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나무에 핀 행복

일운스님 지음/ 여친스님·아도스님 삽화/ 장명확 사진/ 담앤 북스

“김치버거 김치피자 김치그라땡, 울진의 초중고교생들이 젊은 스님들 보다 이제 더 좋아한다.” 불영사 주지이면서 <김치나무에 핀 행복>의 저자 일운스님은 10월8일 기자들의 방문에 가을 식재료로 최적이라는 호박잎 된장국에 ‘송이+호박볶음’을 직접 담아준다.

“순수한 자연음식은 의식있을 때 자신의 잘못을 고치라고 일깨운다. 사찰음식은 순수하고 단순하다. 천진불로 돌아가기 위해 음식을 먹기에 천연에 가까운 음식이 사찰음식이다. 템플스테이로 수요가 커진 사찰음식이 전통을 훼손하는 경향도 있다.”

스님의 사찰음식론은 거침이 없다. 그런 스님의 사찰음식에서는 “고정된 인식 바꿔야 한다”면서 “지금 이 순간”이란 개념이 출발점이고 “가족이 건강해야”란 명제가 붙는다.

“원래 있던 것이 맛을 결정한다. 공기 물 환경 음식 사람들이 깨끗해야 몸과 마음을 편안히 한다. 사찰음식은 몸을 편안히 하여 행복해지는 것이다. 나아가 음식 쓰레기에 지구가 몸살을 앓고 있는 해결책도 음식 쓰레기를 줄이는 사찰음식이 대안이다.”

순수 자연음식, 잘못을 고치라고 일깨워

고정인식 바꿔 ‘지금 이 순간’ 집중해야

1980년대 대만 유학에서 돌아와 피폐화 된 불영사를 대가람으로 일구듯, 스님이 낸 책은 밥상에 오른 배추가 숨을 쉬게 하고 김치튀김까지 등장하며 절집의 김치 이야기를 통해 야채의 생명력을 84가지로 되살렸다.

울진 불영사에서 진행된 책 <김치나무에 핀 행복> 시연회에는 김치활용음식의 놀라운 진보를 발견케 한다. 동치미국수, 김치우거지찌개, 돌솥김치밥 등에 민들레 김치도 곁들여졌다.

야채가 중심에 서서 입맛보다 눈길부터 사로잡은 사찰음식의 진가는 그렇게 야채의 진보를 담보한다. 천축산의 오랜 수행처이며 비구니스님들이 채공간에서 특별히 간수해온 식문화에서 사찰 인근의 텃밭이 왜 필요한가를 일깨운다.

여기에 직접 담근 장(醬) 내음과 계곡을 따라 길게 퍼지는 진한 밥냄새가 민족의 발효음식 연원을 보여주기 충분하다. 그만큼 김치는 불영사 천축선원의 1달반 가을안거 수행에서 지혜의 도리를 보여준다. 곁들여 ‘고추김치’ 조리법은 똑같이 막 따 온 고추이지만 생명력의 경중을 가려 새 생명을 불어넣어 준 것이다.

울진 불영사 후원 공양간 옆의 장독대에서 주지이며 저자인 일운스님이 10월8일 묵은 김치로 김치 레시피를 설명하고 있다.

신선한 재료에 대한 지나친 경계심을 떨쳐버리기에 제격인 ‘고추김치’는 재료의 겉보기 상태에 따라 양념간장에 들어가기도 하고, 김치에 쓰기도 하고, 국에 넣기도 하고 적절한 용도로 더욱 적극 활용된다. 그 속에서 주어진 음식에 대한 소중함과 더불어 재료들을 버리지 않고 상황에 맞게 유효적절하게 써가는 기법, 마치 근기에 따라 가르침이 갈라지는 불교의 지혜와도 잘 어울린다. 저자는 “재료의 좋고 나쁨에 따라 자신의 마음을 분별한다면 그건 정성스러운 공양의 자세가 아니다”고 말한다.

희귀한 ‘천문동약초김치’를 보자. 하늘의 문을 열어 주는 겨울약초로 불영사 뒷산 천문산에서 따 온 것이 김치에 곁들여진다. 스님은 “천문동은 성질이 차면서도 몸을 보하는 작용이 있기 때문에 몸이 허하면서도 열이 있을 때 써 깊은 산중 수행에서 겨울용 김치로 제격”이라고 말한다.

깊은 산속임에도 너무도 안정된 불영산사의 선방과 비구니스님들의 살림살이는 수행에서 벗어나는 법이 없다. 책은 그 이야기들을 삽화와 사진을 곁들여 음식 에세이로 꾸몄다. “채공간 조리는 수행처의 하늘과 땅과 물, 바람 등이 함께하며 음식을 통해 몸과 마음이 행복해지는 공간이다.”

저자 일운스님은 김치에 대한 일반 효능가치를 넘어선다. 스님은 “김치가 숙성되는 과정에서의 유산균의 효용성을 넘어 사계절 내내 다른 맛과 모습으로 우리들의 건강을 책임지는 김치의 내면을 탐구하자”면서 “단순히 늘 먹는 음식이라는 개념을 떠나 식재료 하나하나의 소중함과 그것을 대하는 우리들의 마음가짐을 다시 한 번 되새겨 보고 싶었다”라고 말한다.

책은 4장으로 구성, 봄안거 여름안거 가을안거 겨울안거 등으로 편성돼 각각 계절에 어울리는 김치 및 김치활용요리를 실었다. 당장의 가을안거는 역시 오신채를 사용하지 않은 절집김치로 늙은호박김치, 우엉김치, 연근김치, 송이나박물김치가 등장한다.

새해를 연 봄안거에는 산수유백김치, 민들레김치, 미나리김치 등 봄에 얻을 수 있는 채소로 담근 김치이다. 여기에 씻은김치들깨볶음, 김치두부꼬치, 김치묵사발 등 겨우내 먹었던 김치로 김치활용음식을 만든 레시피도 있다.

지난 13일 4년째 이어져온 불영사 사찰음식축제에는 오신채(파, 마늘, 달래, 부추, 흥거)를 사용하지 않은 절집김치의 깊은 식감을 느끼려는 탐방객이 주지 일운스님의 늙은호박김치와 송이나박물김치에다 양배추김치 등에서 눈과 입으로 즐감할 열린 공간이며, 가수 장사익이 출연하는 산사음악회가 같이 열렸다.

일운스님은 전국비구니선문회 부회장, 울진불교사암연합회장, 15대 중앙종회의원이며, 저서 <불영이 감춘 스님의 비밀레시피>를 냈다.

[불교신문 2856호/ 10월1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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