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명절과 음식물쓰레기

불교를 모르는 어떤 이가 내게 물었다. “스님들은 명절에 어디 가세요? 고향가세요?” “예~?” 생뚱맞은 이 질문에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

“스님들은 절에서 찾아오는 분들 맞이해야죠.” 그랬더니 “어떤 사람들이 고향 안가고 명절날 절에 찾아가요?” “고향 오는 길에 절에 오는 분도 계시고, 명절날 바로 절에 오시는 분도 있죠. 주로 집에서 제사를 모실 수 없는 상황에 놓인 분들이 절에 와서 제사를 지내거든요.” “아, 그렇구나. 그럼 스님은 고향 못 가시겠네요?” “하하. 그렇죠. 스님은 명절이라고 해서 특별히 고향에 가지 않습니다.”

그렇다. 스님들은 명절이라고 해서 특별히 고향을 방문하거나 부모님을 찾아뵙지 않는다. 물론 부모님께 안부전화 정도는 드리지만, 출가자는 관례상 세속의 명절을 그리 대수롭게 여기지 않는다. 출가자에게는 출가한 사찰이 곧 고향집이요, 은사 스님이 바로 부모님이나 다름없다. 오히려 명절 때는 절일이 많아 평소보다 더 힘든 면이 있다.

그건 그렇고, 명절에 은사 스님이 계신 절에 며칠 다녀왔다. 사찰이 도심에 있다 보니 여러 가지 풍경을 접할 수 있는데, 그 중에서도 집집마다 나온 음식물 쓰레기가 절 앞쪽 거리에서 악취를 풍기며 흉물스럽게 쌓여있는 것을 보았다.

적당하게 담아 깨끗하게 세워두면 될 텐데, 비싼 쓰레기봉투 가격 때문인지 작은 쓰레기봉투에 넘치도록 가득 담아 쓰레기 모으는 곳에 획 던져진다. 거리로 흘러나온 오물오수가 악취를 풍기며 너절 부러져 있는 모습은 보는 이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니, 쓰레기 처리에 좀 더 신경을 썼으면 하는 바람이다.

사찰선 오물오수 안 나오게 노력

불자들이라면 가정에서 실천해야

오래 전 유학을 간 일본은 참 깨끗했다. 특히 교토에 처음 갔을 때 쓰레기 처리방식을 보며 깜짝 놀랐다. 내가 살던 곳에는 일주일에 두 번 일반쓰레기 수거차가 오는데, 그곳 사람들은 쓰레기를 수거해가기 쉽도록 한 줄로 세워놓았다.

어디 그뿐인가? 평소에는 그곳이 쓰레기 버리는 곳인지도 모를 만큼 깨끗하고 악취도 없었다. 이웃끼리 사이좋게 치우고 정리한다. 그런 모습은 우리에게도 필요한 게 아닐까. 우리나라는 쓰레기종량제가 성공적인 평가를 받고 있긴 하지만, 돌아보건대 더 많은 개선의 노력이 필요하다.

음식물 쓰레기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율장에도 그와 관련된 이야기가 나온다. <마하승기율>제31권에는 승원 안에 있는 주방에서 쌀뜨물과 그릇을 씻고 난 더러운 물이 골목으로 흘려보내 세상 사람들로부터 비난을 받았다는 기록이 있다.

부처님께서는 “이는 마땅히 세상 사람들의 혐오를 받을만하다. 오늘부터는 승원 안에서 쌀뜨물과 더러운 물이 밖으로 흘러나감을 허락하지 않겠다”고 말씀하시며 단호히 경계했다.

이 기록에 의문을 가진 분들도 있겠다. 우리가 알기로는 부처님 당시에는 승가대중이 탁발을 하거나 공양청을 받아 식사를 해결했다고 알고 있으니까 말이다. 물론 원칙적으로는 그것이 맞다. 그러나 기근이 들었을 때처럼 특별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에는 정사 안에 식료품을 저장하고 취사를 허용하였다.

이렇게 난처한 상황에 대비하여 승가의 예외조항을 규정하는 것이 정법(淨法, kappa)제도이다. 정법은 곧 율의 원칙은 그대로 두고 약간의 편법만을 이용하여 스님들이 죄의식 없이 합법적으로 행동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이다. 따라서 이러한 기록이 율에 나올 수 있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사찰에서 음식을 해먹는 것이 당연하다. 그리고 부처님의 가르침대로 사찰에서는 오물과 오수가 흘러나오지 않도록 많이 노력하고 있다. 산사에서는 대개가 무공해 세제를 사용하며 환경오염에 신경을 쓴다.

특히 비구니스님들이 머무는 대중처소의 부엌은 그야말로 하수구에 떨어진 밥알도 주워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정갈하다. 이는 스님들이 청소를 깨끗하게 잘해서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여간해선 음식물 쓰레기를 잘 남기지 않기 때문이라고 봐야 더 옳겠다.

통계에 의하면, 지금 인도에서는 팔리기도 전에 썩어버리는 식품의 비율이 40%나 되고, 미국에서는 매년 1천억 달러의 음식이 버려진다고 한다. 미국 음식물 쓰레기의 1%만 줄여도 1년에 700만 끼의 식사를 만들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중국의 10배나 되는 음식물 쓰레기를 버린다고 하니, 인구수를 비교해보면 이게 가당키나 한 소리인지 그저 놀랍다. 전국 식당에서만 한 해 60만 톤의 음식을 버리는 영국에서는 올해 ‘먹을 만한 음식은 버리지 맙시다(Too Good To Waste)’ 캠페인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세상은 적당량을 덜어 남김없이 먹는 사찰음식문화가 대세다. 하물며 불자들이야 말해서 뭘 하겠는가.

[불교신문 2854호/ 10월1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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