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되돌아보면 잘한 일이 있고 후회되는 일도 있듯이, 한 나라의 역사도 떠올리기 싫은 부분이 없을 수 없다. 우리로선 그 중 하나가 일제강점기일 것이다. 이 시대 우리들은 일본의 식민지 백성으로 이루 말할 수 없이 참담하고 고달픈 삶을 살아야 했다.

하지만 나라가 망했다고 해서 그 시대를 살았던 모든 사람의 정신도 그랬던 건 아니다. 암흑의 시대를 이겨내려는 사람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해방도 되고, 지금 같은 발전도 이뤄진 게 아닌가. 그러니 일제강점기 콤플렉스에 빠져만 있을 게 아니라, 힘든 시기를 이겨내려 노력했던 시대의 역동성을 찾으려는 역사 인식이 필요한 것 같다.

이에 대해 최근 다른 어느 분야보다도 불교계에서 앞장서 적극적 행보를 보여 주목된다. 군산 동국사에서 전시중인 ‘치욕의 36년, 일제강점기 역사 유물전’이 그것이다. 동국사는 일제강점기 창건되어 전각의 형태나 가람배치, 범종까지 일본식 사찰을 꼭 빼닮았다.

보통 정서로 본다면 굳이 드러내고 싶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어느 시대건 고달픈 중생은 있기 마련이고, 그들을 위해 절이 창건된다. 그러니 절이 그 시대의 흐름을 대변하는 건 당연한 이치다.

그래서 동국사는 ‘국내유일의 일본식 사찰’임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대웅전과 불상은 불교계로서는 몇 안되는 문화재청의 근대 등록문화재 중 하나가 되었다.

동국사 전시회 자료들은 일본의 한국 침략을 진심으로 반성하며 운상사 주지 이치누헤스님이 ‘참회의 마음’으로 기증한 것이라 한다.

자료 중에는 조동종 사찰에 참배를 강요받았던 2차대전 참가 조선인 전사자들의 위패, 동국사의 일본전투기 ‘조동종호’ 헌금 납부자 명부, 조선어 말살을 위해 조선총독부가 보급한 교과서 66권 전질, 1938년 조선인 최초 강제징용자 훈련소 입소 사진, 기타 조선총독부 불교관계 서류 등 불교계나 근대사에서 의미 있는 자료들이 많다. 물론 일본측에서도 이를 보고 역사적 후회와 반성이 있어야 할 것이다.

동국사 전시 자료들에선 이렇게 이래저래 여러 가지 의미가 읽힌다.

[불교신문 2822호/ 6월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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