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지계바라밀⑤-도둑질의 기원과 열 가지 죄

‘정의로운 도둑질’도 파계

‘도둑질’과 ‘처벌’은 상의상관

인류 역사에 ‘도둑질(偸盜)’이 등장하게 된 것은, 자연에서 저절로 취할 수 있는 양식을 한 줌이라도 더 챙기려는 개개인의 욕심 때문이었습니다.

초기경전인 <디가니까야>에 따르면, 우유를 끓일 때 위에 생기는 얇은 막처럼 생긴 지미(地味)가 인류 최초의 음식이었습니다. 누군가 한 사람이 그걸 찍어 먹으니 달콤하고 맛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자꾸 찍어먹자 이 사람 저 사람 모두 다 와서 먹는 바람에 지미가 차츰 사라집니다. 이후 버터 같은 균류(菌類)가 나타났으며, 그 다음에는 넝쿨과 같은 풀이 생겨났고, 그 마저 차츰 사라지면서 쌀이 나타났습니다. 특히 인류 최초의 쌀은 논에서 그냥 먹을 수 있는 익은 쌀이었습니다. 또한 아침 밥 먹을 때가 되면 들판으로 나가 각자 배불리 먹을 만큼 가져오면 되었습니다. 그러다 저녁이 되어 배가 고플 때 다시 들판으로 나가서 또 배불리 먹을 만큼 가져오면 그만입니다. 양식이 줄어들까 염려하지 않아도 좋았으니, 사람들이 가져가면 그 만큼 저절로 자라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어떤 게으른 사람 하나가 아침저녁 끼니 때마다 들판에 나가자니 귀찮아졌습니다. 그는 꾀를 냈습니다.

‘그렇지! 한번 가서 저녁에 먹을 것까지 가져오면 되는 것을…’

그가 두 차례 먹을 것을 챙겨오자 그걸 본 옆 사람은 이틀 치 먹을 것을 가져왔습니다. 그 옆 사람이 그걸 보더니 나흘 치 몫을 챙겨왔습니다. 너도 나도 “더! 더!”라고 외치며 챙겨오자, 그 향기롭고 익은 쌀은 슬그머니 사라지고 요즘 우리가 보는 그런 멥쌀이 자라났습니다. 땀 흘려 심어야 하고 익어도 곧바로 먹지 못하며 쌀겨를 벗겨야 하는 쌀입니다.

그런데 어떤 사람이 욕심을 부렸습니다. 자신의 몫은 잘 챙겨두고서 타인의 몫을 허락도 없이 빼앗아 먹은 것입니다. 제 몫을 빼앗긴 사람은 그를 붙잡아다 “주지도 않았는데 함부로 가져가지 말라”고 경고했고, 몇 번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계속 그 행위를 반복하자 세상에는 결국 ‘도둑질(투도)’과 ‘처벌’이란 것이 생겨났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받는 5계 가운데 ‘불투도계’의 정확한 뜻은 ‘주지 않은 것을 갖지 않는다’입니다. <대지도론>제13권에는 주지 않은 것을 가지면 열 가지 죄가 있다고 하는데, 첫째는, 물건 주인이 화를 내며, 둘째는 사람들의 진한 의심을 받으며, 셋째는 적절하지 않은 때에 그런 행위를 하느라 잘 살피지 못하는 것이며, 넷째는 못된 자들과 무리지어 다니고 어질고 지혜로운 이를 멀리하며, 다섯째는 보기 좋던 모습이 무너지며, 여섯째는 사회법을 어겨 죄인이 되며, 일곱째는 결국 재물이 다 사라지며, 여덟째는 장차 가난해지는 인연이 되며, 아홉째는 죽어서는 지옥에 떨어지고, 열째는 지옥에서 나와 인간 세상에 태어나더라도 힘들게 재산을 모은다 해도 다섯 집(왕, 도둑, 불, 물, 미운 자식)과 나눠 써야 할 운명에 놓이게 되고, 게다가 잘 관리하겠다며 땅에 묻더라도 끝내는 잃어버리고 만다고 합니다.

그런데 <대지도론>에는 이런 흥미로운 문답도 있습니다. “정의로운 도둑질은 필요하지 않은가? 그런데 그것도 하지 말아야 하는가?”

대답은 간단합니다. 정의니 뭐니 하며 거창하게 표현해도 도둑질이라는 점에서는 도긴 개긴이라는 겁니다. 그런데 “요즘 사람들은 누군가 권력을 이용해 남의 재물을 강탈하는 것을 보면 그 사람 힘이 세다고 부러워하니 참으로 어리석다”고 개탄합니다. 주어지지 않은 것을 가져서는 안 되니, 남의 재산을 빼앗아 숨겨두었다면 어서 꺼내놓아야겠습니다.

[불교신문2925호/2013년7월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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