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29년 각황사 ‘포교문’ <전문>

1929년 조선불교선교양종승려대회가 개최해 종단 체계를 갖춘 불교계는 조선박람회 기간을 맞아 200만매의 포교문을 배포한다. 군산 동국사 주지 종걸스님이 입수해 본지에 공개한 각황사 포교문(布敎文.사진) 전문은 다음과 같다. 당시 표현을 살리면서, 불가피한 경우만 현대적 용어로 바꿨다. 큰제목과 소제목, 사진은 편집을 위해 첨부했다. <편집자>

 

천상천하에 다시 비할 수 없는 우리 석가여래부처님께서는 이제로부터 3천년되는 옛날에 인도가비라국(印度迦毘羅國)이라는 나라에 황태자로 탄생하시었습니다. 그리하여 왕국에서 크시면서 무량한 복락을 받으시다가 19세 되시는 해에 돈연(頓然)히 깨치신 바가 계시여서 국성(國城)과 처자(妻子)를 꿈같이 내버리시고 설산(雪山)에 들어가시여서 무량한 고생을 하시다가 30세 되시든 해에 대도(大道)를 깨치시고 부처님이 되시였습니다. 부처님이란 말은 깨달은 성인이란 뜻입니다. 그럼으로 불교(佛敎)란 두 글자의 뜻도 어리석은 자에게 깨침을 가르친 종교(宗敎)라는 뜻입니다.

그러면 부처님께서 무엇을 깨치라고 하셨나요. 팔만대장경(八萬大藏經)이 생기도록 여러가지로 말씀하신 바가 많이 있지요만은 그 가운데 가장 쉬운 법문을 하나 말씀해 드리겠습니다. 우리 부처님께서는 우리 몸에 열 가지의 악한 것이 있다고 말씀하시고 열 가지 착한 법을 닦으라고 하셨습니다. 이제로부터 열 가지 악한 것부터 말하고 다음에 열 가지 착한 법을 말하겠습니다.

대저 우리 몸에 숨어있는 악한 것을 해부(解剖)하여 볼 것 같으면 몸과 입과 마음의 세 가지에 나눠서 볼 수가 있는데 몸에는 세 가지 죄악이 있고 입에는 네 가지 죄악이 있고 마음 뜻에는 세 가지 죄악이 있습니다. 그래서 도합 열 가지의 죄악이 우리 몸에 숨어 있습니다.

첫째 몸에 세 가지 죄악이 있다함은 몸으로 살생(殺生)하고 도적질하고 사음(邪淫)하는 것입니다. 세상에 못된 사람들이 살인하고 절도하고 강간을 일삼다가 마지막에 붙잡혀서 형벌을 당하고 감옥에 가서 고생을 하게 되는 것은 이와 같은 세 가지 죄악을 행한 까닭입니다. 둘째 업에 네 가지의 죄악이 있다함은 우리가 입으로써 망어(妄語,거짓말)하고 양설(兩舌,이간질)하고 악구(惡口,악담)하고 기어(綺語,꾸미는 말)하는 것입니다. 세상사람 가운데 싸움이 잦고 사기(詐欺)가 많은 것은 이와 같은 거짓말과 이간질과 악한 말과 꾸미는 말을 쓰는 까닭입니다. 셋째 뜻에 세 가지 죄악이 있다함은 뜻으로써 탐내고 성내고 어리석게 구는 것입니다. 세상사람 가운데 서로 빼앗기고 다투고 음해하는 것은 다 뜻으로써 탐하는 허욕(虛欲)이 쉬지 아니하여 탐하다가 뜻대로 아니 되면 성내고 싸우고 싸우다가 어리석게 사람을 죽이고 필경 제 몸까지 망치는 것입니다.

그럼으로 부처님께서는 중생의 몸 가운데 이와 같이 열 가지 악한 것이 있음을 발견하시고 열 가지로 착한 일을 행하라고 하였습니다.

■ 열 가지 착한일

그러면 열 가지 착한일은 무엇인가요. 첫째는 불살생(不殺生)이니 무엇이든지 죽이지 말라는 것입니다. 이 세상에 산 물건은 무엇이든지 죽지 아니하고 살려고 하는 것이 사람과 똑같습니다. 그런즉 내가 죽기 싫은 일을 남더러 하라하고 죽여서야 될 수가 있겠습니까. 그럼으로 모기 한 마리며 풀 한포기라도 사랑하는 마음을 두어서 함부로 죽이지 말라는 것입니다. 이 마음이 철저하면 더욱이 사람사이에는 어진 사람이 되며 군자성인이란 말을 듣게 되는 것입니다.

둘째는 불투도(不偸盜)이니 나의 분에 당한 물건이 아니거든 취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그럼으로 부처님께서는 바늘 한 개 실 한파람이라도 주지 않는 것을 취하면 도적질하는 것이라 하시였습니다. 속담에도 바늘도적이 황소도적이 된다고 하였거니와 털끝만큼이라도 검은 마음이 있으면 그것이 커져서 여러 사람을 불안케하는 도적이 되고 마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제 몸만 망칠뿐 아니라 부모형제와 처자에게까지 루(累)를 끼치게 합니다. 그런즉 이 도적마음을 아주 끊을 것 같으면 곧 요순과 같은 어진 성인이 될 수가 있는 것입니다.

셋째는 불사음(不邪淫)이니 자기의 처(妻)나 가장(夫)이 아닌 다른 사람과 같이 정을 통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세상 사람들이 가정에 평화(平和)를 파괴하게 되는 것은 대개 남녀간에 정조를 지키지 못한 까닭입니다. 누구든지 남녀간에 정조만 잘 지키면 부부는 일생에 화목하게 지내며 자손에게도 모범을 주게 되는 것입니다. 위에 말한 세 가지가 몸에 따른 것이라 몸을 잘 지켜야 하겠습니다. 그럼으로 부처님께서 특히 말씀하시되 몸은 재앙의 근본이니 몸을 지키되 보배와 같이 지키라고 하셨습니다.

넷째는 불망어(不妄語)이니 거짓말하지 말라는 것이요 다섯째는 불기어(不綺語)이니 언족이식비(言足以飾非)로 꾸며서 말하지 말라는 것이요 여섯째는 불량설(不兩舌)이니 여기서는 저기 말을 하고 저기서는 여기 말을 하여 이간을 붙이지 말라는 것이요 일곱째는 불악구(不惡口)이니 입에 못 담을 욕설 같은 악독한 말을 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세상사람 가운데 항상 치신을 잃고 신용을 잃고 시비가 많고 구설이 많고 재난이 많은 자는 남녀간에 입을 잘 단속하지 못한 까닭입니다. 그럼으로 부처님께서 특히 말씀하시되 입은 앙화의 문이니 입을 지키되 병(甁)과 같이 하라고 하시였습니다.

여덟째는 불탐욕(不貪慾)이니 의(義)에 당치 않거든 취하지 말며 예(禮)에 당치 않거든 보지 말라는 말입니다. 바꿔서 말하면 공연히 허영과 허욕에 끌리어서 당치 아니한 것을 탐심내고 기염부리지 말라는 것입니다. 세상 사람의 실패는 대개 제 분에 당치아니한 것을 바라고 구하는 까닭입니다. 그저 분을 지켜서 족한 줄로 알면 모든 일이 다 평안한 것입니다. 아홉째는 불진에(不瞋?)이니 무엇이든지 뜻대로 아니되며 마음대로 아니된다고 성내고 분내지 말고 잘 참아서 평화스럽게 하라는 것입니다. 착한 사람이 되고 악한 사람이 되는 것은 한 생각을 잘 돌리고 못 돌리는 곳에 있는 것이니 사람을 욕하고 때리고 죽이며 집을 헐고 불 지르는 것도 성내고 분심 내는 순간에 있는 것이요 사람을 사랑하고 두호하고 구제하는 것도 착한 마음으로 돌이키는 한 생각에 있는 것입니다.

열째는 불우치(不愚痴)이니 항상 지혜를 닦아서 옳은 일을 행하고 어리석은 일을 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사람이 지혜가 있어서 옳고 그르며 바르고 바르지 못한 것을 얼른 알아차려서 옳은 일만 행하면 도덕과 윤리도 말할 것 없고 법률도 쓸데 없겠지마는 그렇지 못하고 항상 어리석게 그른 것도 옳다고 생각하고 삐뚠 것도 바르다고 생각하여 제 마음대로 하기 때문에 여러 가지 일이 생겨서 고통을 받고 번민을 가지고 구속을 받게 됩니다. 위에 말한 세 가지가 뜻에 해당한 것입니다. 그럼으로 부처님께서 말씀하시되 마음을 맑히되 물과 같이하고 뜻을 밝히되 달과 같이하라고 하시였습니다.

 

■ 열 가지 악한일 

사진은 1937년 조계사 대웅전 건립 당시 모습. 오는 8월11일까지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불교중앙박물관에서 볼 수 있다.

그리고 부처님께서 말씀하시되 열 가지 착한 일을 닦지 아니하고 열 가지 악한 일만 행하면 죽어서는 물론 무간지옥(無間地獄)에 들어가서 고생하고 지옥에서 벗어나더라도 아귀(餓鬼)와 축생(畜生)의 보(報)를 받거니와 축생보를 다하고 인생(人生)에 태어나더라도 오히려 업보가 중하기 때문에 두 가지 식의 과보(果報)를 받게 된다고 하였습니다.

이것을 차례로 말할 것 같으면 살생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지옥에 갔다가 다시 사람이 되더라도 첫째는 목숨이 짧아서(?) 일찍이 죽고 둘째는 병이 많아서 일생을 병속에서 고생하며 도적질하기를 좋아하던 사람은 지옥에 갔다가 다시 인생에 태어나더라도 첫째는 가난뱅이의 빈천보(貧賤報)를 받고 둘째는 누구와 같이 동사하더라도 실패가 많으며 사음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지옥에 갔다가 다시 인생에 태어나더라도 첫째는 아내가 정조를 지켜주지 아니하고 둘째는 뜻과 같은 권속을 얻지 못하며 거짓말하기를 좋아하던 사람은 지옥에 갔다가 다시 인생에 태어나더라도 첫째는 사람의 제 비방을 많이 듣고 둘째는 맘의 재속힘을 많이 받게 되며 꾸며서 말하기를 좋아하던 사람은 지옥에 갔다가 다시 인생에 태어나더라도 첫째는 자기가 하는 말을 남이 신치 아니하고 둘째는 말이 똑똑하지 못하며 이간질 붙이기를 좋아하던 사람은 지옥에 갔다가 다시 인생에 태어나더라도 첫째는 권속이 서로 싸워서 등지고 둘째는 악독한 친족을 만나게 되며 악독한 말을 하기를 좋아하던 사람은 지옥에 갔다가 다시 인생에 태어나더라도 첫째는 항상 악한 소리를 듣고 둘째는 말끝마다 쟁송(諍訟)이 일어나게 되며 탐욕부리기를 좋아하던 사람은 지옥에 갔다가 다시 인생에 태어나더라도 첫째는 마음에 족한 것을 모르고 둘째는 욕심이 많아서 싫어하는 것이 없으며 성내기를 좋아하던 사람은 지옥에 갔다가 다시 인생에 태어나더라도 첫째는 항상 다른 사람에게 시비장단을 듣게 되고 둘째는 항상 다른 사람이 해(害)를 입게 되며 우치한 일을 좋아하던 사람은 지옥에 갔다가 다시 인생에 태어나더라도 첫째는 어리석은 집에 태어나고 둘째는 그 마음이 첨곡(諂曲)하여 어리석은 일하기를 하게 된다하였습니다.

 

이상에 자세히 말씀한 것은 모두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것인 바 우리 중생 가운데 누구든지 열 가지 악한 일을 한 자는 금생에만 해로울 뿐 아니라 죽어서 후생에 지옥에 빠지게 되며 지옥의 고초를 다하고 인생에 태어나더라도 오히려 그 과보가 다하지 못하여 그와 같이 두 가지 식의 무서운 과보를 받게 됩니다. 그러나 그 반대로 열 가지 착한 일을 행하면 금생에만 좋을 뿐 아니라 죽어 후생에라도 천당이나 극락을 가게 되며 따라서 무상한 쾌락을 받게 된다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열 가지의 악한 일을 행하는 것은 마군(魔軍)의 길이요 열 가지의 착한 일을 닦는 것은 보살(菩薩)의 길이며 부처님의 길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런즉 여러분은 아무쪼록 마군의 길을 가지 말고 보살의 길과 부처님의 길을 많이 닦아서 한 가지 부처님 즉 대각세존(大覺世尊)이 되어서 무량한 중생을 제도하도록 결심해보기를 바라나이다.

석존강생 2596년10월1일

경성부 수송동 82번지

조선불교중앙포교당 각황사

[불교신문2928호/2013년7월1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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