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원 첫 종단 외국인 스님 연수교육 시행

이날 외국인 스님 연수에는 22개국 48명의 스님이 참가했다.
불자가 1%도 안되는 인도에서 불교를 제대로 세우고 싶습니다.(혜달스님)”
 
“10년 후 리투아니아에서 선센터를 열어 참선을 지도하는 게 희망입니다.(원보스님)”
 
승가대학을 졸업하면 미국으로 돌아가기보다 한국에 남아 경전을 공부할 계획입니다.(경본스님)”
 
조계종 교육원(원장 현응스님)이 종단에서 출가한 외국인 스님을 위해 마련한 첫 연수교육이 지난 11일 목동 국제선센터에서 열렸다. 이번 연수교육은 한국불교 세계화의 주축이 될 외국인 스님들의 현황을 파악하고,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해 마련됐다. 현재 조계종에서 시행하는 교육체계와 해외포교 사업 및 지원정책 등을 공유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연수에는 국적, 인종, 언어는 다르지만, 오로지 부처님 제자가 되기 위해 한국으로 온 22개국 출신 48명의 사미, 사미니, 비구, 비구니 스님이 참석했다. 수행과 전법교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스님들은 외국인으로서 한국불교를 포교하는 것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하며, 한국불교와 문화를 바르게 배울 수 있는 여건조성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또 많은 국가에 조계종 해외교구를 설치하고, 외국인 스님들이 전법포교할 수 있는 도량을 열 수 있도록 지원하는 체계를 마련해달라는 의견도 나왔다.
 
한국불교 가치관 공유 및
 
불교문화 예술 이해하도록
 
다양한 교육프로그램 준비
 
종단에 등록된 97명의 외국인 스님들은 다양한 국적을 갖고 있다. 남북아메리카나 유럽, 아시아 대륙별로 비율이 비슷하다. 단일국가로는 미국인 스님이 23명으로 가장 많다. 동유럽 국가출신 스님들의 비율도 높다. 폴란드 러시아 체코 헝가리 순으로, 한국 스님들이 많이 활동하는 국가들이 대부분이다.
 
최근에는 아시아 출신 스님들이 증가했다. 스리랑카와 네팔, 방글라데시 출가자가 많다. 외국인 출가자 대다수는 참선수행을 하고 있다. 자국의 선센터에서 간화선 수행을 하다가 한국에서 출가해 수행하는 스님들이다.
 
하지만 선을 직접 지도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역경이나 포교에 관심을 갖거나 현재 종사하는 경우도 극히 일부다. 교육원 관계자는 불교미술이나 음악, 다도 등 한국불교문화의 여러 모습을 체계적으로 공부할 기회가 부족하다보니 간화선 수행에만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한국불교를 제대로 공부하지 못해 포교에 어려움을 느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교육원은 외국인 스님들이 선수행 외에도 교학연구나 포교분야서 활동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나섰다. 매년 외국인 스님 연수를 개최하고, 외국인 스님들이 조계종 구성원으로서 한국불교의 문화와 예술, 불교적 가치관을 공유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다양한 교육프로그램도 준비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해외에 사찰을 개원해 전법교화를 하겠다는 원력을 세운 스님을 종단차원에서 지원해주는 방법을 마련하는 것 또한 과제로 설정했다.
 
교육원장 현응스님은 한국불교는 그동안 참선 수행만을 열심히 해 왔지만 이제 소극적인 모습을 벗어나야 할 때라며 사회와 국가 세계를 위해 복지, 문화, 포교 등에서 활발히 활동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이어 특히 한국불교가 세계 속에서 활동하기 위해서는 외국인 스님의 도움이 절실하다앞으로 종단은 외국인 스님이 세계 곳곳서 수행하고 포교활동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하게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연수에서는 종단 교육 및 해외포교, 템플스테이 사업 등 다양한 부분에 대한 소개가 진행됐다. 교육국장 가섭스님이 승가교육 체계 및 고시, 승적관리에 대해, 총무국장 현담스님이 해외특별교구 개설현황과 외국인 스님들의 역할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사회국장 묘장스님이 한국불교 세계화를 위한 인적 네트워크 구성방안에 대해, 마하이주민지원단체협의회 공동대표 도제스님이 국내 다문화 현황과 외국인스님의 역할에 대해 강연했으며, 김영일 불교문화사업단 차장이 외국인 템플스테이 상시운영 사찰에 대해 소개했다.
 
강의를 듣고 있는 외국인 스님들.
 
한국불교 포교에 영어 필수
 
조불스님(폴란드)
 
폴란드 태생 조불스님은 조계종 해외포교의 선구자였던 숭산스님을 만나 한국까지 오게 됐다
. “모든 생명에는 탄생과 죽음의 과정이 있고 그것이 고통이라는 생각을 항상 해왔다는 스님은 스스로도 죽음의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출가를 결심했다고 한다.
 
1999년 한국에 와 물설고 낯선 땅에서 수행정진하면서 문화적 차이로 많은 어려움도 겪었다.
 
서양인들이 직설적인 것에 반해 한국인들은 간접적으로 표현하고 조직문화도 강해 적응하기 쉽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중국, 일본에 비해 체계적인 한국불교 승가교육의 시스템 덕분에 많은 것을 배웠다.
 
체계적인 승가교육은 장점이지만 어학 부분은 개선이 필요하다는 스님은 한국 스님 가운데 영어로 능숙하게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한국불교가 영어로 된 서적을 세계로 출판하고 스승이 직접 가르침을 주면 한국불교 세계화에 많은 발전이 있을 것이라며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한국생활 13년 째, 회색 승복이 더 이상 낯설지 않다는 한국에서 간화선 수행을 하는 것도 좋지만 때가 되면 폴란드로 돌아갈 생각이다. “보다 많은 폴란드인을 불교에 귀의시켜 고통에서 벗어나 마음의 진정한 평화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는 서원을 세웠다.
 
연수 통해 서로 이해 깊어져
 
자광스님(캐나다)
 
한국불교에서 출가한 계기를 묻자 자광스님은
캐나다에서 한국인 삼우스님을 만난 것이 인연이 됐다영어에 능숙한 스님으로부터 참선지도를 받으면서 한국불교에 귀의하게 됐다고 말했다.
 
스님은 책을 통해 불교를 처음 접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발생하는 온갖 스트레스와 삶의 불균형에 시달리면서 마음공부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참선을 시작했다. 그러다가 삼우스님을 만나면서 1999년 한국에서 삭발염의했다.
 
한국에서 수행하면서 스님은 한국불자와 서양불자들의 차이점을 여실히 알게 됐다고 한다. 스님은 한국불자들과 서양의 불자들이 절을 찾는 목적이 다르다는 것을 강조했다.
 
한국불자들은 뭔가를 기원하기 위해 절에 다니면서 염불과 기도, 절을 수행한다반면 나와 같은 서구인들은 명상을 통해 어떻게 하면 평화롭고 자비로운 마음을 가질 수 있을지 관심이 많다며 차이점을 이해해야 해외포교에도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이어 한국에서 출가자로 생활한지 13년 만에 여러 외국인 스님과 교류할 수 있는 뜻 깊은 시간을 가졌다는 스님은 앞으로 이런 자리가 계속돼 서로 이해할 수 토대가 마련되길 바란다다만 원활한 의소소통을 위해 통역 등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초기경전 한국어 번역 희망   
 
성본스님(방글라데시)
 
외국인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한국적인 외모를 가졌다
. 한국어도 능숙해 함께 얘기를 나눠도 스님이 방글라데시에서 왔다는 걸 알아차리기 어려울 정도다. 한국어와 한국불교, 승가의 문화를 익히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 왔음을 짐작할 수 있다.
 
방글라데시는 이슬람국가로, 불교 인구는 0.6% 정도로 그나마도 계속 낮아지고 있다. 스님은 대대로 불교를 믿는 차크마출신이다. 아버지의 권유로 남방불교에서 출가해 중학교 때 스리랑카로 유학을 갔다.
 
그곳에서 지금 은사인 동주스님을 만났다. 어린 나이에 출가해 유학하고 있는 스님을 기특하게 여긴 동주스님은 후원자를 자처했다. 그게 인연이 돼 2007년 한국에서 출가하게 됐다고 한다.
 
한국 생활 5년째인 지금은 서울 홍원사 원주 소임을 맡고 있다. 절 살림하느라 바쁘지만 스님이 되기 위한 준비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 은사 스님으로부터 한국불교의례의식 집전을 배우고 귀화도 신청했다.
 
다음에 열리는 외국인 연수에는 참가할 필요가 없는 진짜 한국 스님이 돼 있을 것이라는 스님은 한국인으로서 한국에서 부처님 법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기회가 된다면 남방불교에서 공부한 빨리어를 활용해 초기경전을 한국어로 번역하는 일에 참여하고 싶다는 희망을 전했다.
저작권자 © 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