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조 지음/ 민족사
방대한 분량에 기피해 온 <화엄경>도 이제 포켓판으로 읽을 수 있게 됐다. ‘왕초보시리즈’로 나온 책은 동아시아 불교국가의 바탕인 대승불교사상을 계통별로 파고든다. 사상적 핵심인 반야와 유식사상을 통해 싹튼 여래장사상을 간결하게 이해하면서 화엄의 우주관으로 들어가는 길목을 정확하게 제시한다.

중국선사상을 형성한 기반이며 대승불교 세계관에 대한 완성판으로서 고대국가의 통치이념 형성까지 막대한 지위를 갖춘 화엄사상은 일반인의 접근에 두려움을 안겨줬었다. 그런 반면 사상사적으로 동양사상의 강력한 조류를 형성하면서 화엄불교의 가르침은 기존의 노장사상과 그 밖의 전통적 사고방식을 원만하게 회통시켜서, 동양인 특유의 관용적인 심성을 함양시키기도 했다.

정병조 교수(금강대 총장)의 접근은 방대한 <화엄경> 세계를 기초부터 차근차근 짚어주며 <도표>로 복잡한 사상적 기류를 요약 전달하고 있다.

중국 선사상 형성한 ‘기반’…대승불교 세계관 ‘완성판’

전통사고 원만하게 ‘회통’…동양 특유 관용적 심성 함양

‘화장세계품’의 설명에서 보면, 일단 경문 내용을 요약해 싣고, <도표>를 통해 10개의 세계종으로 둘러쳐진 ‘화장(華藏)세계’를 쉽게 다가갈 수 있게 풀이했다. 또 ‘비로자나품’의 수행 공덕에 대한 해설은 ‘설법의 주체’ ‘삼매’ ‘내용’ 등의 항목으로 간결하게 도표화했고, ‘제1회 설법’에 대한 <60화엄경>과 <80화엄경>간의 판본 차이를 품별 내역을 더해서 도표로 간략하게 정리했다.

그만큼 선재동자와 함께 떠나는 화엄 세계는 가벼워진다. <화엄경>에서는 부처님이 직접 법을 설하지 않고 보살들이 삼매에 들어 있다가 부처님의 지혜광명을 받아서 대신 문수보살, 보현보살 등 보살들이 법을 설하는 구조이다. 기존의 다른 경전에서는 부처님이 직접 법을 설하는데, 그와 비교한다면 독특한 구성이다.

각 품의 내용 접근도 내용 특성으로 대별했다. 6품까지의 첫 번째 설법을 ‘부사의(不思議)한 믿음’ 항목으로 분류하고, 보광명전의 설법은 ‘변치 않는 믿음과 지혜의 열 가지 설법’으로 대별해 ‘여래명호품’부터 ‘현수품’까지 해설을 묶었다.

선재동자의 구도여정이 담긴 ‘승수미산정품’ ‘수미산정상게찬품’ ‘십주품’ ‘범행품’ ‘초발심공덕품’ ‘명법품’ 등 6품은 ‘수미정상회 도리천궁의 6품’이란 제목아래 ‘진여의 세계에 머무는 미묘한 열 가지 설법’으로 대별됐다.

   
계환 선사가 <대방광불화엄경요해>를 계통별 도해로 그린 ‘현수시의교판도’.
이어 ‘야마천궁회의 10행 설법’은 ‘굳센 서원과 실천행을 위한 열 가지 법문’으로 대별화됐고, ‘도솔천궁의 10회향 설법’은 ‘중생과 보리, 진리에 대한 회향의 법문’으로, ‘타화자재천궁의 설법’은 ‘10지(十地) 설법’ 항목에서 ‘십지품’의 10현 6상을 풀이하고 있다.

그리고 ‘등각 묘각의 법문’ 내용은 ‘보광명전에서 재차 설법 함’의 항목으로 들어가, ‘십정품’부터 ‘여래출현품’까지 11개 품을 설명하고 있다. 마지막 ‘이세간품’과 ‘입법계품’은 ‘보살도의 총결’과 ‘급고독원의 설법’으로 각각 설명됐다.

화엄의 세계, 곧 화엄법계는 흔히 ‘사사무애관(事事無碍觀)’로, ‘사물과 사물 사이에 걸림이 없다’로 압축되는 마음의 세계이다. 경의 부처님은 비로자나불이고 ‘광명이 닿지 않는 곳 없이 두루하고 가득하여 시간과 공간을 모두 비춘다(광명편조, 光明遍照)’라는 뜻이다.

<60화엄경>을 기준으로 1부는 1품 ‘세간정안품’부터 33품 ‘이세간품’까지이고 2부는 ‘입법계품’ 한 장이 담겼고, <80화엄경>은 39품으로 7처9회에 ‘보현행원품’을 넣어서 전체 40품이다.  

[불교신문 2814호/ 5월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