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잔브람과 각산스님의 이메일 대화

각산스님 = 호흡명상은 어떠한 것이며, 불교를 수행하는 이들에게 중요한 까닭은 무엇입니까.

아잔브람 = 호흡명상은 부처님께서 완전한 깨달음을 얻기 위해 행하신 명상법입니다. 부처님은 늘 호흡명상을 칭송하셨습니다. <호흡명상경>(안반수의경)에서 부처님은 호흡명상을 완성하면 사념처와 칠각지가 동시에 완성된다고 하셨습니다.

더욱이 명상자가 점점 더 고요해짐에 따라 호흡에 집중하려고 의도적으로 노력하지 않아도 호흡은 자연스럽게 나타납니다. 왜냐하면 모든 것이 다 정지해도 움직이는 유일한 신체 기능이 호흡이기 때문입니다.

각산스님 = 재가불자들이 일상 생활을 하면서 아잔브람이 권하는 수행법을 실천할 수 있는지요.

아잔브람 = 바쁜 사람들은 몸을 휴식하는 법을 압니다. 명상은 이들에게 마음을 휴식하는 법을 가르칩니다. 우리가 마음을 쉴 줄 알면 그것이 다시 마음에 활력을 불어넣어 더 효과적으로 작용하게 됨을 알게 됩니다.

하버드대학 경영대 블로그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점심 시간을 이용한 30분 명상은 오후를 위한 투자다.” 뇌를 쉬면서 보낸 30분은 5시간 걸릴 일을 4시간에 끝내게 해줄 뿐 아니라 뇌가 피곤할 때보다 훨씬 향상된 일을 할 수 있게 합니다.

각산스님 = 한국불교는 전통적으로 간화선 수행을 하고 있습니다. 간화선 수행에 대한 아잔브람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아잔브람 = 저는 간화선을 해본 적이 없습니다. 무언가를 직접 체험하여 알지 못한다면 거기에 대해 언급하지 말아야 합니다. 어떤 명상이 어떤 명칭으로 일컬어지든 모든 생각을 멈추고, 오감을 사라지게 하고, 고요한 마음이 주는 강력하고도 환희로운 알아차림(순수의식)이 있다면 그것은 불교 명상입니다.

각산스님 = 마음수행은 비움의 미학이고 참나는 고유한 명상 속에서 마음을 비우고 내려놓는데서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기가 살아온 인생의 체험만큼 삶이 보이듯 수행도 체험한 만큼 보이며 머리로만 이해하고 알아봐야 실제상황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수행을 실천하는 것이 왜 중요한지요.

아잔브람 = 언젠가 어느 철학 교수가 고급 레스토랑에 갔습니다. 웨이터가 메뉴를 가져왔습니다. 교수는 그 메뉴를 먹고는 돈을 지불한 후 나갔습니다. 그는 메뉴와 음식의 차이를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지적 이해는 메뉴를 먹는 것과 같고, 명상은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과 같습니다.

“고요한 마음이 주는 ‘알아차림’이 불교명상”

“부와 권력이 줄 수 없는 마음의 평화 찾아”

내년 1월 한국 방문 세계명상힐링캠프 열어

각산스님 =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이 자본과 권력의 노예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이런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호흡명상’에 관심을 기울일 수 있다고 보는지요.

아잔브람 = 호흡명상을 하면 스트레스를 덜 받고 더 많은 일을 하게 해주므로 결과적으로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습니다. 또한 명상을 통해 장수할 수 있으니 ‘무덤에 묻힌 세계 최고의 부자’가 되지 않아도 됩니다.

그래서 열심히 쌓은 부를 즐길 시간도 있고 또 호주에 있는 저의 절 같은 좋은 절에 기부도 할 수 있게 됩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명상은 부와 권력이 절대 줄 수 없는 것을 주니 바로 마음의 평화입니다.

각산스님 = 한국은 세계 최빈국에서 OECD 주요국가로 급성장했습니다. 하지만 자살률이 가장 높고, 학교폭력이 자주 발생하는 등 사회적 문제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불교적 대안’은 무엇이라고 보는지요.

아잔브람 = 많은 국가들이 서양의 제도를 도입하여 물질적으로는 성장했지만 행복의 측면에서는 가난해졌습니다. 그들은 돈은 많지만 시간이 없습니다. 그들은 K-pop 스타 등의 유명인에 대해서는 잘 알지만 이웃에 누가 사는지는 모릅니다.

불교는 이전에 한국에서 그랬던 것처럼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방법은 우리가 죽은 후에 어떤 일이 생길까를 상상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어떻게 하면 더 지혜롭고 더 친절하고 더 행복해질 수 있는지에 집중하는 데 있습니다.

각산스님 = 아잔브람이 불교에 귀의한 인연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아잔브람 = 저는 학교에서 공부를 매우 잘 하여 런던 서부에 있는 최고의 학교에 장학금을 받고 입학했습니다. 종교가 중요하다는 것은 느꼈지만 다른 종교들을 살펴보지 않은 채 하나의 종교를 선택하는 것은 논리에 어긋남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모든 주요 종교에 대한 책을 구입한 후에 선택을 했습니다. 이런 것을 ‘시장 조사’라고 합니다. 내게 불교는 다른 모든 종교들보다 뛰어났고 제가 케임브리지대학에서 공부했던 과학의 진리에 더 가까웠습니다. 똑똑하고 젊은 영국인이 불교를 받아들이는 것은 쉬웠습니다.

각산스님 = 불교 외에도 인류사회에는 다양한 종교가 존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불교를 선택한 까닭은 무엇인지요.

아잔브람 = 앞서 말했듯이 불교는 이성에 반하지 않는 유일한 종교였습니다. 불교는 현대 과학과 양립할 수 있지만 다른 종교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각산스님 = 인류 역사가 시작된 이후 수많은 전쟁의 배경에는 종교간 갈등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또한 자기의 종교만이 중요하고 다른 종교에 대해서는 배타적인 입장을 보이는 종교인이 적지 않습니다. 이 같은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아잔브람 = 인도의 어느 불자 왕이 2300년이 지난 지금도 남아있는 석주에 쓰기를 누구든 다른 사람의 종교를 험담하는 자는 자신의 믿음에 수치를 가져오리라고 했습니다. 다른 종교의 성소를 파괴하거나 기념물에 낙서를 하는 종교는 다만 그들의 종교가 얼마나 야만적이고 후진적인지를 보여줄 뿐입니다.

참된 종교는 갈등이 아니라 화합을 증진시킵니다. 불교를 진흥시키기 위해 전쟁을 한 적은 없습니다. 불교는 언제나 ‘말한 것을 실천’했고, 불교가 전해진 곳은 어디에서나 평화와 용서 상호존중을 전파했습니다.

각산스님 = 우리 삶을 힘들게 하는 근본 원인은 무엇이며, 이것은 어떻게 해결할 수 있습니까. 부처님 가르침이 삶을 힘들게 하는 근본 원인을 치유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보는지요. 아잔브람께서는 “삶에서 우리를 힘들게 하는 것은 원하는 어떤 것을 이루지 못하기 때문이 아니라, 원하는 그 마음을 내려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라고 하셨는데, 이에 대해 설명해주십시오.

아잔브람 = 삶이 우리에게 절대 줄 수 없는 것을 바라는 것, 그것이 우리 고통의 원인입니다. 자신을 이해하고 삶의 제한성을 이해하는 것이 지혜입니다. 이런 지혜는 ‘오직’ 명상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런 지혜는 우리가 이 몸이 가진 제한성 안에서 만족하게 해줍니다.

그래서 불교 수행자가 가장 행복한 사람인 것입니다. (위스컨신 주의 데이빗슨 박사의 실험에서도 입증이 되었지요.) 우리가 무언가를 더 원할 때 우리는 지금 이미 가지고 있는 것을 즐길 수 없습니다. 불교는 나날의 삶에서 잠시라도 원하는 것을 놓아버리고 멈출 수 있게 해줍니다.

그래서 여유롭게 지금 이 순간을 즐기고, 항상 무언가 미래의 계획에만 골몰하는 일 없이 우리 가족과 주변의 벚꽃을 즐길 수 있게 해줍니다.

각산스님 = 한국불교에 대해 알고 계신지요. 알고 계시다면 한국불교를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말씀해주십시오.

아잔브람 = ‘한국불교’라는 것은 없습니다. 태국불교, 중국불교, 호주불교도 없습니다. 소승, 대승, 금강승도 없습니다. 다만 부처님의 가르침이 있을 뿐입니다. 제게 불교는 매우 친숙하지만 한국 문화는 그렇지 않습니다. 본래 부처님께서 설하신 가르침에 한국에서 수백 년 간 부가하여 축적한 문화적 껍질을 벗겨낸다면 전 세계에서 동일한 그 가르침에 도달할 것입니다.

각산스님 = 내년 1월 한국을 처음으로 방문하시는데, 아잔브람을 기다리고 있는 한국인 불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은 무엇인지요.

아잔브람 = 좋은 스님이라면 그러하듯 제겐 아무런 계획이 없습니다. 저도 무슨 말을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저 알아차리는 마음과 자비로운 마음을 가지고 가겠습니다. 그리하면 제 입에서 어떤 말이 나오든 다 적절한 말이 될 것입니다.
 

■ 아잔브람

1951년 영국 런던에서 태어나 캐임브리지 대에서 물리학을 공부했다. 대학 시절 불교에 심취했으며, 태국에서 아잔차의 제자로 출가했다. 현재 호주 보디니야나 수행센터를 중심으로 전 세계에 명상수행법을 전파하고 있다. 지난 2008년 선풍적인 인기를 모은 명상 에세이 <술 취한 코끼리 길들이기>의 저자이기도 하다. 근간에는 <성난물소 놓아주기>(각산스님 감수)가 있다.

■ 각산스님

해인총림 해인사에서 보광스님을 은사로 득도. 해인사 승가대 졸업. 송광사, 범어사, 통도사에서 수행하고 미얀마에서 파욱 선사와 아잔 브람에게 가르침을 받으며. 태국, 미얀마, 스리랑카, 호주 등에서 10여 년간 정진했다. 현재 참불선원장. 역서와 편저로 <붓다의 명상> <법화삼매참법>과 명상안내서인 <멈춤의 여행> 이 있다.

[불교신문 2871호/ 12월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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