨과 같다고 볼 수 있다. 뱀이 있다고 착각하는 것은 〈금강경〉에서 말하는 아상, 인상, 중생상, 수자상(我相, 人相, 衆生相, 壽者相)에 집착하는 것이며, 뱀이 없다고 말해도 믿지 않는 것은 중생이 본래 중생이 아니며 그 이름이 중생일 뿐인 것과 같다. 본래면목의 입장에서는 중생이니 부처니 하는 이름과는 상관없다는 선지식의 법문을 믿지 않는 사람들을 말한다. 그래서 멀쩡한 배를 갈라 미리 준비해 놓은 뱀을 보여주는 것을 방편법이라고 한다.


[불교신문2931호/2013년7월2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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