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⑧ 영명연수-돈오점수-돈점원수(頓漸圓修)

“돈오는 점수를 통해 얻으며

수행에는 모두 필요하다”

혜능과 신회가 주장했던 돈오설은 중국선종사에서 많은 논란을 야기시키면서 돈오돈수 돈점수를 거치고, 당말 오대 송초 연수선사에 이르러서 돈오점수-돈점원수(頓漸圓修)라는 원만한 해법을 제시했다

돈오점수 법문은 연수선사가 주장한 중요한 수증방법이다. 그러나 돈오점수는 앞에서 밝혔듯이 연수선사가 최초로 창조한 것도, 주장한 것도 아니며 그 원류는 징관과 종밀 등이 이미 다뤘던 문제들고, 이들 간에 약간의 차이점이 존재한다.

연수는 대체적으로 신회와 종밀의 주장을 계승해 “성품을 보고 마음을 밝히는 데는 종파와 판교를 나누지 않으며, 단도직입해서 몰록 원만하게 닦는다(見性明心,不廣分宗判敎/ 單提直入,頓悟圓修)”고 말해, 굳이 말하자면 돈점원수라고 했다. 그는 또 “지혜로움과 우둔함과 빠르고 늦음이 같지 않은 것은 모두 나에게 있다(利不同 速在我)”라고 하며 돈점융화의 태도를 취하고 있다.

그는 중생근기차별에 따라 부처님 설법이 다른 것처럼 불법의 심천은 반드시 존재하는 것이며, 따라서 돈점 문제도 발생될 수 밖에 없다는 태도를 취해, 돈오는 점수를 통해서 얻어지는 것으로 돈오와 점수는 서로 불가분 관계이며 돈점 역시 방편법문일 뿐이라는 것이다. “도는 구하지 않는데 몰록 나타나고 도를 실천함에 닦음을 필요로 하지 않고 스스로 원만하다”(道不待求而,行弗假修而自)고 말한 것은 도의 본질에서 볼 때 모두 돈오가 가능하지만, 중생 근기차별로 인해서 모두가 한순간 돈오 경지에 도달하거나, 제법실상을 요달할 수도 없다면서, 시간의 쌓임과 실천을 통해서 차제로 궁극에 도달할 수 있기 때문에 수행에는 돈오도 점수도 모두 필요한 돈점원수가 가장 이상적인 수증관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연수는 “적조무이(寂照無二) 체용불이(體用不二) 지적불이(知寂不二) 등 모두가 돈점원수(頓漸圓修)가 된다”면서 “지적불이(知寂不二)는 체(體)에 포함된 용(用)이 곧 스스로 자각(自知)이 되며, 용에 내재된 체는 영원히 적적한 상태(恒寂)가 되기 때문에 지적불이가 된다”는 내용을 골자로 돈점원수를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돈점원수는 체용이 서로 불가분의 관계인 것처럼 돈점에서 불가분의 관계는 리(理)를 떠나서 지(智)가 없고, 지를 떠나서 리가 없는 것으로, 마치 구슬(珠)과 구슬 밝음(明) 관계처럼 밝음은 구슬을 떠날 수 없고 구슬은 밝음을 떠나서는 구슬 자체 존재감을 상실하듯이(理智不二, 珠明不二), 이지가 서로 섭하며(理智相攝) 이(理)는 돈오 뜻이 되고 지(智)는 점수 뜻이 되기 때문에 돈점이 서로 섭수하고 받아들임(頓漸相攝)하므로, 돈점불이가 바로 돈점원수가 된다고 거듭 설명한다.

한편, 완전히 돈점원수만 주장한 것도 아니고 돈오법문 자체를 아주 부정한 것도 아니다. 가령 “환을 알면 곧 없앨 수 있기 때문에 방편을 설할 필요가 없으며 또한 단계도 필요하지 않다”라고 해 돈오의 존재를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시간의 각도에서 보면은 근기설법이 합리성이 있음으로 돈오점수가 맞다”고 지적하면서, 부처님 입장은 돈점무이(頓漸無二)가 될 수 있지만 개개인(중생) 근기와 법상(法相) 차별 입장에서 “지혜와 우둔함 빠르고 늦음이 존재하고 시간적으로도, 〈법화경〉 반나절 설한 것이 50십겁이 되며, 〈유마경〉 7일 설한 것이 일겁이 되었다”고 말해 불법은 사람들의 수준에 맞춰서 설해졌기 때문에 깊고 옅은 뜻이 존재할 수 밖에 없음을 말하고, 각자 자기의 역량에 의지해서 수행하는 것이지 우열등급을 나누는 것은 합당한 처사가 아니라는 지적을 강조해, 돈점원수의 깊은 뜻과 돈오점수의 요의를 밝히고 있다.

‘돈오점수(頓悟漸修)는 먼저 반드시 알고 그 후에 보림한다’(先須知有,然後保任)는 기초 위에서 돈점원수(頓漸圓修)를 주장한 내용이란, 신회가 “이지겸석이 돈오가 되며 돈오 후에 보림”이라 주장한 것과 본질상 완전히 일치한다. 다만 논리체계 표현에 상이점이 존재할 뿐이다.

 [불교신문2931호/2013년7월24일자] 

저작권자 © 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