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 사회복지재단 산하 시설장 워크숍 토크 콘서트

 

불교복지 발전을 위한

성찰과 전망을 주제로

 

시설장 스님 및 재가자

허심탄회하게 의견 개진

지난 18일 공주 전통불교문화원에서 열린 조계종 사회복지재단 산하 시설장 워크숍 토크 콘서트 모습. 신재호 기자

불교사회복지의 리더들이 현장에서 느낀 고민들을 함께 나누고 불교복지의 발전을 모색하는 토론의 장이 마련됐다. 바로 조계종 사회복지재단(대표이사 자승스님, 조계종 총무원장)이 산하 시설장들을 대상으로 마련한 불교사회복지 발전을 위한 토크 콘서트. 지난 18일 공주 전통불교문화원에서 열린 산하 시설장 워크숍에서 진행된 토크 콘서트는 워크숍에 참가한 100여 명의 시설장 스님과 재가자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는 자리였다.

‘불교사회복지 발전을 위한 성찰과 전망’을 주제로 열린 토크 콘서트에서는 △투명한 시설 운영을 위한 방안 △구성원들의 화합을 이끌어 내기 위한 직장문화 조성 방안 △전문성을 확보해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방안 등 복지현장에서 느끼는 고민들을 주제로 토론이 펼쳐졌다. 사회를 맡은 일산노인종합복지관장 성화스님은 “토크 콘서트는 허심탄회한 좋은 자리다. 논의된 이야기들이 사회복지 현장에 전달돼 부처님 가르침에 입각한 사회복지 실천에 이바지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콘서트의 문을 열었다.

콘서트에서는 특히 복지시설 구성원들의 화합을 이끌어 내기 위한 직장문화 조성 방안에 대해 다양한 현장 경험들이 쏟아졌다. 무엇보다 참가자들은 구성원의 ‘신뢰’와 ‘소통’이 중요하다는데 뜻을 같이했다.

종로노인종합복지관장 정관스님은 “조직 관리에서 있어 소통을 많이 하려고 한다. 소통을 통해 직원들이 정체되는 일이 없도록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으며, 옥수종합사회복지관장 상덕스님은 “직원들을 운영지원사찰로 초대해서 함께 법회를 보기도 하고 사찰 순례를 가기도 하는 등 인간적인 면을 중요시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직원들과 신뢰를 쌓을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일산노인종합복지관장 성화스님은 “스님이 시설장인 경우 직원들을 신도로 착각해 마치 신도들을 다루듯이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항상 직원을 존중하고 직원들과 소통해야만 좋은 시설을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시설을 운영해 달라”고 당부했다.

임도영 서울 영등포보현의집 시설장은 “처음에는 직원들이 맥도 없고 자신감도 없어보였다. 무엇보다 직원들에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조계종 복지재단 산하시설에서 활동한 자긍심을 갖도록 중점을 뒀다”고 경험을 소개한 뒤, “지금은 매월 적극적으로 각종 공모사업에 참가하고 있고 매사에 자신감을 갖고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독선적인 시설 운영을 경계해야 한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공상길 신길종합사회복지관장은 “시설장과 직원의 입장은 차이가 있다. 직원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한다”며 “직원들에게 복지시설 경험을 통해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도록 해주고 사회복지의 리더가 될 수 있는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것이 조직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서울 광진노인종합복지관장 화평스님은 “언제까지 사회복지사가 봉사하는 직업으로만 기억돼야 하는가”라고 반문한 뒤 “사회복지사들의 이직률이 가장 높다. 이들이 직업군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기본적인 것들은 법인에서 책임을 지고 운영지원사찰에서 지원과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복지시설 투명성 강화에 대한 의견도 제기됐다. 영주장애인복지관장 도륜스님은 “지원이 열악한 시설의 경우 시설장이 자원이나 후원금을 끌어와서 운영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받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투명성을 위협하는 유혹이 생긴다”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 외부자원과의 연계가 중요하고 특히 운영지원사찰, 지역사회의 유대와 소통이 강화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고

기관장으로서 늘 나를 단련하고 성찰한다

이른 새벽, 센터로 향하기 전 예불을 드리며 오늘 하루, 나는 불교인으로서, 한 기관의 관장으로서 어떤 언행과 생각 그리고 몸가짐으로 보낼 것인가를 떠올린다. 노인복지현장에서 불교사회복지를 실천하기 위해 스스로를 되돌아보며 다짐하는 시간이다.

오전 7시 센터에 도착해 센터 주변부터 살핀다. 이른 아침에도 밤새 센터가 그리웠던 몇몇 어르신을 만나면 마치 고향 사람을 만난 것처럼 환하게 웃어주신다. 어르신을 맞이하며 밤새 안녕히 주무셨는지, 별 일은 없으셨는지 표정 하나, 움직임 하나를 꼼꼼히 살펴본다. 서울노인복지센터 관장이 되면서 틈이 나면 수시로 하는 것이 바로 라운딩이다. 뭔가 말을 걸고 싶은데, 우물쭈물하던 어르신에게 먼저 다가가 살뜰히 말을 건다. 가끔 내 법명을 ‘기쁠 희’라고 다른 어르신에게 알려주시며 으쓱해하시는 어르신도 있어 즐겁기도 하다. 그만큼 이제는 나를 관장으로 알아봐주시고, 친근하게 느껴주시는 것 같아 그마저도 감사할 따름이다.

오늘 회의의 안건은 직원들의 복리 후생에 대한 이야기다. 센터 리모델링 공사 이후, 직원들의 야근이 잦아지고, 어르신들의 민원도 많아지면서 직원들의 소진이 많다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직원들이 일을 즐겁게 할 수 있을까? 항상 고민이다. 회의결과 수요일은 ‘휴의 날’로 정해 직원들을 의무적으로 일찍 퇴근시키도록 하기로 했다.

오늘도 후원금을 전달하는 모 기업의 장과 차담이 있다. 오늘 찾아온 기업은 좀 특별하다. 처음에는 단순히 직원들의 정해진 봉사시간을 위해 센터에 봉사를 하러 왔었다. 봉사를 하며 센터 사업의 가치를 알아봐주었고, 어르신을 만나면서 그간의 생각이 편견이었음을 깨달았다고 한다. 더 좋은 사업으로 보답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마침 식당에서 정성스런 냄새가 모락모락 나면서 어르신들과 함께하는 식사를 하러 간다. 재밌었던 일, 힘들었던 일, 오늘은 여기가 아프다, 며느리가 이래서 서운하다, 센터는 이런 건 좀 고쳐야 된다는 둥 사는 이야기를 들으며 먹는 점심은 하루 중 가장 의미 있는 시간이 아닐까 싶다.

역사 따라 전통문화답사 기행을 떠난 어르신이 센터에 무사히 도착했다는 소식을 듣고 한걸음에 달려가 맞이한다. 마치 재미있었던 소풍일과를 엄마에게 종알종알 이야기하는 아기처럼 다니는 길에 무엇을 보았고, 어떤 것이 제일 재미있었는지를 설명하는 어르신의 모습이 마냥 흐뭇하다. 그렇게 어르신의 나들이를 격려하고 집으로 돌아가시는 뒷모습을 끝까지 바라본다.

오늘 하루 각자의 자리와 역할에서 수고한 직원들과 차를 마신다. 그들 하나하나가 일궈낸 성과의 벽돌들을 바람에 무너지지 않고 튼튼히 쌓아 따뜻한 보금자리가 될 수 있도록 큰 그림으로 조율하는 것이 바로 나의 역할이다. 오늘 하루 있었던 어려움이나 느낀 점을 들을 때면, 불교와 복지가 참 많이 맞닿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분별심 없이 직원과 어르신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그 마음을 이해하고 헤아릴 수 있도록 기관장으로서 늘 나를 단련하고 성찰한다.

■ 주요 시설장 인터뷰

“정보교류와 소속감 높일 수 있는 계기” 

“복지재단 산하 시설장들이 한자리에 모여 정보도 교류하고 어려운 점도 함께 나누며 자연스러운 소통의 공간이 된다는 점이 시설장 연수가 갖는 의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와 함께 평소에는 잘 느낄 수 없었던 소속감, 조계종과 불교 복지법인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자긍심을 확인하는 계기가 됩니다.”

서울 광진노인복지관장 화평스님〈사진〉은 시설장 워크숍의 의미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화평스님은 불교계가 복지 후발주자로서 눈부신 성장을 이뤘지만 한 단계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불교 복지 프로그램의 개발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복지 현장에서 직접적으로 종교적인 측면을 강조할 수는 없더라도 불교문화, 불교복지의 정체성을 알릴 수 있도록 불교와 연계한 다양한 복지 프로그램들을 만들어 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를 위해서는 “시설장이 어떤 마인드를 가지고 시설을 운영해 가느냐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또 “시설장 워크숍도 종합복지관, 노인 및 장애인 복지관, 어린이집, 재가시설 등 다양한 유형별로 세부적으로 시간을 나눠 실질적인 고민들을 나누고 논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불교복지가 어떤 역할을 하느냐에 따라 사회가 바라보는 불교의 이미지도 높일 수 있고, 일반인들에게 불교를 알릴 수 있는 훌륭한 포교 방법이 될 수 있다”는 화평스님은 “워크숍을 통해 느낀 점들을 현장에 돌아가서 사회를 향해, 중생들을 위해 적극적으로 표현해 달라”고 말했다.

 

 “불교복지 네트워크 구축과 교류의 장 역할”

“불교계가 사회복지를 시작한 것이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빠른 시일 내에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복지재단의 역할이 컸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시설장 워크숍을 통해 산하 시설들이 정보도 교류할 수 있고 네트워크를 구축해 전체적인 불교복지의 방향성을 갖고 활동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공상길 신길종합사회복지관장은 불교복지의 네트워크 구축을 시설장 워크숍의 의미로 꼽았다. 후발주자였던 불교복지가 성장하고 영향력을 갖출 수 있었던 주요 원인으로 복지재단과 시설장 워크숍과 같은 소통의 장이 큰 역할을 했다는 뜻이다.

“다른 복지시설과 비교했을 때 네트워크가 강하고 의사소통이 빠르다는 점이야말로 불교복지시설의 강점”이라는 공상길 관장은 “앞으로 시설장 워크숍이 소통의 장으로서 역할을 강화할 수 있도록 분과모임과 같은 자리가 많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교육시간 못지않게 재단 산하시설 유형별로 분과모임을 강화해 실질적인 소통의 장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어 공상길 관장은 불교복지가 한 단계 더 성장하기 위해 취약한 인적자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를 위해 공 관장은 “불교와 사회복지, 자원봉사를 연계한 대학 동아리를 지원하고 활성화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며 “앞으로 불교복지를 담당할 인력을 만들어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불교신문2931호/2013년7월24일자]

공주=엄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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