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주민 불자 무차대회를 보며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외국인 노동자와 이주민 숫자가 이미 100만명을 넘어섰다. 40명 가운데 한명은 외국인이라는 수치다. 국가에서는 이주민과 자녀를 대상으로 한 정책을 활발하게 연구하고 있으며, 종교.시민단체에서도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반면 불교계의 이주민 포교대책은 아직 미비하다. 마하이주민지원센터를 비롯해 몇몇 단체가 활동 중이긴 하지만 개별 활동에 머물고 있으며, 종책 방향이나 중장기 방안은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 6월30일 조계사에 의미 있는 행사가 열렸다. 조계종 자성과쇄신결사추진본부와 마하이주민지원단체협의회가 주관한 ‘이주민 불자와 함께 하는 무차대회’가 열린 것. 행사에는 “이렇게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외국인이 많았나”라는 생각이 새삼 들 정도로 많은 이주민들이 찾았다. 무차대회는 이주노동자의 삶과 인권, 결혼 이주민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들이 오갔다. 주로 불교국가에서 이주해온 이들은 “문제가 생길 때 교회로 가서 도움을 요청한 적이 많다”고 뼈아픈 지적을 했다.

또 이날 경기도 화성에서는 1000여 명의 태국인이 모인 가운데 태국 사찰 왓 붓다랑시 개원법회도 있었다. 법당 안은 말 그대로 태국의 사원에 온 듯한 느낌을 줬다. 태국과 일본, 호주에서 온 40여 명의 태국 스님과 불자들이 법당을 가득 메우고 태국식 법회를 진행했다. 더운 날씨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자발적으로 개원법회를 찾은 태국인들은 서로 인사를 나누고, 각자 가져온 음식을 나눠 먹으며 축제를 즐겼다.

이 두 행사가 보여준 의미는 다르다. 무차대회는 한국 불교계가 이주민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 화두를 던진 행사였다. 우리나라의 사회와 문화, 제도에 낯선 이들이 행복한 삶을 살도록 무엇을 도와줘야 하는가를 고민하는 자리였다.

태국 사찰 개원은 외국인 이민자 포교의 새로운 방안을 제시한 사건이었다. 태국인 스님을 중심으로 태국인들의 보시를 모아 사원을 개원하고, 신행을 이끌어 내는 모습을 통해 외국인 포교의 방향을 생각하게 만들었다.

부처님의 가르침은 특정 지역, 국가에 국한된 가르침이 아니다. 인류 보편적인 가치와 삶의 방향을 제시한 가르침이다. 이를 실천하는데 이주민과 내국인을 구분할 필요도 없다. 같은 부처님 제자며, 같은 불자라는 점만으로도 함께 할 수 있는 점이 많다. 그 구심점을 찾아내고, 중장기적 종책을 마련하는 일이 시급하다. 이번 무차대회를 계기로 불교계에서 이주민 포교와 지원 대책에 대해 활발한 논의가 일어나길 기대한다.

[불교신문2926호/2013년7월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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