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보, 빛으로 기록하다〈29〉

까치발로 키를 높이고, 털을 빳빳이 세우고, 공기를 힘껏 들이마신 동물의 모습은 고려시대 사병으로 무장하고 서로를 견제하던 호족들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다. 이들이 시주자로 동참한 불사에도 이런 경향들이 반영되어 자유분방하면서 독특한 거대한 마애불들이 조성되었다.

자연암벽에 부처님 상호를 제외한 부분을 가능한 큼직하게 선으로 새겼다. 그래도 상호 만큼은 정성들여 따로 만들어 올렸다. 안동 이천동 마애여래입상과 파주 용미리 마애이불입상은 이런 시대배경이 만들어낸 독특한 양식의 부처이다. 이 두 마애불을 연속으로 지면에 소개하고자 한다.

안동 이천동 마애여래입상(보물 제115호)은 연미사에 있으며 ‘제비원 미륵불’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참배객들이 2열로 절할 수 있는 공간을 두고 나란한 암벽 가운데 큰 바위에 새겨져있다.

좁은 공간에서 12m가 넘는 마애불에 인공조명을 고르게 줄 수 없었다. 한 장의 사진에 담기위해 참배 공간 모서리에서 광각렌즈를 끼운 카메라를 3m 띄워 바위틈으로 들어오는 양질의 광선을 기다렸다.  

[불교신문 2874호/ 12월1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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