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의 계맥, 초기불교 영향인가 대승 특징인가’

오늘날 한국불교의 계율은 대승불교의 영향을 받았을까 초기불교의 영향을 받았을까. 조계종 교육원(원장 현응스님)이 조계종단 출범 50주년을 맞아 10월19일 오전10시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국제회의장에서 개최하는 ‘이 시대 한국불교의 정체성을 말하다’ 교수아사리 세미나에서 상반된 의견이 나와 눈길을 끈다.

‘초기불교의 눈으로 이 시대 한국불교를 말하다’는 주제로 발제를 맡은 각묵스님은 미리 발표한 논문에서 “조계종단이 초기불교를 존중하고 초기불교를 통해 통합종단의 청정성과 정통성을 회복하려 노력했다”고 주장했다.

그 이유로 스님은 1973년 한국의 중진 스님들이 태국의 비구계를 수지한 역사적 사건을 언급했다. 당시 율사 스님들은 태국 승단으로부터 3사7증을 초빙했고 종단 주요 스님들은 정식으로 비구계를 받았다.

이에 대해 각묵스님은 “한국불교 2000년사에 가장 획기적이고 위대한 사건”이라고 평가하며 “이것이야 말로 한국불교가 중국의 대륙불교를 넘어서서 초기불교의 정통 계맥을 한반도에 다시 복원시킨 것”이라고 말했다. 또 “스리랑카에 계를 전한 태국계맥은 남방상좌부불교에서도 중요하다”며 “이것을 수치스러워하는 것은 부처님 계맥에 대한 모독”이라고 덧붙였다.

각묵스님-자현스님

교수아사리 세미나서 상반된 주장

이 시대 한국불교 위기라는 점엔 ‘공감’

“사찰과 종단 관리 출가자 전담 시스템 불교 몰락시킬 것”

반면 자현스님은 ‘계율과 불교윤리의 눈으로 이 시대 한국불교를 말하다’는 주제의 논문에서 태국불교 계맥 전승에 대해 다른 견해를 편다.

자현스님은 “동북아 불교가 대승불교이며 한국불교 계율관에 특수성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남방 부파불교의 계를 받는다는 것은 위험한 현상”이라며 1973년 조계종 스님이 태국스님 12명을 초청해 통도사에서 계를 받은 것을 계율에 대한 인식부족 때문으로 봤다.

이어 “동아시아불교가 대승불교라는 점에서 일반적인 소승 율의 수계를 통해서 득도한데는 문제가 있다”며 “종헌에 조계종 스님은 비구계와 더불어 보살계를 수지하도록 돼 있는 것은 한국불교의 특수성을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스님은 한국불교 계맥의 특징을 서상수계(瑞祥受戒)와 대승보살신앙으로 꼽았다.

서상수계는 상서로운 기운이 있는 가운데 신인(神人)에게 계를 받는 것을 말한다. 서상수계의 대표적 인물은 신라 자장율사와 진표율사다.

두 스님은 한국불교를 대표하는 율사로, 통합종단에 이르러서는 자운스님에 의해 중흥된다. 자운스님은 한국불교 계율의 특성을 잘 계승한 인물로, 1939년 오대산 상원사에서 기도하다가 문수보살에게 계를 받은 것으로 돼 있다. 세 스님은 모두 서상수계를 받았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태국스님으로부터 계맥을 전수받은 것에 대해 상반된 평가를 하고 있는 각묵스님과 자현스님은 그러나 이 시대 한국불교가 위기라는 점에는 공감했다.

각묵스님은 “출가자가 사찰과 종단관리를 모두 하는 현재의 종단 시스템은 불교를 몰락시키는 것이 될 것”이라며 “돈과 권력을 재가자들이 관리하도록 하는 것이 초기불교에 어울리는 교단운영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자현스님은 “한국불교는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계율이 심각하게 왜곡됐으나 자운스님에 의해 한국불교 계율전통의 특징이 부활하면서 1981년 단일계단 설치 후 점점 안정화돼가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 한국불교는 ‘대승불교라는 재가주의와 관련된 문제’ ‘동아시아불교의 인도문화권과의 차이문제’ ‘한국불교의 깨달음 중시와 연관된 무애행의 정당성 문제’ 등이 복잡하게 연결돼 있는게 현실이다. 자현스님은 “지금부터라도 계율의 문제를 연구하고 환기해 교단의 청정성을 바로잡는 방향으로 나간다”고 말했다.

[불교신문 2856호/ 10월1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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