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 정각원 첫 학술대회…“사회적 위상 걸맞는 좌표 설정과 역할 필요”

동국대 정각원(원장 법타스님)이 10월27일 첫 학술대회에서 정각원 건축물인 옛 숭정전(서울 유형문화재 20호)에 대한 종합적 고찰을 시도했다.

숭정전의 역사․건축․미술을 종합적으로 다룬 학술대회에서는 과거 경희궁 숭정전(왕이 집무하던 정전·正殿)의 의미를 동국대 노대환 교수(사학과)가 진단했다.

노 교수는 ‘광해군 개혁정치와 궁궐 건축’ 발표에서 “임진왜란 이후 풍수지리설을 신봉하면서 광해군이 선조와 달리 술사들에게 중요한 역할을 맞기고 궁궐 조성 사업을 주도했다”면서 “이에 신료들 사이에서는 비판이 제기되었지만 사대부들 사이에서도 풍수설 유행했다”고 밝혔다.

동국대 정각원이 첫 학술대회에서 동국대 고영섭 교수가 옛 숭정전에 대한 역사와 위상을 27일 발표하고 있다.

동국대 황인규 교수(역사교육과)는 ‘숭정전의 불교사적 의의’ 발표에서 “정각원은 경희궁의 정전인 숭정전으로서 광해군에 의해 경덕궁으로 창건돼 영조대 이후 경희궁이라 불려왔다”면서 “숭정전은 궁궐에서 제(祭)를 지낼 때에 쓰던 뽕나무로 만든 신주(神主)를 조성하거나 奉安하는 곳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일제강점기에 궁궐이 철훼되면서 1910년부터 1924년까지 경성중학교 교실로 사용됐으며, 이후 숭정전은 조계사 본당으로 회상전은 주지 법무실로 사용되고, 조계사 정문은 평양 풍경궁의 문인 황건문을 이건하였고, 해방후 동국대 기숙사로 사용된 박문사의 정문도 숭정전의 정문인 흥화문이었다고 역사적 족적을 밝혔다.

이어 “정각원은 경희궁 정전인 숭정전이 동국대 만해광장에 옮겨져 조동종 조계사 본당으로 사용되었으며, 해방후 조명기 교수가 필동 교사로 양도했다”면서 “정각원의 역사는 외형적으로는 1617년(광해군 9) 경희궁 숭정전으로 시작되며, 내용적으로는 1962년 11월 20일 본교 필동 학림관 대학선원 개원으로부터 시작됐다”고 밝혔다.

이어 고영섭 교수(불교학부)는 ‘정각원의 역사와 위상’ 발표에서 “구한말에 전국의 18개 사찰에서 갹출하여 설립한 동국대학교는 학교 내에 법회공간이자 수행공간인 대학선원과 법당인 정각원 및 대각전과 국제선센터를 설립하여 건학이념과 창학정신을 구현해 오고 있다”면서 “정각원은 종립대학교의 법당이라는 제한적 의미를 넘어서서 한국 정신사의 근간인 불교사상을 선양하고 있는 곳이라서 대사회적 위상에 걸맞는 좌표 설정과 역할 모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손신영 연구원(한국미술사연구사)은 ‘정각원의 미술사적 분석’ 발표에서 “숭정전은 의문점으로 궁궐의 정전이지만 건축형식은 그와 걸맞지 않게 보개천정과 당가에 결구된 닫집의 부룡이 모두 7조룡이다”면서 “현재 숭정전이 세워진 위치는 역사적으로나 지리적으로나 적당하지 않아 장소성만이라도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동국대 김창균 교수(미술학부)는 ‘정각원의 단청 양식 검토’ 발표에서 “궁궐 및 관아건축 단청의 경우처럼 정전에도 국왕의 권위와 위엄을 상징하는 문양들이 의장적 특성을 보이고 있다”면서 “창방을 비롯한 가로부재 단청은 직휘부분에 매화점 없는 연화 위주의 머리초로서 계풍은 먹분긋기로만 이루어져 있음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다만 정각원 단청에서의 부분적 변화와 관련, “외부 창방과 장혀를 보면 <조선고적도보>와 달리 직휘에 매화점을 둔 주화머리초를 하고 도리에만 연화머리초를 했다”면서 “천정의 우물반자는 <조선고적도보>와 일치하게 어칸 협칸 보개천정 모두 쌍용문양이 시행되어 있다”고 특성을 분석하고, 2004년 해체복원공사에서 사찰 법당으로 사용하는 것과 궤를 같이 하도록 시방서와 다르게 내부 단청이 이뤄진 것으로 파악했다.

마지막으로 ‘정각원의 7조룡(爪龍)과 근정전의 7조룡(爪龍)’에서 ‘용의 7爪와 수자 ‘7’과의 관계‘를 밝힌 세준스님(동국대 강사, 철학박사)는 “칠조룡은 우리만의 고유 용”이라며 용의 발톱이 주목받는 이유에 대해 “숫자 ‘7’은 가장 우주적인 수로 상정되었고, 전체․완성․완전 등 인류가 가장 좋아하는 수로서 7이라는 수가 담지한 상징성과 용의 상징성이 만나 ‘칠조룡’이라고 하는 새 문화콘텐츠가 완성됐다”면서 “칠조룡은 북두칠성과 관련, 칠성신앙의 신앙체계와 맥을 함께 한다”고 밝혔다.

학술대회에서 다룰 정각원 법당 건물<사진>은 광해군12년(1620년)에 완공된 경희궁의 가장 오래된 전각인 숭정전이며, 1829년 대화재로 다른 전각들은 소실되었으나 숭정전만 피해를 면해 1926년 일제에 의해 조계사로 이전됐다가 현재의 위치로 다시 옮겨졌다. 이 건물 천정에는 광해군 때 제작된 국내 유일의 일곱 발가락을 가진 검은 빛깔의 암수 흑쌍룡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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