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에 기립하다

 

                                                                     이수익

내 몸의 일부는 당신의 것이다

당신과 함께 나눈 음식,

내 몸의 일부는 당신의 것이다

당신과 함께 나눈 대화,

 

당신은 달처럼

나도 달처럼

 

멀리 떨어져서 더욱 환히 보이는

생각,

푸른 추억의 빵 하얀 스푼

한 시인은 달을 “꽁꽁 뭉친 주먹밥”이라고 말했지요. 달을 누군가 쏟아놓고 간 흰 밥이라고도 했지요. “추억의 반죽 덩어리”라고도 했지요. 달은 그렇게 우리 영혼의 식구(食口)가 되어 시간의 식탁에 함께 둘러앉습니다. 시인은 지금 누군가를 애절하게 그리워합니다. 시인이 그리워하는 그는 만월(滿月)처럼 시인의 가슴에 가득합니다. 시인은 지나간 때에 그와 밥을 나누었고, 말을 나누었습니다. 지금은 “멀리 떨어져서” 서로에게 간격이 있습니다. 그 간격에는 협곡이 자리 잡고, 긴 강이 흐르고, 굴곡이 생겼고, 하염없이 나눌 밥과 대화가 쌓여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시인은 그 ‘떨어져 있음’을 수긍합니다. 오히려 이제 “더욱 환히 보이”게 되었다고 말합니다. 그것은 아마도 시인과 그가 한때 ‘빵’과 ‘티스푼’이 놓인 둥근 테이블에 함께 둘러앉아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불교신문2928호/2013년7월1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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