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 하루] ⑨ 육지장사 현장 ‘건강비전 템플스테이’

15:00

입재…체지방측정 “2㎏ 감량 목표”

“‘나’라는 잣대로 상대를 재지 마십시오. ‘당신도 내마음 같으려니’하는 생각이 가장 어리석은 착각이죠.” 지난 3일부터 5일까지 열린 건강비전 템플스테이에서   육지장사 회주 지원스님의 ‘입재법문’은 각종 스트레스로 몸과 마음에 병을 키우는 현대인들에게 꼭맞는 가르침이다.

스님은 ‘절’과 ‘합장’의 의미, 그리고 ‘연꽃정신’을 강조하면서도 종교적 가치를 들기보다, 그 속에 담긴 자비와 사랑, 겸손과 배려, 감사와 참회 등을 설명했다. 집이나 휴양지에서 놀고먹고 편히 쉬면서 보내도 될 여름휴가지만, 찜통더위에 사찰을 찾아온 이들을 위해 지원스님은 1시간 법문과 2시간여 차담까지 나누면서 건강한 몸과 마음을 위한 필수요건들을 조목조목 제시하고 당부했다.

“다른 것은 다 빨리 해도 좋아요. 제발 밥먹는 것만큼은 천천히 하세요. 오래씹어 적게 먹는 것만이 건강과 장수의 첩경입니다”, “절이라서 절하라고 하는 것 아닙니다. 하루 1번 108배를 하십시오. 온몸의 기혈을 돋워줍니다”, “더운 여름에도 몸을 따뜻하게 하세요. 아랫배를 따뜻하게 하면 면역력을 활성화시켜줍니다”….

입재식을 마치고 참가자들은 체지방을 측정하고 현재 몸상태를 체크했다. 기자를 포함 대다수 20~30대 여성들은 사흘간 체중 2㎏ 감량을 꿈꿨다.

17:00

해독선식 먹고 모유수 맛보고

2박3일간 총 다섯차례의 공양시간이 있다. 따라서 5회에 걸쳐 육지장사의 특별선식을 체험했다. 매끼 먹는 선식은 0.3ℓ(물컵 한잔) 분량이다. 당근을 갉아서 사과즙을 조금 섞은 뒤, 지원스님이 직접 ‘제조’한 약초가 뿌려져 있다. 맛은 당근주스처럼 달다. 약초는 찻잎을 말린 듯한 맛이다.

이 선식은 급하게 마시면 금물이다. 티스푼으로 떠서 입에 넣고 여러차례 오물오물 씹어서 넘겨야 한다. 5초면 꿀떡꿀떡 마실 주스를 30분간 씹어 삼킨다. 이같은 선식으로 2~3주까지 단식을 했다는 지원스님은 “과다섭취한 음식의 오염된 중금속을 배출하고 오장육부에 쌓인 독소와 노화를 촉진하는 노폐물들을 청소하여 몸을 건강하게 해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님은 수시로 물을 섭취하라고 했다. 육지장사 물은 ‘모유수’라 불릴 정도로 몸에 좋은 육각수다. “신도보다 물 받으러 오는 사람들이 더 많다”는 말이 돌 정도다. 선식은 이상하리만큼 공복감이 오지 않았다. 선식에 뿌려진 약초성분이 궁금했지만, 스님은 이를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몸의 면연력을 증강시키는 것이니 새롭게 태어나겠다는 각오로, 흔들림없이 단식에 임해보라”고 권했다. 단식보다 중요한 것은 단식 후 보식이다. 이틀간은 묽은 죽과 된장국 등으로 소식해야 한다.

4:00

“나도 고소영처럼…절체조 108배”

불자들에게 108배는 익숙하고 비교적 수월한 수행법이다. 하지만 일반인들은 ‘108번의 절’이 상당한 인내와 고행이 따른다고 여긴다. 최근 탤런트 고소영이 방송에서 자신의 몸매관리비법을 ‘절체조’라고 소개하면서, 건강 측면에서 108배 효과가 화제가 됐다.

이번 육지장사 템플스테이에도 종교가 다른 이들이 대거 참석했지만, 108배에 대한 거부감이나 두려움은 눈에 띄지 않았다. 오히려 절하는 기본자세를 정확하게 준수하면서 불자들보다 진지하게 108배에 임하는 모습이다.

스님들의 죽비소리에 맞춰 108배를 하거나, 혼자서 집에서 할 경우, 일반적으로 15분 정도가 소요된다. 하지만 육지장사 108배는 매일 새벽예불과 저녁예불을 마치고 약 40분동안 108배를 올린다. 한배마다 생명평화를 서원하는 발원문구를 되새기면서 천천히 절을 올린다.

빠른 속도에 길들여진 기자는 느리게 하는 108배가 더 어려웠지만, 대다수 참가자들은 계단을 오르내릴 때도 다리통증이 거의 없다면서 좋아했다. 지원스님은 “나의 이기적 자만심을 굴복하고 겸손을 표현하는 108배를 통해 참회하는 공덕과 몸의 경혈을 자극하는 최고의 다이어트운동이자 정신 정화방법”이라고 말했다. 네팔인 설래스님과 2박3일간 네차례의 108배를 했다.

10:00

단전에 온구 올려놓고 옥돌회랑서 포행

육지장사에서만이 체험할 수 있는 온구체험. 쑥뜸과 옥돌찜질 두 가지다. 육지장사에는 원적외선과 음이온이 방출되는 쑥뜸체험관시설이 갖춰져 있다. 불붙은 쑥봉을 쑥뜸온구에 넣어 단전에 올려놓고 따뜻한 기운을 불어넣는다.

원기강화와 면역력 증대, 배설활동을 돕고 전립성비대증, 자궁근종, 냉대하 등 성인병 예방에도 효과적이다. 체험관에는 쑥뜸에서 나오는 연기를 밖으로 배출시키는 개인별 환풍기가 설치돼 있어 쾌적한 환경에서 뜸을 할 수 있다.

1시간여 쑥뜸을 하는 동안, 화상위험 때문에 잠들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하라고 경고했지만 다수가 따뜻하고 기분좋은 기운에 코를 골면서 잠자기 일쑤다. 시간이 갈수록 뜨거운 기운이 올라오지만 단전 주변에 뜸을 옮겨가면서 찜질을 하면 좋다. 몸을 따뜻하게 해서 불필요한 체내지방을 연소시키고 단식요법과 병행하여 독소배출의 효과를 극대화해준다.

옥돌찜질도 인기다. 지원스님이 중국에서 구해온 ‘옥돌주머니’를 뜨겁게 달궈서 아프거나 불편한 몸에 대고 있는 찜질법이다. 신진대사와 소화촉진에 유용해 산뜻하고 쾌적한 기분을 전해준다. 육지장사 경내에는 법성게를 새긴 옥돌회랑이 있다. 옥돌회랑에서 호흡과 발끝에 집중하여 천천히 걷는 명상도 혈액순환에 좋다.

11:00

도리산 길따라 바람따라 ‘풍욕’하는 즐거움

조계종 포교원장 지원스님은 8월4일 종단 차원의 런던올림픽 응원차 출국하는 날이지만, 이 날 공항으로 떠나기 전까지 템플스테이 참가자들과 차담을 나눴다. 스님은 “마음은 훌륭한 악기다. 마음이 어떤 연주를 하느냐에 따라, 마음을 어떻게 다스리는가에 따라, 삶이 바뀐다”며 마음수행과 건강의 상관관계를 설명했다.

스님이 마지막으로 “건강한 마음수행을 통한 깨달음으로 지혜를 얻을 수 있고, 지혜는 곧 우주만물의 인연법을 깨닫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님의 차담이 끝나자마자 참가자들은 스님의 법문을 가슴에 새기면서 육지장사를 에워싸고 있는 도리산 산행에 나섰다. 이른바 풍욕(風浴)이다.

템플스테이를 지도하는 태휴스님의 안내로 한줄로 길게 늘어서 묵언으로 포행했다. “험하지 않은 40분 거리”라는 출발 전 스님의 말은 그야말로 스님에게만 해당될 뿐. 단식과 108배로 다소 몸이 가벼워지긴 했지만 여기저기서 신음소리가 들렸고 수련복은 금세 땀으로 젖었다.

태휴스님은 “단식을 할수록 몸을 왕성하게 움직여야 한다”면서 “공부에 게을리할지언정 산행에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건강을 강조했다. 무더위가 극심해 ‘풍욕’이 아니라 ‘열욕’이 됐지만 저마다 방사에서 샤워를 하고 얼굴은 한결 환해졌다.

14:00

“구부정한 자세로 수행해봤자 무슨 소용?”

“자세는 만성피로의 근원입니다.” 재활물리치료사 윤여진씨는 등장하자마자 현대인들의 그릇된 자세를 지적하면서 치유를 시작했다. 그에 따르면 우리 몸은 앞뒤 근육이 얼기설기 뭉쳐 바로서게 되는데, 중력보다 자신의 근력이 부족하면 구부정한 자세를 피할 수 없다.

책상에 앉아 컴퓨터에 집중하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등근육이 늘어나면서 몸의 앞근육이 상대적으로 짧아져 디스크를 유발시키는 경우도 잦다. 구부정한 자세는 장기들을 서로 눌러 급기야 혈액순환에 장애를 초래한다.

‘추나 수기 교정’은 2인1조로 나뉘어서 진행된다. 서로가 부위별 지시에 따라 맛사지하는 형식으로 자세교정을 시작한다. 옆으로 누워 몸을 S라인으로 만들어 겨드랑이근육과 어깨뼈를 활성화시키는가 하면, 목과 흉추, 요추, 천추 등을 팔마사지로 근육을 이완시켜 준다.

윤 치료사는 법당 좌복에 앉아서 수행할시 몸에 무리가 가지 않는 자세를 직접 선보였다. 참가자들은 맛사지를 받을 때보다 상대에게 해줄 때 구슬땀을 흘렸다. 2시간이 훌쩍 넘도록 교정시간을 가졌지만 이후에도 개인별로 상담과 문의를 하기 위한 줄이 길게 늘어섰고, 일부 참가자들은 그 자리에서 골아떨어지기도 했다.

[불교신문 2840호/ 8월1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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