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일반인으로까지 확산되는 티베트 분신사태

“내 딸이 다음 생애는 자유 티베트에 태어날 수 있도록 기도해 주세요.”

분신으로 숨진 탐딘 쵸의 아버지 탐딘 캽씨가 고인의 명복을 빌기 위해 찾아온 현지 티베트인들에게 한 말이다. 티베트 뉴스 매체 파율에 따르면 그가 아버지에게 남긴 말은 다음과 같다.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의 사진조차 가질 수 없는 것은 티베트인들의 슬픈 운명이예요.” 아이 엄마이기도 한 23살의 이 여성은 고통스러운 현실을 이기지 못하고 자신의 몸에 불을 붙였다.

중국 억압정책에 항거해

15세 스님부터 60대 노인까지 79명 분신, 65명 목숨 잃어

10·20대 68명으로 가장 많아 ‘언제까지 보고만 있어야 할지…’

이달 초 중국 공산당 당 대회를 기점으로 티베트 분신사태가 일반인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지난 2009년 2월 쓰촨성 아바 끼르티 사원에서 따뻬 스님의 첫 분신이 발생한 이후 22일 현재 총 79명의 티베트인이 ‘달라이 라마 귀국과 자유’를 외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들 가운데 65명이 목숨을 잃었다. 여성도 11명에 이른다.

시진핑 지도부가 출범한 지난 15일에는 18살짜리 소년마저 몸에 불을 붙여 숨졌다. 앞서 7일에 15살의 도제스님이 암도 응아바 지역에서 소신공양해, 현재까지 분신한 티베트인 가운데 가장 나이가 어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가장 나이가 많은 사람은 암도 첸짜지역에서 6월에 분신한 탐딩 타르 씨로 올해 64세였다.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전체 희생자 가운데 68명이 10대와 20대 층으로 가장 많이 분신을 시도했다.〈표〉

처음에는 스님들이 많았지만 이제는 나이와 성별, 직업을 가리지 않고 분신 행렬에 동참하고 있다. 특히 젊은 티베트인들이 분신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은 무엇 때문일까.

차상엽 금강대 HK연구교수는 언어와 문화, 종교 말살정책 뿐만 아니라 주거지와 상권 등 생활과 문화터전을 모두 빼앗겨 자기정체성을 잃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차 교수는 “중국의 교묘한 탄압정책은 이같은 분신사태를 잠재우지 못하고 있다”며 “달라이 라마 존자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억압정책을 중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엔인권기구대표는 지난 5일 계속되는 분신에 침묵을 깨고 사람들을 폭력으로 과잉 진압하는 일이 계속되고 있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유엔 등 국제사회가 강경책을 거두라고 주문했지만, 중국은 달라이 라마 세력이 분신을 선동하고 있다며 강경대처로 일관하고 있다.

안성두 서울대 철학과 교수는 “티베트인들의 종교와 문화 자유에 대한 요구는 무리한 것도 아니다”며 “민간차원에서라도 티베트인들의 인권이 보장될 수 있도록 한 목소리를 내야 할 때”고 강조했다.

[불교신문 2868호/ 11월2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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