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옥선 지음/ 불교시대사

인권으로 응용불교학 ‘초석’

매우 서구적인 ‘인권’ 개념

불교전통 시각에서 재해석

불교의 인권문제 접근법 제시

최근 금강대에 응용불교학과가 설치되긴 했지만, 한국의 불교학 연구에 있어서 응용불교학의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본격적 학문으로서 역사는 불과 10여 년에 지나지 않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학문적 발전을 운운하기에는 성급하다고밖에 말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 불교응용윤리학 분야에 있어서만은 그렇지 않았다고 단언할 수 있는 배경에는 안옥선 허남결 서재영 세 연구자가 제각각 새 영역을 개척해주었기 때문이다.

세 학자의 연구는 한국의 불교응용윤리학 연구에서 시작점인 동시에 본격화의 신호탄이다. 불교응용윤리학이란 분야는 사실 서구에서는 우리보다 30여 년 먼저 개척되기 시작한 분야인데, 서구사회가 당면한 현실문제들에 대한 대안모색의 결과이기도 하다. 서구 전통의 가치관이 더 이상 사회의 건전성을 유지하는 가치관으로서 기능할 수 없게 되었을 때, 그들은 대안의 모색에 나섰다. 그리고 불교적 가치관 혹은 세계관은 그들에게 새로운 대안 중의 하나였다. 우리에게 유식학 계통의 문헌학자로 더 잘 알려져 있는 슈미트하운젠이나 영국의 데미언 키언, 조애너 메이시 등이 대표적인 인물들이다.

오늘 소개하는 책, 고 안옥선 선생의 <불교와 인권>(불교시대사 2008년)은 이 분야 연구는 물론, 그러한 서구 철학자 혹은 서구 불교학자들의 대안모색의 연장선상에 위치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사실 이 책은 그 연장선에서 한 발 더 나아갔다는 점에 평가의 초점이 두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이 분야를 연구했던 서구학자들 대부분이 초기불교 혹은 인도불교적 사유에 기반하고 있는 것과 달리, 저자인 안옥선 선생은 그것을 기반으로 채용하는 것은 물론 한국불교 더 넓게는 동아시아불교의 사유를 채용하면서, 이른바 매우 서구적인 ‘인권’이라는 개념을 우리 불교전통의 시각에서 재해석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인권’의 근거가 되는 ‘인간존엄’의 문제를 “①인간은 특별한 존재다. ②인간 자체가 목적이다. ③인간은 자기실현적 존재다. ④인간은 타자 배려적 존재다.”라는 네 가지 의미로 설명한다. 이 자체가 불교를 기반으로 한 저자의 해석에서 나온 결론인데, 그 기반은 저자의 다음과 같은 말에서 확인된다.

“불교는 한편으로는 나의 생명줄이 온 존재와 연관되어 있다고 말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온 존재 하나하나가 생명발양에의 욕구를 갖는다고 본다. 나의 안녕을 위해서도 온 존재를 보살펴야 하지만, 온 존재 하나하나가 생장과 행복을 지향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그들 또한 우리와 마찬가지로 그러한 욕구를 존중받을 권리를 갖는다는 것이다. 불교적 관점에서 인간이 탁월한 것은 인간이 이러한 성찰 위에서 자신 외의 다른 종들까지 보살필 수 있는 있기 때문이다.”

불성을 가진 존재 그 자체로서 온전한 부처라는 생각, 그 온전한 부처가 동체대비의 덕용으로 세상을 장엄한다는 화엄의 사유, 선(禪)의 사유세계와 맞닿아 있음을 알 수 있다. 책 안에 보이는 저자의 한국불교에 있어서 전통적 인권의 문제에 대한 탐구는 그 생각의 뿌리가 어디에 있는지를 보여준다. 서구의 학문연구에서 출발했지만, 한국적 토양에 따른 재해석을 통해서 ‘보다 온전한 인권’을 모색했던 저자의 지향점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이 책이 한국 불교계가 ‘인권’이라는 문제에 대해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를 알려주는 지남철과 같은 명저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입에서 쉽사리 운위되지 않는 것은 그저 시대의 아쉬움인 것일까, 아니면 우리의 게으름 때문인 것일까.

 [불교신문 2890호/2013년 2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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