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선-보조-진각-벽암-금오-구산 … 역대 조사들의 수행처

 3년 무문관 결사 마친 주지 정륜스님

전남道 광양시 지원으로 불사 안간힘

 

광양 상백운암 주지 정륜스님이 폐사 직전에 놓인 인법당을 바라보고 있다. 인법당에는 전 종정 서옹스님이 친필로 쓴 현판(上白雲庵)이 걸려 있다.

차량진입 불가능한

해발 1040m 고지대

태양광 전기 연결

개.신축 동참 ‘호소’

한국불교 역대 조사들의 수행 발자취가 오롯이 서린 광양 백운사 산내암자인 상백운암이 폐허 직전의 상황에 놓여 안타까움을 전하고 있다. 백운산 정상아래 위치한 상백운암은 신라시대 이후 근.현대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고승대덕들이 용맹정진했던 수행처로 이름을 떨쳤지만 지금은 그 말이 무색할 정도로 초라하다.

지난 6월27일 백운사에서 도보로 1시간 정도 오르자 낡고 오래된 양철 슬레이트 지붕으로 된 건축물이 시야에 들어왔다.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위태로운 모습의 벽면과 여기저기 널린 깨진 기와장, 나뭇가지들만이 세월의 무상함을 느끼게 했다. 주변에 무성하게 돋아난 잡초와 돌들은 문명의 이기를 비켜가기라도 한 듯 과거의 시간 속에 멈춰 있었다.

오랜 세월 비바람의 영향으로 지붕에서는 물이 새고 기둥은 썩어 있었다. 지난해 태풍피해까지 입어 벽은 균열이 가 있거나 무너지는 등 크고 작은 생채기의 흔적들이 역력했다. 하지만 복구는 엄두조차 낼 수 없다. 해발 1040m의 고지대까지는 차량진입이 불가능해 건축 자재의 운반이 어렵기 때문이다.

2년 전 태양광 발전기가 설치돼 전기 공급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이전까지만 해도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촛불을 밝혔다. 또한 기본적인 연료나 식료품 등 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물품 조달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주지 정륜스님은 이런 악조건 속에서도 상백운암을 묵묵히 지키고 있다. 스님은 지난 2008년 계룡산 대자암 무문관에서 3년 결사를 회향했다. 이후 전국의 제방에서 수행하다 직지사 천불선원 하안거 결제를 마치고 상백운암으로 들어왔다. 스님은 현재 이곳에서 홀로 수행정진하고 있다.

스님에겐 한 가지 목표가 있기에 모든 것이 열악한 산간 중턱에서의 수행에 흔들림이 없었다. ‘상백운암의 재조명과 중흥.’ 정륜스님은 상백운암의 옛 명성 되찾기에 나서고 있다. 상백운암 복원의 밑그림은 폐허 직전에 놓인 인법당 및 요사채의 개축과 공양간, 조사전(영정각)의 신축 불사다. 다행히도 올해 전남도와 광양시가 3억원의 예산 지원을 약속했다. 하지만 이는 인법당 한 채만 가까스로 불사할 수 있는 비용이어서 완벽한 복원은 어렵다.

스님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다른 전각의 복원까지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최대 걸림돌은 운송비다. 지리적 특성상 헬기 외에는 건축자재 운송 수단이 없어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다. 여기에 건축자재비와 인건비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상백운암의 복원을 위해 사부대중의 동참이 절실히 요구된다. 정륜스님은 “상백운암은 호남정맥의 최고봉인 백운산에 자리해 예로부터 ‘주천하길지(周天下吉地)’라 했다”면서 “종교를 떠나 역사 유적과 한국 불교문화의 원형인 상백운암 복원에 사부대중 모두가 힘을 모아 달라”고 호소했다.

상백운암은 백운사의 산내 암자로 제19교구본사 화엄사 말사. 신라 말 도선국사가 처음 움막을 짓고 수행한 이래로 고려시대(1181년) 보조국사 지눌스님이 중창하고 혜심국사 진각스님이 법을 인가받았다고 전해진다. 조선시대에도 중건과 소실, 중창이 반복됐고, 근대에도 여순사건으로 경찰에 의해 소실됐다가 1957년 구산스님이 임시 인법당을 지은 이래 현재의 모습으로 남아있다. 조선조에는 팔도도총섭(八道都摠攝) 벽암각성 선사 등이 수행했고 근래에는 금오스님, 구산스님, 활안스님 등 수많은 고승대덕들이 정진했다.

[불교신문2928호/2013년7월1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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