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기행 ② 용주사 동안거 참선 템플스테이

제2교구본사 용주사 동안거 참선 템플스테이가 지난 1월31일부터 2월3일까지 3박4일 일정으로 진행됐다. 사진은 지난 2일 참선하고 있는 참가자들의 모습.

아버지 사도세자를 향한 정조의 효심이 서려 있는 사찰, 제2교구본사 용주사(주지 정호스님)는 연 2회에 걸쳐 특별한 수행 프로그램을 마련한다. 스님들이 화두를 들고 생사의 근본진리를 탐구하기 위해 정진하는 하안거, 동안거 기간 동안 용주사에서는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참선 템플스테이를 실시한다. 참선 템플스테이는 3박4일 일정으로 집중 참선을 실시해, 템플스테이가 끝난 이후에도 생활 속에서 참선을 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이다. 지난 2일 용주사 효행문화원에서 진행된 동안거 참선 템플스테이를 체험했다.

 

지난 2일 토요일 새벽 3시, 평소보다 이르게 하루가 시작됐다. 참선 템플스테이의 시작은 새벽예불. 졸린 눈을 비비고 일어나 정신을 차렸다. 옷을 챙겨 입고 새벽예불에 참가하기 위해 용주사 효행문화원을 나섰다. 문을 열자마자 매서운 겨울바람이 순식간에 몸의 온기를 앗아갔다. 서둘러 옷깃을 세우고 일행을 따라 용주사 홍제루로 들어섰다. 예불을 드리기 위해 대웅보전을 향해 홍제루의 문을 열자 찬바람이 들이닥쳤다.

“지심귀명례 삼계도사 사생자부 시아본사 석가모니불, 지심귀명례 시방삼세 제망찰해 상주일체 불타야중….” 아직 모두가 잠들어 고요하기만한 주말 새벽, 경내에는 스님의 독경소리와 목탁소리만 가득했다. 낮게 울리는 독경소리에 저절로 마음이 겸허해지고 차분해졌다. 예불문을 독경하며 부처님 전에 절을 올리는 동안, 잠시나마 추위도 잊혀졌다. 새벽예불을 마치고 다시 효행문화원으로 돌아 나오는 길, 연수국장 대현스님의 설명을 들으며 걷기 명상을 실시했다.

“행주좌와 어묵동정(行住座臥 語默動靜)이라는 말처럼 걷고, 멈추고, 앉아 있거나 누워있을 때, 말하고, 침묵하고, 움직이거나, 가만히 있을 때 등 일상생활의 모든 순간이 바로 수행입니다.”

스님의 당부를 들으며 걷기 명상을 하자, 새벽예불을 위해 걸어오는 동안 느끼지 못했던 것들이 느껴지지 시작했다. 바닥 돌의 느낌부터 흙, 작은 돌멩이까지 땅 위에 있는 모든 것들이 발바닥을 통해 느껴졌다. 불과 몇 십분 전, 새벽예불을 위해 무심코 걸어왔던 길의 느낌이 이랬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대다수가 잠들어 있는 시간, 자연을 느끼며 걷는 기분이 상쾌했다.

간단히 아침공양을 마치고 이어진 108배 시간. 무엇보다 호흡에 집중하는 연습이 중요하다는 대현스님의 말을 들으며 절을 시작했다. 이내 이마와 몸에서 땀이 흐르고 숨도 차올랐다. 템플스테이에 참가한 다른 이들과 속도를 맞춰 나가며 절을 하다 보니 잡생각이 들 틈이 없었다. 스님의 설명을 생각하면서 모든 것을 잊고 오로지 들숨과 날숨, 호흡에만 집중했다. 숨소리에 맞춰 절하는 동작 하나하나에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 처음 절을 올릴 때, 거칠었던 숨이 점차 차분해졌다. 80배, 90배, 100배…. 끝이 가까워질수록 호흡하는 법이 익숙해졌다. 108배를 마치고 나니 땀으로 온몸에서 열이 났다. 열이 나는 몸과는 반대로 머릿속은 시원해졌다. 모든 것이 정리된 듯한 느낌이 들었다. 호흡을 정리하고 바로 앉아 잠시 참선을 시작했다. 얼굴과 등에서 흐르는 땀이 느껴졌다. 복잡했던 머릿속과 마음도 한결 편안해졌다.

잠깐의 참선을 마치고 쉬는 시간, 템플스테이 참가자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무엇보다 참선을 배우고 난 뒤, 참가자들이 느끼기에 어떠한 변화가 있는지가 궁금했다. 108배와 참선을 마치고 머릿속이 시원해지고 편안해진 느낌이 기분 탓인지, 아니면 혼자만 느끼는 기분인지도 궁금해서였다. 부천에서 참가한 소재원 씨는 “절에 다니는 어머니의 권유로 용주사 참선 템플스테이에 참가하게 됐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소재원 씨는 “템플스테이에는 처음으로 참가했는데 참선을 위주로 프로그램이 진행돼 마음이 차분해지는 것 같다”며 “실제로 참선을 배워보니 실생활에도 유용하고 특히 스트레스 관리에도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집에 돌아가서도 틈나는 대로 해보면 좋을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3박4일의 일정이라 회사에 휴가를 내고 템플스테이에 참가하게 됐다”는 문승주(경기 수원) 씨 역시 자신이 느낀 참선의 효과를 설명했다. “이곳에 오기 전에 스트레스와 이런저런 생각들로 머리가 복잡했었는데 이제는 어느 정도 생각들이 정리되는 느낌이 든다”는 문승주 씨는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가족들과 함께 참가하고 싶다”고 말했다.

짧은 휴식을 마치고 본격적으로 참선에 들었다. 50분 참선 정진에, 10분 휴식으로 오전 내내 참선으로만 진행되는 시간이다. 그동안 책이나 뉴스를 통해 접해왔던 참선의 효과를 몸으로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자세를 잡고 앉아 참선에 들어갔다.

시계바늘 움직이는 소리부터 도로를 지나는 자동차 소리, 문에 부딪히는 바람소리까지, 그동안 알아차리지 못하고 지나쳤던 소리들이 더욱 선명해졌다. 하지만 이내 머리가 복잡해졌다. 가만히 앉아 있으려고 하니 잡념이 생겼다. 서서히 졸음도 밀려와 곧은 자세도 서서히 흐트러졌다. 순간, 잠이 달아났다. 자세를 고쳐 잡고 가만히 바닥을 응시했다. 잡념을 없애기 위해 호흡에 집중해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눈꺼풀이 무거워지면서 다시 자세가 흐트러졌다. 그렇게 자세를 고쳐 잡기를 몇 차례 반복하다보니 죽비소리가 귀를 때렸다. 쉬는 시간이었다.

잠시 바깥바람을 쐬고 다시 참선을 하기 시작했다. 찬바람 덕분인지 졸음이 사라졌다. 마음을 단단히 먹고 자세를 잡았다. 잡념이 생기지 않게 호흡에 집중했다. 반복되는 호흡소리에 집중하다보니 호흡이 점점 크게 느껴졌다. 복잡했던 머릿속도 단순해졌다. 이곳에 앉아 있는 자신에게만 집중했다. 신기하게도 서서히 집중이 되는 기분이 들었다. 졸음과 싸우며 뒤척이던 전 시간에 비해 머릿속도 편안해졌다. “탁. 탁. 탁.” 또 다시 죽비소리가 들렸다. 다시 50분이 지났다. 전 시간과 같은 50분이었지만 이번 시간이 더 짧게 느껴졌다. 참선 체험을 위해 이곳에 온 이후로 가장 맑은 상태였다. 무엇인가 정리됐다는 기분도 들었다. 그렇게 정해진 참선 시간을 모두 마치고 효행문화원을 나섰다. 이곳에 올 때 무거웠던 몸도 마음도 한결 가벼워진 것 같았다. 마음의 평화를 얻은 것까지는 아니더라도 자신을 돌아보고, 자연을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참선, 자기 자신과의 대화 통해

잊고 살아온 자신을 찾는 일”

용주사 연수국장 대현스님

 

수행의 생활화를 위해 용주사가 기획한 참선 템플스테이는 올해로 5회를 맞이했다. 안거 기간에 맞춰 매년 2회 3박4일의 일정으로 진행된다. 지난 2일 용주사 연수국장 대현스님〈사진〉에게 참선 템플스테이의 의미에 대해 들어 보았다.

연수국장 대현스님은 “누구나 쉽게 참선을 배우고 참선을 통해 자신감과 집중력, 인내심을 키울 수 있도록 지도하고 있다”며 “참선은 일상생활을 잘 하기 위해 하는 연습이다. 일상으로 돌아가더라도 일상과 참선을 연결해 생활 속에서도 실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참선 템플스테이의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참선 템플스테이는 휴식형이나 체험형 템플스테이와 달리 10여 명 내외로 소수만 모집해 참가자들이 더욱 참선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한 점이 특징. 참선 정진에 무게를 두고 3박4일 동안 진행되지만 청소년들부터 직장인들까지 참가자들이 꾸준한 편이다. 호응도 높다. 지금까지 50여 명이 참가자들이 참선을 통해 참 나를 찾고 자신과의 소통을 체험했다. 참선을 통해 자기 자신과 소통하고, 자연과 소통하고, 나아가 우주와 소통할 수 있다는 게 대현스님의 생각이다. “참선 수행이 생활화되면 소통도 활발해져 각박한 사회가 보다 나은 사회가 될 것”이라는 대현스님은 앞으로 참선 템플스테이를 특화된 수행 프로그램으로 정착시키고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대현스님은 “참선을 통해 온전한 자기 자신과 대화의 시간을 갖게 되고 그동안 잊고 살아 온 자신을 찾을 수 있다”며 “앞으로 템플스테이 참가자들이 언제든지 찾아와 수행할 수 있도록 시민선방과 같은 참선공간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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