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마자 독, 번뇌에 시달리는 인간에 비유”

불교와 함께 중국에 전래

일상생활에 유용한 식물

경전에는 부정적으로 묘사

피미자

그다지 좋은 의미로서는 아니지만 불교 경전에서 자주 인용되는 식물 중 하나가 피마자이다. 피마자는 영명으로 ‘Castor bean, Castor oil plant’라고 하며 학명은 ‘Ricinus communis’로 대극과의 식물이다. 산스크리트어로 ‘Eranda, Eravada’, ‘Randa’등으로 부르며, 이란(伊蘭), 이라(伊羅), 이라발다라(伊羅鉢多羅) 등으로 음사해 부른다.

이 피마자와 같은 과 식물로서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종류로는 우선 가정 내 베란다에서 많이 키우는 꽃기린이나 크리스마스에 많이 장식하는 포인세티아가 있다. 피마자는 북아프리카가 원산이지만 열대 아시아와 인도 대륙에 걸쳐 자라는 상록활엽수이며 여러해살이 풀이지만 온대인 우리나라에서는 기후 조건상 1년초로 분류되는 귀화식물인데, 기원 전 4000년 경 고대 이집트의 유적에서도 피마자 씨가 발굴된 것으로 보아 당시에 이미 등유 또는 의약품으로 쓰였다는 것을 알 수 있으며 불교와 함께 중국에 전래되었을 것으로 보이지만 우리나라에 언제 들어왔는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다.

피마자와 우리 옛 선인들의 삶 이야기를 해보자. 우리나라 옛 어른들은 머리를 다듬는 머릿기름으로 보통 동백이나 피마자, 생강나무, 때죽나무 등의 기름을 사용하였는데 그 중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던 머릿기름이 바로 피마자(아주까리)와 동백의 기름으로 이 두 식물은 여인들의 머리단장에는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 중의 하나였다. 또한 봉숭아물을 들이고자 할 때 손톱위에 봉숭아를 펴고 손가락을 싸매는 재료로도 이용하였으며 과식을 해 체했을 때는 이 피마자기름을 먹여 설사를 유도하기도 하였다.

어디 그 뿐인가? 열흘 이상 말린 씨를 볶아서 기름을 짜내어 식용유를 대신하기도 했고 잎을 말려 정월대보름에 먹는 나물들처럼 겨우내 묵나물로 이용하기도 했으며 피마자유를 비행기 윤활유로까지 이용을 하였다고 하니 일상에서의 피마자는 매우 유용한 식물인 것이다.

피마자는 상업적으로도 재배되고 있는데 피마자유를 제약용이나 산업용으로 이용하며, 열 두 갈래로 갈라진 부채 모양의 멋지고 큰 잎 때문에 조경용으로도 활용하고 있다. 씨는 날로 먹을 때는 독성이 강하지만 열처리하면 독성이 거의 없어지는데 볶은 기름을 식중독, 급성 위장염, 이질 등의 치료에 이용하며 무좀에도 피마자기름을 바르면 잘 듣는다.

피미자 씨앗.

또, 이 피마자를 제약원료로 하기 위해 리치놀산을 분해하고 난 에난톨이라는 성분은 아이러니하게도 향기로운 물질로서 최고급 향수를 만든다. 우리나라에서 뽕나무에서 누에를 키워 양잠을 하듯 인도에서는 아주까리 잎을 먹여 피마잠을 하는데 아주까리 누에는 큰 고치를 짓고 비단보다 질긴 천연섬유를 얻는다. 피마잠에서 얻은 섬유는 최고급 외투나 양탄자를 짜며 고대 인도 왕실에서도 사용하였다.

불교 경전 속에서는 좋은 식물로 기록되고 있지는 않지만 불교와 관련이 매우 깊은 식물이다. 여러 경전에서 피마자기름이 썩으면 냄새가 상당히 지독하다고 적고 있는데, 그 냄새의 강도는 40유순(由旬)(1유순=약 15km)의 거리까지 그 악취가 진동한다고 기술하고 있다. 또한, 독을 가진 피마자를 번뇌에 시달리는 인간으로 비유하고 있는데, 악업을 행한 사람도 부처님께 귀의하면 악취를 풍기는 피마자에서 향기로운 단향나무의 싹이 나오는 것처럼 반드시 구제를 받을 수 있다고 점을 강조하고 있다.

<증일아함경(增壹阿含經)>에서도 부왕을 죽이고 왕권을 탈취한 아세사가 후에 죄를 뉘우치고 불교에 귀의한 것을 두고 마치 악취를 풍기는 피마자에서 향기로운 단향나무가 자라는 것과 같다고 되어 있다. 이 외에 피마자가 등장하는 경전은 <대반열반경>, <화엄경>, <가섭선인설의여인경(迦葉仙人說醫女人經)>등이 있다.

[불교신문 2882호/ 1월2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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