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의 불’ 구법순례기 <4.끝>

 

네팔 룸비니에서 채화한 ‘평화의 불’은 설산과 거친 사막, 서해를 건너 ‘분단의 벽을 넘어 평화를 꿈꾸다’를 주제로 지난 5월2일 임진각 평화누리 광장에 설치된 채화경에 마침내 점화됐다.

 

이날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스님은 법어를 통해 “선묵스님이 민족간의 갈등을 치유하고 한민족이 항구적인 평화의 길을 모색하기 위해 어려운 고행 길을 택해 평화의 불을 이곳 임진각까지 이운한 것을 계기로 남북간 긴장은 완화되고 한반도에 평화가 정착되리라 믿는다”고 기대했다. 또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축하메시지에서 “이 뜻깊은 행사가 원만히 회향되어 한반도와 세계평화의 물결을 조성하고 유엔 참전군인과 전쟁으로 유명을 달리한 이들에 대한 추모와 화해, 용서와 교류의 장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소납은 정전 60주년을 기념해 ‘평화의 불’ 이운 법회를 봉행한 뒤, 일심광명 무지개가 지상에서 일자(一字)로 하늘로 솟구치는 것을 참석한 모든 분들과 함께 바라보면서 불보살님의 가피를 느꼈다. 지상에서 솟구친 이 무지개를 보고 남북은 둘이 아닌 하나라고 생각했다. 때론 간절함이 그런 생각을 낳게 하는가 보다. 더구나 한 달 전 북한이 먼저 남북당국회담을 제의해와 한편으론 마치 ‘평화의 불’ 이운 계기로 북한이 마음을 돌린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마저 들었지만 또 다시 작은 암초에 부딪힌 것을 보니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종교인의 한사람으로서 매우 안타까웠다.

1700여 년 전 부처님의 가르침이 전해진 한반도에 자비사상을 기반으로 평화가 정착되고 또한 우리 ‘108산사순례기도회’가 북한지역에 있는 아름다운 천년고찰에 순례갈 수 있도록 간절하게 기도를 계속하기 위해 5월10일에는 호국참회도량 도선사에 ‘평화의 불’을 봉안하고 불자들과 함께 ‘한반도 평화정착 발원과 국태민안 평화기원 108염주를 만드는 108기도’에 들어갔다.

‘간절함은 그 어떤 절박함도 뛰어 넘는다’는 말이 있다. 혜초스님이 구법순례 길을 떠났을 때의 그 마음처럼 수만리를 거쳐 ‘평화의 불’을 가지고 임진각으로 돌아왔을 때 남북평화가 다시 이어지기를 간절하게 원했다. 더구나 남북경색이 조금이라도 풀어지는 조짐이 일어났을 때 기쁨은 이루 말 할 수 없었다. 소납의 간절함처럼, 우리 국민들의 마음도 그랬을 것이다. 물론, 남북당국회담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지만 곧 재개가 되리라 굳게 믿고 있다.

남북평화에도 많은 인내가 필요하다. 분단이 된지 60여 년을 기다려 왔는데 참고 기다리면 반드시 평화가 와서 우리 108산사순례기도회가 북한지역에 있는 신계사와 보현사, 성불사 등도 갈 수 있으리라는 믿음을 항상 가지고 있다.

원래 하나였던 우리는 그동안 너무 오랜 세월 동안 둘로 갈라져 살아왔다. 함께 살아야 할 사람은 살아야 한다. 우리 민족 또한 그렇다. ‘108산사순례기도회’의 회향을 위해서라도 북한지역에 있는 사찰 등을 반드시 순례하여 북한에 있는 전 사찰에 평화의 불을 분양하고 싶은 것이 소납의 소망이다.

꽃피고 새가 우는 아름다운 금강산에 우리 ‘108보현행원’들이 순례를 가서 ‘평화의 불’을 밝히고 기도하는 그날이 간절히 기다려진다.

[불교신문2928호/2013년7월1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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