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같은 성격 탓에 가끔 돌이킬 수 없는 일을 저지르는 젊은이가 있었다. 어느 날 뒷산 암자 노스님을 찾아가 가르침을 청했다. 스님은 ‘감인대(堪忍待)’라는 세 글자를 좌우명으로 써주었다.

‘사바세계는 견디고 참고 기다리며 살아야 하는 세상입니다. 힘든 일이 있으면 견뎌내야 하고, 화나는 일이 있으면 참아야 하고, 절망 앞에서는 희망을 가지고 기다리며 살라는 뜻입니다.’ 법문에 감동한 젊은이는 그 글씨를 표구해서 방에 걸어두었다.

그가 어느 날 볼일이 생겨 원행을 떠나게 되었다. 아내를 혼자 두고 나서는 것이 찜찜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다행히 일이 빨리 끝나 그날 중으로 집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한밤중에 사립문을 열던 그는 깜짝 놀랐다. 안방에서 남녀의 웃음소리가 들리는 것이었다. 아내의 불륜을 의심한 그는 마당에서 도끼를 찾아들고 방문을 열어 젖혔다.

그때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이 족자로 걸어둔 ‘감인대’ 세 글자였다. 그는 스님의 가르침대로 일단 화를 참고 아내를 향해 ‘이럴 수가 있느냐’고 울부짖었다. 그 순간 등을 돌리고 있던 외간사내가 고개를 돌렸다.

아, 그는 바로 장인어른이었다. 그날따라 우연히 딸네 집 근처를 지나다가 안부가 궁금해 들렸는데 혼자 밤을 보내게 된 사연을 듣고 말동무를 해주는 중이었다. 사내는 들고 있던 도끼를 떨어뜨리며 무너지듯 주저앉았다.

부산 범어사에 주석하시던 동산(東山)스님은 너그러운 어른으로 유명하다. 불자들이 생활의 지침이 될 가르침을 청하면 조실에 걸어놓은 족자를 가리키며 자주 ‘감인대(堪忍待)’의 뜻과 유래를 일러주었다.

모든 수행은 고난과 분노를 견디고 참으며 때가 되기를 기다릴 줄 알아야 성취된다는 것이다. 비단 수행뿐이 아니다. 인생의 성공과 실패 또한 여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덜떨어진 사람일수록 금방 뜨거웠다 금방 차가워진다. 그 과보로 패가와 망신을 자초한다. 우리는 일기일경(一機一境)에 너무 일비일희(一悲一喜)하며 산다. 큰스님이 가르쳐준 감인대(堪忍待)의 뜻이 더욱 새롭다.

[불교신문 2862호/ 11월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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