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 힐링…비움으로 행복찾는 사람들

 

‘비움으로 행복찾기’ 캠페인이 지난 12월21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1층에서 열렸다. 갑자기 내린 폭설로 장소가 변경됐지만 금세 20여명이 모였다.

 

 

“월급 오르면

이번엔 어디에 기부할까”

정효분 미창아이엔씨 경리과장

정효분(46)씨는 2010년 11월 셋째 주 금요일을 잊지 못한다. 구제역 사태로 전국이 떠들썩하던 때였다. 마음속에는 ‘살처분’이라는 이름하에 아무것도 모르고 생매장 당한 동물의 모습이 지워지지 않았다. 한 배 한 배 정성을 다해 절을 하는데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108번의 절이 끝나고 정목스님의 나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제가 올린 108번의 절이 만약 작은 복이라도 된다면 모든 존재의 평안과 행복을 위해 드립니다.’ ‘미안해 얘들아...’ 참회의 눈물은 쉽게 그쳐지지 않았다. 그때부터 캠페인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생활의 중요한 부분이 됐다.

일찍 불법을 만났다는 정 씨는 캠페인에 참여하면서 나눔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요즘은 월급이 오르면 어디에 후원 할까를 먼저 생각해요. 절을 할 때 ‘무심코 낭비하는 것이 없는지 돌아보며 절 합니다’라는 구절이 가장 마음에 와 닿아요. 돈을 허투루 쓰지 않기 위해 나를 점검하면서 마음이 충만해 지는 것을 느껴요. 나눔을 통해 부처님을 닮아가고 싶어요.”

이어 불자라면 행동으로 실천하는 사람들이라는 인식을 확산시키고 싶다고 했다.

“단체 위상이 높아질 수 있도록 더 많은 기여를 하고 싶어요.”

 

 

“집착 내려놓고

마음 들여다보는 법 배워”

민현숙 가정주부

“캠페인에 참가하지 않았더라면 아이에 대한 집착이 심해졌을 거예요. 밖에서 받아온 밝은 에너지가 가정에서 큰 활력소가 됐어요. 부모 마음이 건강해야 아이가 건강한 법이죠.” 자녀가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대화하기가 쉽지 않아 고민이 많았다는 민현숙(48)씨. 불편한 마음을 다스리고 싶던 차에 ‘비움으로 행복 찾기’라는 캠페인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길에서 108배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또 한 번 망설였지만 용기를 냈다. 시작이 반이라고 했던가. 절을 하면서 몸을 낮추고 욕심을 버리는 법을 배웠다. 신심 깊은 불자는 아니라고 했지만 108배의 매력에 빠져들었고 어느새 장기 참가자 대열에 합류했다. 요즘은 자신과 비슷한 고민을 하는 지인들에게 경험자로서 ‘하면 할수록 참 좋다’며 자신 있게 캠페인을 소개하고 있다.

절하는 40여분의 시간이 참으로 소중하다는 민 씨는 앞으로 기회가 닿으면 아이와 함께 참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민 씨는 “집안 살림 등으로 바쁜 일이 생기면 절에는 못가도 보신각에는 꼭 간다”며 “제 삶에 든든한 버팀목”이라고 말했다.

 

 

“내가 나를 비울 때

부처님 자비를 채울 수 있다”

고원영 서울불교산악회 회장

고원영 서울불교산악회 회장(55)에게 비움이란 나눔이요 상생의 정신이다. 찌는 듯한 더위 속에서 번뇌를 툭 털어내고, 추운 겨울바람을 맞으며 한 해를 정리했다.

“우리는 여러 가지 관계 속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홀로 존재하는 것이 없듯, 모든 것을 내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따지고 보면 내 것이라고 할 만한 게 아무것도 없어요. 법정스님은 무소유란 빈털터리가 되는 것이 아니라 적절하게 소유하면서 올바르게 쓰는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물질은 풍요롭지만 우리는 왜 행복하지 않을까. 때로는 남과 비교하며 스스로 자신을 초라하게 만들 때도 있다. 자기 성찰의 시간이 절실한 것은 이 때문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누구나 부자 되기를 소망합니다. 좁은 문에서 몸부림치며 욕심을 키우고 있죠. 하지만 욕망은 끝이 없고 이는 불행만 낳을 뿐입니다. 잠시라도 나를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내가 나를 비울 때 부처님의 자비를 채울 수 있는 법이죠.” 고 회장은 불교가 관념에 머무르는 종교가 아니라는 것을 캠페인을 통해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고 회장은 부처님 가르침을 현대에 맞게 재창조하는 작업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아직까지 아름다운동행이라는 공익법인 단체를 잘 몰라 나눌 마음은 있지만 방법을 모르는 이들을 위해 적극적인 홍보역할을 하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고 회장은 나와 내 주변을 돌아보는 성찰이야말로 행복의 지름길임을 재차 강조했다.

“부처님 시대 때부터 있었던 나눔의 정신은 이제 ‘비움’이라는 캠페인으로 나타났습니다. 불자라면 한번쯤 동참해 보는 게 어떨까요.”

 

 

“비우면서 더 많은 것

채워가는 느낌 들어”

이태희 아름다운동행 지원단장

“스스로의 행복을 찾고 어려운 이웃을 돕는 일을 하고 있으니 일석이조가 따로 없죠.”

이태희(59)씨는 자신의 모든 일정이 아름다운동행을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다고 이야기 했다. 아들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최근 뉴질랜드에 갔다가 일주일도 채 머무르지 않고 목요일 밤에 입국한 사연을 털어놓기도 했다.

어려서부터 몸이 허약해 잔병치례를 많이 해 온 이 단장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기도로 업장소멸하고 빨리 죽어 다음 생에 건강하게 태어나고 싶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해왔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나를 비움으로써 더 많은 것을 채워가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기도를 할 때 지나친 욕심을 냈던 것 같아요. 지금은 집에서 절을 하면 찌꺼기를 비워내고 가벼워지는 느낌이예요.”

아름다운동행이 생기기 전까지 다른 단체에 기부를 하고 있었다는 말과 함께 갑자기 가방을 뒤적여 무언가를 꺼냈다. 저소득 가정 어린이들에게 책가방을 선물하는 선재의 선물 대형 홍보 포스터였다. 불자들의 참여를 이끌어 내기 위한 그녀만의 특단의 조치였다. “이제 제 나이쯤 되면 눈이 나빠서 이 정도는 준비해야 해요.” 이 단장의 입가에 미소가 어렸다.

 

 

“돈 많이 벌어

더 많은 곳에 나누고파”

정해선 한국불자마라톤동호회 회장

“참여한지 2년이 넘었는데 길 가던 시민들이 자연스럽게 동참했으면 합니다.”

캠페인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갔으면 좋겠냐는 질문에 정해선 한국불자마라톤동호회 회장(55)은 이같이 말했다. 뛰는 것이 즐거워 마라톤 동호회 회장을 맡게 된 그는 캠페인에 참여하면서부터 나눔을 생활화하게 됐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불교 108 울트라 마라톤 대회’를 준비하면서 아름다운동행과 인연을 맺었다. 이 행사는 마라톤 대회 구간인 수도권 주요 사찰들을 순례하며 참가자들에게 불교를 알리겠다는 취지로 마련됐다. 정 회장은 이왕이면 1km를 달릴 때마다 100원씩 아름다운동행에 기부하면 좋겠다는 아이디어를 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지난 4월에 열린 대회에서 참가자 가운데 85명이 모금에 동참해 총 91만8000원이라는 값진 기금을 전달했다.

정 회장은 “저에게 비움은 돈을 많이 벌어 더 많은 곳에 나누는 것을 의미한다”며 “동행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실천하는 법을 배웠다. 단체를 소개해준 분들에게 감사한다”며 미소 지었다.

[불교신문 2877호/ 1월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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