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수행기관 다변화 왜 필요한가

간화선 위주의 종단 수행에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제14교구본사 범어사가 이번 동안거 때 경원을 개설해 <선문촬요>를 연찬하는데 이어 남원 실상사도 동안거부터 ‘화엄법계연기론’을 주제로 간경안거를 시작한다.

또 조계종 교육원(원장 현응스님)은 10월25일 오후2시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2층 국제회의장에서 ‘선교율 연찬을 위한 안거제도’ 공청회를 열고 수행기관 다변화에 대한 의견을 수렴한다.

이처럼 선원 외에 경원, 경율론을 연찬하는 삼장원이나 염불수행을 하는 정토원 등 다양한 수행기관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곳곳에서 제기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배경에는 선수행 일변도의 종단 수행풍토에 대한 변화에 대한 바람이 숨어 있다. 종헌 제110조에 따르면 종단에는 선원 외에 염불원, 참회원 및 기타 수행기관을 둘 수 있다. 하지만 선원을 제외하고 경전을 공부하거나 염불 등을 집중적으로 하는 수행기관은 그동안 만나기 어려웠다.

근래 참선일변도 영향, 경학 염불 등 소홀…

‘원융불교’ 전통 살려 선교율 균형발전 염원

이번 공청회나 범어사, 실상사의 경원은 간화선 위주의 수행을 벗어나 선과 교를 균형 있게 공부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된 것이라 하겠다. 수좌 스님들도 선원에서 정진하다 경원에서 공부하면서 보완할 수 있고, 경학원에서 공부하던 스님도 참선에 집중하고 싶으면 선방에서 정진할 수 있다.

정토원도 마찬가지다. 실제 사찰에서 많이 행해지지만 체계적인 지도가 이뤄지지 않았던 염불수행에 대해 제대로 배울 수 있다.

신설된 수행기기관은 3개월 안거기간 동안 정해진 처소에서 공동으로 생활하면서 하루 8시간 이상 정진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경(학)원의 경우 아침.저녁 참선하며 강의 토론, 경전합송, 간경을 하고 정토원은 하루 3시간 이상 염불정진을 하고 참법수행이나 정토관련 경전을 공부하는 등의 형태로 운영된다.

차후 선원과 마찬가지로 종단이 수행이력을 기록하고 관리하며, 법계 등 각종 이력에 반영할 수 있도록 제도도 정비될 계획이다.

범어사 경원장을 맡은 무비스님(전 교육원장)은 “근래 참선일변도가 되면서 불교를 잘 모르고 참선만 주장하거나 참선을 좋아하지만 내용은 잘 모르는 이들이 많아 안타까웠다”며 “경원을 비롯해 여러 수행기관이 설립되면 스님들 공부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동국대 교수 보광스님도 “신라 때부터 만일염불결사회가 결성돼 염불수행을 해왔는데 그동안 종단이 선만 강조하면서 이런 전통을 간과했다”며 “스님들이 출가해서 교학, 염불, 간화선 수행을 두루 경험한 뒤 자신에게 맞는 수행법을 찾아 정진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것 같아 반갑다”고 말했다.

[불교신문 2858호/ 10월2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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