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방경찰청 다사파출소장 양보석 경감

 

목요일엔 수갑 놓고

색소폰 연주하며

지역 노인들 공양…

파출소는 때때로

‘이웃사랑터’로 변신

 

겨울방학 앞두고는

조손가정 학생들에게

익명으로 옷도 보내고

여성장애인 재활 위해

바자회도 4차례 열어

 

“기도는 팔정도에 입각해

부처님과 같이 행동하고

실천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강력계 형사반장 출신이 색소폰을 분다. 매주 목요일 오후만큼은 지역 노인들을 위해 대구지하철 2호선 서쪽 종점 문양역에서 수갑을 놓고 색소폰을 잡는다. 대구지방경찰청 달성경찰서 다사파출소장 양보석 경감. 대구지방경찰청 강력계 형사로서 ‘범인 검거율 1위’를 달리던 그가 청아하면서도 애틋한 음색으로 시민들을 위한 ‘행복 베풀기’에 열중한다. “여력이 있을 때 베풀어야 한다는 생각만하다가 직접 실천하면서 강력사건에 얽혀 일그러져 가는 나 자신의 행복을 찾았다.”

그를 찾은 지난 11일 다사파출소 출입구에는 ‘최우수 파출소 선정’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그가 강력계를 떠나 다사파출소장에 부임한 후 고객들의 치안 만족도 향상 조사에서 최우수 파출소로 꼽힌 것이다.

“형사반장 하다가 파출소에 와서 지역을 순찰하는데 지하철을 타고 오는 노년층이 종점인 문양역에서 내려 간단한 등산을 하고 돌아가는 시간대를 지켜보며 공허감을 채워드릴 뭔가를 해드려야 하겠다는 생각 끝에 공연무대를 준비하게 됐다.” 그는 모든 일에서 ‘뭔가 해드려야 한다’는 생각이 앞선다. 사회 첫 직장으로 시작한 경찰에서 곧장 강력계 폭력계 형사로서 범인 검거에만 몰입하게 되면서 그는 자신의 순수했던 과거로 돌아가고 싶었고, 그 ‘과거’는 조계종 종립 능인고등학교에서 몸에 훈습된 불교 수행이었다.

그의 선택은 절박한 순간에 이뤄졌다. 다름 아닌 조직폭력배와 맞서며 범인 검거를 위해 정면 돌파하는 강력계 형사의 어느 하루다. 10여 년 전 그는 경북 칠곡의 도덕암으로 향했고, 매주 주말 암자의 계곡에서 ‘수도생으로서 하룻밤’을 보내게 됐다. “여름철 계곡에서 가부좌 틀고 앉아 있어보면 아침녘 종아리부터 발 주변이가 마치 깨소금 뿌려 놓은 듯 모기가 물고 간 흔적이 남고, 겨울에는 침낭 하나에 온 몸이 얼어붙을 강추위와 씨름하며 얼굴만 내밀고 있다가 입술이 얼어붙기도 했다.”

그는 원래 정통 무도인이다. 공인 태권도 7단으로 경찰 내에서는 태권도 우승컵을 놓친 적이 없다고 한다. 53세인 지금도 앞차기로 허벅지를 자기 몸에 올려붙이는 단련을 거듭하는 그는 칠곡중학교와 능인고등학교에서 태권도로 선수생활을 했다. 현재 경찰 태권도 선수모임인 태경회 회장이고 공권도 5단, 합기도 5단 등을 겸비했다. 경찰무도대회 우승 기록도 갖고 있다.

그는 경일대학원 석사논문으로 ‘프로파일 분석’을 써 지능범죄 검거에 이론적으로도 진일보했지만, 애초 마약단속 살인강도 인질납치 사건 등을 전담하면서 잠시도 자신을 돌볼 틈을 찾지 못했다. “살인사건 범인 쫓느라 잠복근무하면서 나도 강력범죄 범인들과 비슷해진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래선 안 되겠다 싶어 곧장 칠곡의 암자로 올라가 기도하면서 학창시절을 떠올리고 불교 책을 다시 보기 시작했다.”

그의 파출소 사무실에 불교 책이 가득하다. 〈행복한 화엄경〉 〈잡아함경〉 〈부처님말씀〉 〈법구경〉 〈벽암록〉 등. 그는 이제 만나는 사람들에게 “그 위치에서 좋은 일 한번 해보시라”고 권한다. 그의 권유로 문양지하철역 공연에 새로운 보시물도 생겨났다. 그의 하심(下心) 권유에 지역민 중 일부가 ‘빵 공양’을 한 것이다. “노인층이 많은 공연 관람객들 중에 점심도 제대로 못 드시는 분들이 다수 있는 것을 알게 돼 자연스럽게 공양 분위기가 조성됐다.”

색소폰은 새로 배운 악기이고 학창시절엔 드럼을 쳤다. 늘 역동적인 스타일로 운동 음악 등을 즐기던 그는 이제 다도(茶道)와 새벽예불로 일과를 보낸다. 1986년 경찰에 투신하여 대구지방경찰청 폭력계, 강력계, 광역수사대 생활안전교통과 등 긴박한 수사업무 27년 경력의 베테랑 형사로 일관해 온 그의 내면은 독실한 불교 집안과 독학으로 일군 수행이 자리하고 있다.

그의 일과에는 업무상의 역동성과 이웃돕기로 실천되는 베풀기가 항상 겹쳐진다. 그런 일상을 그는 “인간의 몸으로 업(業)을 소멸하는 인과관계”라고 설명한다. 이웃을 위한 베풀기는 바로 인연법을 중시한 결과이다. 그래서 그에게 있어 행복은 고통스런 현실 업무 속에서 자신을 찾아가는 기도와 수행의 결실이다. “남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먼저 베풀어라”고 말하는 그는 그의 업무공간인 파출소조차 ‘이웃사랑터’로 변신시켰다. 기자가 방문하기 직전에도 10kg 쌀 포대 10여개가 지역 이웃들을 위해 나눠지고 있었다. 

양보석 경감의 이웃사랑실천 활동이 알려지면서 그가 소장으로 있는 다사파출소에는 이웃들을 위한 공양미가 심심찮게 들어온다.

이런 다사파출소 특유의 보시행이 유명세를 탄 것은 지난 5월7일 다사농협 2층 강당에서 열린 ‘효잔치’가 언론의 대대적 보도를 타면서 부터다. 이날 효도잔치는 다사파출소 직원들이 4.11총선기간 동원경비로 지급된 60여만원을 의미 있는 곳에 쓰자고 뜻을 모은 끝에 벌인 동네 잔치였다. 여기에 당연히 파출소장인 그가 사비를 보태고 행사가 커지니까 달성경찰서에서도 지원해 150여명 어르신들의 잔치가 됐다.

“당시 준비부터가 어려웠다. 독거인 78명의 명단부터 작성하고 직접 찾아가 잔치에 참여해달라고 일일이 말씀드렸다.” 처음에는 경찰서가 주관하는 ‘관제행사’에 대한 거부감이 일부 보여 마음고생도 했다. 여기에 ‘효 잔치’를 기획하며 성악가 무용가 연주자들을 초청하는 일에도 상당한 발품이 필요했다. 다행이 그날 ‘효’ 행사가 동네어른들에게 주효한 것은 경찰관들이 자리안내.다과준비.점심배식.기념품 포장과 배포 등을 파트별로 나눠 일사분란하면서도 친절하게 진행한 결과였다. 이에 대한 호평이 이어졌고, 이는 대구지역 방송과 언론매체의 평판으로 이어졌다.

“결국 하심(下心)이다. 그 위치에 있을 때 남을 위해 좋은 일하는 것이 ‘하심’ 아니겠는가.” 그가 수행처를 찾을 당시 칠곡 도덕암 주지였던 성대스님은 그의 베풀기에 대해 “각별하고 천성적인 것이 있다”고 말한다. “당시부터 겨울철이 되면 어려운 학생들에게 옷가지를 구입하여 나누어주고 방학기간에는 쌀과 라면을 아무도 모르게 보내며 어려움을 함께 한 것이 벌써 25년이 흘렀다.”

어떤 계기가 있었을까. “25년 전 부인이 청송 파천초등학교에 교사로 재직하고 있었는데 어린 학생들에게 지하도를 아무리 설명해도 잘 모른다는 대답이 돌아온다는 말을 집에 와서 해 아예 학생 전원을 대구로 오도록 해서 직접 동성로 지하도를 구경시키고 백화점, 달성공원도 둘러보게 하고 내친 김에 대구시내 1박한 후 돌려보낸 적이 있다.” 양 경감은 이후 학생들이 받은 느낌이 처음 자신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높다는 것을 알게 됐고, 이를 겪으며 ‘베풀기’가 인연법에서 얼마나 소중한가도 깨닫게 됐다. “그 일을 계기로 어려운 학생을 남몰래 돕게 되었는데 주로 부모의 이혼으로 할머니 밑에서 자라는 어린 학생들에게 겨울방학에 옷가지 등을 익명으로 보냈다.”

성대스님은 그가 장애인 돕기에도 적극적이라고 말한다. “양 경감이 장애인 돕기 자선 바자와 도자기 전시회 등을 네 차례나 열었으며, 여성장애인 재활단체 ‘달서들꽃마을’ 등 여러 곳을 오랜 기간 돌보고 있다.”

양 경감에게 불교와의 만남은 자신을 성찰하고 나눔의 기쁨을 알게 한 결정적 계기를 마련해줬다. “소망하는 바를 이루고 싶고 성취를 원한다면 기도하고 명상해 보자. 기도라는 것은 부처님을 믿거나 예수님을 믿는 것이 아니라 팔정도에 입각해 부처님과 같이 행동하고 실천하는 것이다. 자신의 원력을 부처님의 가르침에 맞추어 생활해보면 밝고 아름다운 사회를 만드는 것은 바로 이웃에 대한 관심과 봉사”라고 말한다.

성대스님은 이런 양 경감의 ‘베풀기’를 무주상보시의 실천이라고 말한다. 특히 그가 MBC 프로그램 ‘TV특종 놀라운 세상’에서 방영된 희귀석인 경면주사(鏡面朱砂) 300kg의 실 소유자로 알려진 것과 관련, ‘무주상보시로 행복 나누기’의 배경으로 설명한다. 양 경감은 이와 관련, “할아버지대로부터 물려받은 유산”이라면서 “전 세계적으로도 희귀석이고 불교에서는 달마대사 이래로 귀하게 쓰이는 만큼 소중하게 관리한다”고 말했다.

대구의 보이차 모임인 다연회 회장이기도 한 그는 “차는 사리분별을 깊게 하고 마음의 안정과 평온을 주기에 불문(佛門)에 귀의한 사람들이 차를 가까이 하는 것도 수행 도반을 널리 만들고 행복을 증진하는 길이 될 것”이라며 봉사와 나눔에서 차의 유용성 소개도 적극적이었다.

 

 

 

 

■ 양보석 경감은 …

매주 목요일 오후2시경부터 대구 지하철 2호선 서쪽 종점 문양역에서 색소폰 공연을 열고 있는 양보석 경감은 대구 능인고를 나와 해병대에서 의장대로 복무했고, 대경전문대와 경일대학원 석사과정을 마쳤다. 1986년 경찰에 투신, 대구.경북 지방경찰청 폭력계 강력계 광역수사대 등에서 주로 수사업무를 해왔으며 지금은 달성경찰서 다사파출소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다사파출소는 지난 3월 학교폭력 예방교실을 모범적으로 운영하고 학교폭력예방 동영상을 직접 제작해 언론의 호명을 받았고 지난해 ‘치안 최우수파출소’로 선정됐다.

[불교신문2931호/2013년7월2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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