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 동국사 종걸스님 본지 통해

조선불교중앙포교당 각황사(지금의 조계사)가 일제강점기인 1929년 10월 제작해 배포한 포교문(布敎文)이 처음으로 실체를 드러냈다. 군산 동국사 주지 종걸스님이 입수해 본지를 통해 공개한 각황사 포교문은 간단한 부처님 생애를 기술하고, 불교의 십선(十善)과 십악(十惡)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1028자로 된 포교문은 한글로 작성돼 눈길을 끌고 있다. 일부 단어만 괄호 안에 한문을 넣었다. 종걸스님이 입수한 각황사 포교문은 한 장에 같은 내용을 담은 것으로 크기는 서로 다르다. 하나는 갱지 옵셋 양면 인쇄본으로 표지가 있다. 4장으로 접을 수 있게 만든 리플렛 형식으로 휴대용이다. 또 다른 포교문은 노루지에 옵셋 단면 인쇄본으로 표지 없이 전문만 있다. 크기는 둘다 가로 54.5cm, 세로 19.5cm이다. 당시 두 종류로 만들어 배포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동안 각황사 포교문의 존재는 1929년 10월 1일 발행된 동아일보에 간략하게 소개된 것이 전부였다. 당시 동아일보는 “각황사에 봉안한 부처님 사리(佛舍利) 배관(拜觀) 을 공개하며 포교문 200만 매를 시내 요처에 배부하기로 한다는데”라고 보도하고 있다.

당시 경성 인구가 30만 명인 상황에서 200만 매라는 엄청난 분량을 인쇄해 배부한 까닭은 무엇일까. 그것은 조선총독부가 9월12일부터 10월31일까지 지금의 경복궁 자리에서 개최한 ‘조선박람회’ 때문이다. 당시 총독부가 대대적인 규모로 조선박람회를 개최하면서 경향 각지에서 수 많은 관람객이 경성을 방문했다. 조선불교중앙포교당 각황사가 이 때를 놓치지 않고 불교를 널리 알리기 위해 200만 매를 인쇄해 배포한 것이다. 당시 동아일보 보도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동아일보는 1929년 10월1일자에서 “시내 수송동 조선불교중앙교무원에서는 금번 박람회를 이용하여 일반 민중에게 불교를 선전하려는 목적”이라면서 각황사에서 부처님 사리를 친견하고 포교문을 배부한다고 전했다.

동국대 교수 보광스님은 “매우 귀중한 자료로 평가된다”면서 “비록 포교문 내용이 기초 교리에 해당 하지만 민중들의 눈높이에 맞춘 것으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이어 보광스님은 “일제강점기에 한글로 된 포교문을 대량으로 만들어 배포한 것은 의미가 크다”면서 “은연 중에 민족사상을 심어주기 위한 것이 아닌가 싶다”고 평했다.

고영섭 동국대 교수는 “평이하지만 불교의 핵심교리를 잘 담았다”면서 “일제강점기 기독교가 선교를 확대하는 상황에서 일반 대중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포교문을 만들어 불교 이미지 쇄신에 크게 기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고영섭 교수는 시대적 상황이나 문장 스타일을 고려할 때 김태흡 스님이 작성한 것으로 추정했다.

김광식 동국대 연구초빙교수도 “그동안 포교문이 있다는 이야기는 들은 적이 있지만, 그 전문이 확인된 것은 처음”이라면서 “근대 한국불교를 연구하는데 소중한 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조계사 주지 도문스님도 “80여 년 전에 포교문을 만들어 부처님 가르침을 배포한 사실은 전법의 중요성을 깊이 인식하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사실”이라면서 “각황사의 맥을 계승한 조계사가 현대사회에서 더욱 활발하게 포교활동을 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각황사 포교문을 처음 입수한 동국사 주지 종걸스님은 “고서점에 나온 것을 우연히 발견하고, 불교계 밖으로 유출돼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입수했다”면서 “일제강점기의 어려운 상황에서 포교를 위해 노력한 당시 스님과 불자들의 노고에 새삼 고마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각황사는 만해 한용운 스님과 이회광 등의 노력으로 1910년 종로구 수송동 82번지에 창건한 사찰이다. 창건후 각황사는 1938년 총본산 태고사를 옮겨 지을 때까지 조선불교를 대표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각황사는 지금의 조계사이다.

또한 포교문이 배포된 1929년은 각황사에서 조선불교선교양종승려대회가 열려 박한영(朴漢永) 스님을 비롯한 7명을 교정(敎正)으로 선출하고 종회와 중앙교무원을 설치하는 등 근대화 작업이 본격화된 시기이다. 따라서 이번에 발굴된 포교문은 당시 조선불교계가 교단 근대화와 함께 적극적인 포교에 나선 실증 사료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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