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대장경천년 특별드라마 ‘무신’ 열풍

드라마 ‘무신’은 고려 무신정권과 강제징용에 반발한 스님들의 갈등에서 출발한다. 사진은 극중 흥왕사에서 최우가 스님들과 경내를 포행하는 모습.  사진제공 iMBC

MBC 대장경 천년 50부작 특별기획드라마 ‘무신’. 고려시대 노예의 신분에서 무신정권 최고 권력에까지 오른 실존인물 김준의 일대기를 통해 역사상 가장 넓은 영토를 가졌던 몽고에 맞서 필사항전을 벌였던 고려 무인들의 삶과 사랑을 그렸다.

무인들의 치열한 권력투쟁, 운명을 거스른 주인공의 영광과 몰락, 60년에 걸친 대몽항쟁 등을 통해 고려시대 민족혼을 새롭게 되살려내겠다는 것이 제작진의 포부다. 약 250억원의 블록버스터급 제작비를 통해 완성도 높은 세트 제작과 수준높은 무술 액션에 공을 들였다. 볼거리 많은 초대형 액션사극으로 드라마 역사상 길이 남을 역작이다.

<고려사>와 <고려사절요>에 나온 인물열전을 바탕으로 구성한 ‘무신’은 실존 인물을 주인공으로 하는 만큼 최씨 무신정권과 대몽항쟁, 대장경 조성 등 역사적 사건과 인물들이 핵심 소재로 등장한다. ‘용의 눈물’ ‘야인시대’ ‘태조 왕건’을 쓴 이환경 작가가 극본을 썼고 연출은 ‘로드넘버원’의 김진민 PD가 맡았다.

드라마 ‘무신’의 주인공과 제작진. 왼쪽부터 김준의 라이벌 역을 맡은 최양백(박상민씨), 김준(김주혁씨) 김진민 PD, 이환경 작가, 송이(김규리씨), 최우(정보석씨).

◇주인공 김준, 유년시절 보낸 축령사, 해인사서 촬영

이야기는 고려 무신정권과 강제 징용에 반발한 스님들의 갈등에서 출발한다. 고려를 호령하던 도방(무신정권의 사병집단)의 주인 최충헌은 스님들을 닥치는대로 잡아들이기 시작하고 김준은 수백명의 스님들과 함께 도방에 끌려온다.

오래전 최충헌 일가로부터 도망친 노예의 아들이었던 김준은 처형될 위기에 처해지나 위기의 순간 최충헌의 손녀이자 최우의 딸 송이의 눈에 들면서 목숨을 구하고 공역장으로 보내진다. 그러나 김준이 공역장에서 목숨을 건 격구대회에서 살아남아 권력의 중심부를 향해가는 과정을 따라간다.

‘고려사’ ‘고려사절요’ 속 실존 인물 바탕

무신정권 대몽항쟁 대장경조성…60년史 그려

250억원 블록버스터…전국 사찰 촬영무대로

드라마 ‘무신’의 주인공 김준. 그는 갓난아기 때부터 축령사라는 암자에서 ‘무상’이라는 법명을 받아 스님으로 살았다. 그곳에서 스승인 수법스님과 행복한 나날을 보내며 심신수련에 매진했다. 하지만 자신들의 정권에 반기를 든 스님들이 못미더운 무신정권은 전국 사찰을 돌아다니며 위협을 가했다.

그 기세는 김준이 살고 있는 깊은 산 속, 축령사에까지 미쳐 온 고을을 헤집어 놓기도 했다. 드라마 속 축령사는 아름다운 풍광과 더불어 고즈넉한 사찰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축령사의 배경이 된 곳은 해인총림 해인사다.

가야산을 뒤로하고 매화산을 앞에 두고 있어 그 웅장한 모습과 주변 경관이 경이로울 뿐 아니라 송림과 산사가 어우러져 연출하는 설경은 보는 이로 하여금 탄성을 자아낸다. 또한 장경각에 모셔져 있는 팔만대장경은 TV드라마 최초로 ‘무신’을 통해 공개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김준이 축령사(중원미륵사지)에서 동료들과 수벽대결을 펼치는 모습. 그 뒤에 석조불상이 지켜보고 있다.

◇고려 최고 권력자 최우의 거처는 직지사 천불선원

최충헌이 ‘스님들의 난’에 의구심을 품고 아들인 최우와 최향을 비롯한 모든 수하들을 자신의 집으로 불러들이는 장면도 사찰에서 촬영됐다. 거대군사들이 도열한 위풍당당한 위용을 자랑하는 고려시대 막부 최고 권력자 최충헌의 집은 김천 직지사에서 찍었다.

직지사 천불선원이다. 제작진은 “직지사는 1600년 동안 수많은 고승대덕을 배출한 사찰로 직접 불교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템플스테이도 열리고 있으니, 고려 무신의 숨결을 느끼고 싶다면 한번쯤 방문해도 좋은 사찰”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어린시절부터 암자 축령사에서 무상스님으로 살았던 김준은 어느날 큰 불상이 내려다보이는 마당에서 동료들과 봉술과 수벽대결을 펼쳤다. 김준이 화려한 봉술과 수벽 실력으로 강한 매력을 뽐낸 이 곳은 충주 중원 미륵사지다.

고려 전기에 조성된 석조불상이 있는 사찰로 현재 사지 일대에 대형 건물지를 비롯해 고려시대 관련 유적과 유물들이 많이 남아있다. 이 중 석불입상과 오층석탑은 고려시대 지방의 전형적인 양식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끌었다.

MBC 대장경 천년 50부작 특별기획드라마 ‘무신’의 홍보포스터.

◇사랑하는 월아의 시신을 태우고 “큰스님, 월아가…”

매회 쏟아지는 ‘무신’의 주옥같은 대사들에 시청자들의 뜨거운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최충헌은 서서히 야심을 드러내기 시작한 최향과 치열한 후계자 경쟁을 해야 하는 최우에게 ‘너무 맑은 물에는 물고기가 꼬이지 않는 법’이라고 따끔한 한마디를 던졌다.

또 최충헌은 한가하게 장기나 두는 뒷방 늙은이처럼 행동하면서도 “네가 장군 할 깜냥이 되느냐”는 등 자신이 죽는 날만 기다리며 눈치보기 바쁜 수하들에게 냉철하면서도 직선적인 대사들을 던지며 드라마의 재미를 더해주고 있다.

김준과 월아의 가슴아린 대사도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터뜨렸다. 월아는 김준과의 결혼을 앞두고 그들을 시기하는 이에게 겁탈을 당하고 그 수치심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유년시절부터 절에서 함께 자란 김준과 월아는 사찰을 배경으로 동화처럼 순수하고 아름다운 사랑을 싹틔웠다.

그러나 월아의 죽음 앞에 선 김준은 월아의 시신을 말에 태우고 스승이 있는 흥왕사로 향했다. 날이 밝아서야 도착한 흥왕사에서 김준은 외친다. “큰스님, 월아가 왔습니다. 월아가 왔습니다…”

이번 ‘무신’의 집필을 맡은 이환경 작가는 그동안 ‘용의 눈물’, ‘야인시대’ 등 굵직굵직한 작품들을 성공시킨 인기작가다. 이 작가는 ‘무신’을 쓰기 위해 10년을 기다려왔다. “작가는 쓰고 싶은 걸 쓸 때 가장 행복하다”는 그는 “삼별초의 정신을 담아보기 위해 기획한지 10년이 넘었다”며 “김준이란 인물이 황제에 버금가는 정권을 손에 쥐는 과정이 매우 흥미로웠고 그게 사실이란 점이 놀라웠다”고 말했다.

이 작가는 또 “전체적인 통사에 의존해서 상당히 정확성을 기해서 쓰고 있다”며 “남자와 국가란 무엇인가라는 뚜렷한 명제를 사실을 바탕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픽션과는 전혀 다른 재미와 감동을 준다”고 밝혔다. 

■ 실제 스님이 아닐까…오영수 강신일 ‘공력’

‘무신’에는 많은 스님들이 출연한다. 실제 스님이 아닐까 할 정도로 스님과 어울리는 배우도 눈에 띈다. 네티즌 사이에 종종 ‘진짜 스님 아님?’이라고 회자되기도 하는 이가 바로 수기스님으로 분한 오영수 씨다.

1963년부터 연극배우로 활동해온 오 씨는 지난 2003년 영화 ‘동승’에서도 큰스님 역할을 잘 소화해냈다. 당시 오 씨는 본지와 인터뷰에서 “절에도 많이 다니고 절친하게 지내는 스님들도 많다”며 “극쟁이들 맘속엔 당연히 부처님이 살아계신다”고 말하기도 했다.

수기스님은 수기(守其)대사로 알려져 있는데 팔만대장경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대장경의 목록작성과 판본비교와 같은 교정을 담당했던 스님이다. 일련의 작업 과정을 일일이 기록으로 남겨 총 30권의 <교정별록(校訂別錄)>이라는 책을 저술했다.

드라마상에서도 수기스님은 대장경의 발행 의의와 그 필요성에 대해 구구절절 설명해주는 장면들이 많이 보인다. 스님은 당시 대장경 제작의 총책임자로서 중도의 입장에서 경율론의 어디에도 치우치지 않고 고르게 대장경의 내용이 될 목록을 작성했고 빼어난 학식을 바탕으로 학문의 중도적이고 객관적 입장에서 대장경을 조성했던 인물이다. 암울한 시대에 대장경을 통해 국심을 모아 뿌리부터 애국심을 다져가고 있는 ‘무신’에서 수기스님의 활약은 드라마의 백미로 돋보였다는 평가다.

오영수 강신일 박해수 등 스님역 명품연기 명대사

네티즌 사이에 수기스님, “진짜 스님 아님?” 회자

이환경 작가 “무신을 쓰기 위해 10년 기다렸다”

연극무대와 스크린을 오가며 맹활약중인 배우 강신일은 일찌감치 깨달음을 얻어서 세상에 걸림이 없는 고승, 수법스님 역을 선보였다. 어린시절 김준을 거두어 키우며, 그가 훗날 뛰어난 무술실력과 깊이있는 전략을 꾀할 수 있는 ‘무신’으로 성장하는데 큰 밑거름을 쌓게 해주는 역할이다.

‘무신’에는 ‘꽃미남 스님’도 등장한다. 반짝이는 눈빛과 웃음기 가득한 인상으로 김준에게 무술을 알려주던 금강스님이다. 김준을 능가하는 존재감으로 떠오른 금강스님은 신인배우 박해수가 분했다. 금강스님은 스님 출신의 장수로서 몽장 살례타이를 죽였던 실존 인물이다. 몽고와의 싸움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치며 김준과 함께 최고의 무사로 거듭나는 핵심인물이다.

박해수는 연극 ‘더 코러스-오이디푸스’, ‘됴화만발’ 등 다수의 뮤지컬과 연극을 통해 연기를 인정받은 베테랑 연기자. 연극 ‘됴화만발’에서 무사로 등장하는 모습을 본 김진민 감독에 의해 캐스팅, ‘무신’을 통해 드라마에 데뷔했다.

그는 “촬영하면서 김준 역의 김주혁 씨와 덕삼 역의 전제혁 씨가 많이 도와줬고 특히 수법스님 역의 강신일 씨가 같은 스님으로 많은 도움을 주었다”며 “부모님이 ‘무신’의 열혈 팬이다. 박씨 집안에 경사 났다고 좋아하신다”고 말했다.

[불교신문 2817호/ 5월1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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