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국사와 석굴암

해인사 장경판전이 지니고 있는

세계문화유산 등재의

가장 중요한 기준인

탁월한 보편적 가치가 무엇인지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오직 등재에만 관심이 있었지

등재된 이후에 우리 불교계가

세계적으로 탁월한 가치를 지닌

성보문화재를 활용한 적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세계문화유산, 잘 관리되고 보존되고 활용되고 있는가? 지난 7월3일부터 5일까지 3일간 개최된 ‘2013 제주 세계유산포럼’에서 내 머리 속에 감돌던 화두다. 세계유산포럼은 매년 문화재청과 세계유산이 있는 지방자체단체가 주최하고 (사)유네스코 한국위원회가 주관하는 행사다. 올해는 세계자연유산을 가지고 있는 제주특별자치도에서 개최되었으며 ‘세계유산의 등재 경향과 우리나라 세계유산 보존관리의 쟁점’이 주제였다.

지금,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들은 지역문화유산을 어떻게 하면 세계유산화 시킬 것인가에 관심을 두고 있다. 우리는 항상 그래왔듯이 세계유산 등재라는 목표가 달성되면, 그 다음 어떤 문화유산을 등재할 것인가에만 관심을 둔다. 이번 포럼에서는 세계유산의 성격이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 세계유산이 되기 위해서 어떤 조건을 갖추어야 하는지, 어떤 준비과정을 거쳐서 세계유산으로 등재되는지, 그리고 이미 등재된 세계유산을 어떻게 보존할 것인지에 관한 내용을 주로 다루었다.

우리 성보문화재 중에서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불국사와 석굴암, 해인사 장경판전도 쟁점의 대상이었다. 이들 성보문화재는 세계문화유산이기에 앞서 스님들이 살면서 수행하는 공간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무엇보다도 잘 관리되고 보존되어야 한다. 또한 세계문화유산으로서 지닌 가치를 잘 활용하여 우리나라 뿐만아니라 세계인에게 한국불교가 얼마나 대단하였는지를 적극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이들 성보문화재가 잘 관리되고 보존되고 활용되기 위해서는 그 속에서 수행하는 스님들의 세계문화유산에 대한 인식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출가자 본연의 입장에서는 성보문화재의 세계문화유산 등재가 속가의 일이라고 치부해 버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불자의 노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현실에서 세계문화유산으로서의 성보문화재는 불교에 대한 청소년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향후 한국불교가 더욱 발전하기 위해서는 불교에 대한 청소년들의 긍정적인 인식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그들의 인식을 유도하는 것은 어려운 교리보다 시각적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세계문화유산일 것이다. 어떤 관점에서는 세계문화유산이야말로 불교와 청소년들을 이어줄 수 있는 가장 좋은 매개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불국사와 석굴암, 해인사 장경판전이 지니고 있는 세계문화유산 등재의 가장 중요한 기준, 즉 탁월한 보편적 가치(Outstanding Universal Value)가 무엇인지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오직 등재에만 관심이 있었지 등재된 이후에 우리 불교계가 세계적으로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지닌 이들 성보문화재를 활용한 적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저 절을 찾는 사람들은 세계문화유산이라는 것만 확인할 뿐 정작 어떤 가치를 지니고 있는지는 모른다.

다행히도 우리 성보문화재가 가진 세계문화유산로서의 가치를 인식시키고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이 불국사와 해인사에 있다. 불국사 성보박물관과 해인사 성보박물관이 그러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적어도 이들 성보박물관은 상설전시를 통하여 이 절이 어떠한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지녀서 세계문화유산이 되었는지 보여줄 필요가 있다.

아울러 정기적인 프로그램을 통하여 청소년들에게 그 가치를 교육시킬 필요가 있다. 적어도 그들은 성보문화재보다 세계문화유산에 더 호감을 가지지 때문이다.

[불교신문2928호/2013년7월1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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