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0차 동두천 자재암 순례

70선묵 혜자스님과 마음으로 찾아가는 108산사순례 기도회순례법회가 지난 75일부터 7일까지 동두천 소요산 자재암에서 여법하게 진행됐다.

본격적인 장마가 예고된 날, 이른 새벽 전국 법등에서 출발한 버스가 경기의 소금강으로 불리는 소요산 주차장에 도착했을 때 자재암 주지 혜만스님과 대중들이 반갑게 우리를 맞이했다. 싱그러운 녹음사이로 매미 울음소리가 들리고 계곡의 맑은 물소리가 귀가에 청아하게 풀어졌다. 

원효대사가 수행 중 관세음보살로 화현한 아리따운 여인이 나물을 캐다가 길을 잃고 하룻밤을 청하는 것을 뿌리치고 온갖 희로애락의 감정과 삼라만법이 모두 마음의 소치이므로 욕을 죽이고 신멸지경에 이르면 유유자재하여 구애됨이 없다(心生卽種種法生 心滅卽種種法滅 自在無碍之境)”는 법문을 남긴 자재암. 조선시대 화담 서경덕, 매월당 김시습, 명필(名筆) 봉래 양사언이 자주 산책을 했다고 전해져 소요산이라 불렸다. 이곳은 원효폭포, 원효대, 백운암, 옥류폭포 등 아름다운 곳이 많다.

경내가 좁아 6000여 명의 회원들이 모두 함께 할 장소가 없어 잠시 경치를 둘러보고 난 뒤, 야외 주차장에 조성된 대형 석가모니 불화(佛畵)앞에서 진신사리를 모시고 여법하게 법회를 가졌다. 회원들은 자리를 잡고 기도준비에 들어가고 곧 법회가 시작되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천수경독경과 나를 찾는 고요한 시간인 입정을 거쳐 광명진언 사경을 하고 ‘108참회 기도에 들어갔다.

나만이 최고라는 아만심으로 생활한 것을 참회하옵니다. 내가 무심코 한말로 인해 남의 가슴을 아프게 한 잘못을 참회하옵니다. 남의 따뜻한 충고를 받아들이지 않고 내 가치로만 판단한 잘못을 참회하옵니다. 남의 말을 듣고 부풀려 타인에게 전한 잘못을 참회하옵니다.”<나를 찾는 백팔기도문> 86~89

장맛비 가르며 행복 찾아 떠난 순례

선행으로 회원들에게 보리심 심어줘

회원들의 간절한 기도소리는 능선을 타고 메아리로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세상의 모든 갈등은 자기 자신이 최고라는 아만(我慢)에서 빚어진다. 특히 사람이 마음의 행복을 얻기 위해서는 반드시 버려야 할 것이 있는데 바로 아만심이다. 그래서 옛 선사들은 아만을 가지고 공부를 하는 것은 마치 섭나무를 등에 지고 불속으로 뛰어드는 것과 같다고 했던 것이다.

우리 회원들도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아만을 버리게 되면 남을 이해하게 되고 존중하게 된다. 또한 자기 주장을 펼치지 않게 되고 비로소 나와 가족 이웃이 행복해질 수가 있다. 이와 같이 모든 갈등의 원인은 아만으로 인해 빚어진다. 어쩌면 기도란 아만을 버리기 위해 하는 마음공부라 할 수 있다.

기도를 마치자 조금씩 가랑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기상예보는 삼일 동안 엄청난 폭우가 쏟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자재암으로 오르는 산길은 겨우 한사람이 지나갈 정도로 매우 비좁다. 회원들은 염주보시를 받기 위해 주차장에서 자재암까지 일렬종대로 서서 차례를 기다렸다.

가랑비를 맞고서도 조금도 미동을 하지 않는 우리 회원들을 보고 혜만스님은 큰 감동을 받았다고 한다. 첫째 날 염주보시를 마치고 버스를 타자 일원상 무지개가 소요산 마루에 장엄하게 떠올랐다. 올해 들어 여덟 번째 일심광명을 밝힌 무지개였다.

문제는 둘째 날이었는데 이른 새벽부터 엄청난 비가 쏟아져 나와 혜만스님은 여간 걱정이 아니었다. 법회장소인 주차장에서는 마땅히 비를 피할 곳도 없었다. 그런데 정작 법회가 시작되었을 땐 회원들의 기도소리에 불보살님도 감흥을 하였는지 폭우가 누그러지고 가랑비만 조금 비쳤을 뿐, 염주보시를 끝내고 회원들이 모두 버스에 오르자 정작 엄청난 비가 쏟아졌다. 삼일 째는 비갠 뒤 화창한 날씨가 펼쳐졌다.

산길을 오르면서 예순을 조금 넘은 두 보살님이 나누는 대화가 재미있었다. 이들이 나누는 대화를 한 젊은 보살님이 우연히 듣고 나서 내게 전해 준 말이었다.

이제 108산사순례도 겨우 3년 남았네. 이 즐거운 여행이 끝나면 이제 무얼 하지?”

그러게 말이다. 큰스님 덕분에 선행도 하고 우리나라 전국의 땅도 다 밟아 보았네. 이제 산사순례가 끝나면 무슨 낙으로 살지. 아마 스님께서 108산사순례를 또 시작 하시려나?”

하하. 내가 그 때까지 살랑가 모르겠네.”

나는 이 말을 전해 듣고 자연스럽게 웃음이 나왔다. 실로 허전하고 묘한 느낌이 들었다. 그것도 그렇듯이 9년이란 긴 대장정은 참으로 멀고 먼 길이다. 벌써 6년이 훌쩍 지나고 이젠 도반으로서 함께 늙어가니 그 정은 차마 말로 다 표현 할 수가 없다. 아마 그 두 보살님은 한 달에 한 번 씩 떠나는 이 산사순례가 삶의 즐거움인 것 같았다. 

이렇듯 108산사순례는 기도만 하는 것이 아니라 선행을 베풀면서 삶의 소중함을 느껴가는 단체인 것이다. 그 보살님들이 나누는 대화 속에는 삶의 의미가 어디에 있는가를 단적으로 보여 주는 한 예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삶은 하나의 긴 여행이다. 그런데 현대인들의 삶은 매일 바쁘고 고단하다. 그 속에서 시간을 내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국토를 한 달에 한번 씩 모두 밟아본다는 것은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이 속에는 기도 이상의 의미가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

자재암 순례법회는 실로 회원들에게 지극한 보리심을 심어주었다. 108참회기도가 끝나고 군장병 사랑, 다문화인연 맺기, 효행상, 108선묵장학금, 108약사여래보시금 수여행사를 가졌다.

돌아오는 길, 회원들은 농협중앙회에서 마련한 우수 농.특산물 직거래장터에 들러 특산물들을 샀다. 마지막 날, 주지 혜만스님은 북한동포돕기 공양미 300석 모으기에 40kg, 27가마를 도와주셔서 더욱 고마웠다.


■ 자재암 주지 혜만스님 / 108산사순례를 맞이하며

한국불교의 신행문화를 이끌고 있는 선묵 혜자스님과 마음으로 찾아가는 108산사순례기도회회원들이 경기의 소금강이라고 불리는 소요산 자재암을 찾아 주신 것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된 날이라 선묵 혜자스님과 저는 법회 중 마음이 조마조마 했습니다. 더구나 좁은 경내라 주차장에서 법회를 진행하였는데 마땅히 회원들이 비를 피할 곳도 없어 삼일 동안 여간 걱정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부처님께서 회원들의 기도소리에 감흥을 하셨는지 실로 큰비를 피할 수 있어 여법하게 법회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습니다.

저는 가랑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꼼짝없이 열심히 기도를 하시는 회원들의 모습을 보면서 참으로 깊디깊은 감동을 느꼈습니다. 아름다움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모습입니다. 빗속에서 옷이 젖는지도 모르고 기도를 하시는 그 모습이 바로 진정한 보살의 아름다움입니다.

비 맞으며 열심히 기도하는

회원들의 모습에 깊은 감동

부처님께서 그 화답으로 소요산 산마루에 일원상 무지개까지 장엄하여 주셨으니 참으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이 모든 것이 지극정성으로 기도를 올리시는 여러분들과 선묵 혜자스님의 공덕 덕분이 아니겠습니까.

저는 선묵 혜자스님이 왜 무지개 스님포대화상으로 불자들에게 불리시는지 그 이유를 이제야 알 것만 같습니다.

자재암은 중생을 사랑하는 원효대사의 종교적 아량과 이를 위해 선택한 인간적 고뇌가 함께 깃들어 있는 천년 고찰입니다. 이곳에서 모든 회원들이 불보살님의 가피를 받고 돌아가시기를 기원합니다. 또한 마지막 까지 108산사순례를 무사히 회향할 수 있도록 삼보전에 발원하옵니다.

[불교신문 2837/ 8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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