④ 제1회 익산 심곡사 떡목음악회 현장


심곡사에서 열린 첫 떡목음악회의 특설 무대.

봄비 주룩주룩…예정대로 리허설 / 오후 1시

“제발 비가 그쳐줘야 할텐데 걱정입니다. 뜻 깊은 공연이 비 때문에 차질을 빚어서는 안되지요.” 지난 21일 익산 심곡사에 위치한 떡목공연장. 음악회를 2시간 앞두고 이른 아침부터 내리기 시작한 굵은 빗줄기는 멈출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스텝들은 궂은 날씨로 인한 공연차질에 노심초사하면서도 막바지 준비를 위해 부산히 움직였다. 무엇보다 무대의 안전사고에 각별히 신경 쓰는 모습이 역력했다. 무대 위에는 출연진을 위한 천막이 설치되고 무대 좌우측 대형 스피커에는 빗물방지를 위한 비닐이 씌어졌다.

“아, 아, 마이크 시험 중입니다. 출연진들은 리허설 준비를 해주시길 바랍니다.”

잠시 후 리허설이 시작됐다. 같은 시간 공연장 입구. 자원봉사자들이 음악회를 알리는 전단지를 나눠주며 동참을 독려했다. 하지만 공연시간이 점점 가까워질수록 잠시 가늘었던 빗줄기가 다시 굵어지고 있었다. 잠시 후 객석 곳곳으로 우비를 나눠주는 자원봉사자들이 분주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월주스님도 이날 음악회에 참석했다.

정정렬 명창 추모하며 개회 / 오후 3시

음악회의 시작을 알리는 안내멘트가 흘러나왔다. 공연장 주변에 있던 관객들은 서둘러 좌석에 앉았다. 당초 우려와는 달리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객석은 어느 새 하나 둘 채워지기 시작했다.

그 시각 지구촌공생회 이사장 월주스님에 이어 제17교구본사 금산사 주지 원행스님도 공연 관계자들의 안내를 받으며 자리를 함께 했다. 사회를 맡은 개그맨 박범수 씨가 월주스님을 소개하자 음악회에 참석한 사부대중은 일제히 합장 반배의 예를 올렸다.

이한수 익산시장과 박종대 익산시의회의장 등 각 기관장과 주요 내빈들도 차례로 소개됐다. 심곡사 주지 화평스님은 관객들을 향해 인사말로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화평스님은 “심곡사는 근세 오명창의 하나로 국창의 칭호를 받았던 정정렬 명창이 떡목이라는 한계를 딛고 득음을 했던 곳”이라며 “이번 음악회에는 전통문화 계승자뿐만 아니라 이 시대 서민들의 마음을 위로하는 다양한 대중예술인들도 함께했고, 참석하신 여러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월주스님의 격려사가 이어졌다. 월주스님은 “이번 떡목음악회는 어려운 시기에도 전통문화를 고수하고 발전시켜온 명창 정정렬 선생의 업적을 기리고 계승하고자 마련된 예술축제”라면서 “판소리의 예술정신을 본받아 다양한 대중예술이 결합하는 문화축제로 자리매김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한수 익산시장과 박종대 익산시의회의장도 축사를 통해 “떡목음악회가 우리 지역 출신으로 근대 판소리 5대 명창 가운데 한 분인 정정렬 명창을 추모하고 명실상부한 국악의 본고장으로 자리매김하는 소통구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구성진 가락의 남도의 소리를 뽐내는 소리꾼들.

남도의 소리가 바로 이 맛! / 오후 4시

이날 음악회의 첫 무대는 익산시립풍물단이 연주하는 우리가락으로 막이 올랐다. 북과 꽹과리, 장구 등 각종 사물악기들이 내는 특유의 소리가 쏟아지는 빗줄기를 가르며 신명나게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궂은 날씨 속에서도 관객들은 출연진들이 무대에 설 때마다 열띤 환호성과 박수를 보냈다.

두 번째 순서는 임화영 명창과 제자들이 무대에 올라 성주풀이와 진도아리랑 등 신명나고 구성진 남도 가락으로 흥을 돋웠다. “낙양성 심리허에 높고 낮은 저 무덤은 영웅호걸이 몇몇이며 절대가인이 그 누구냐 우리네 인생 한 번 가면 저기 모양 될 터이니. 에라 만수 에라 대신이야…”

이어 객석으로 정정렬 선생의 계보를 잇는 김여란 명창의 제자인 최승희 씨가 무대에 올라 관객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올해로 76세인 최승희 명창은 이 자리에서 “선생님은 매우 창의적이고 진취적이셨으며 선생님의 판소리는 소리의 구석구석을 파고 드는 것과 같은 느낌”이라고 선생을 회고했다.

이날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전종건 씨가 펼치는 한량무. 풍류를 즐기는 양반의 건들건들한 몸짓에 객석에선 환호와 함께 갈채가 쏟아졌다. 중요무형문화재 제27호 예능보유자이며 이매방 춤 전수자인 그는 멋진 춤사위를 펼쳐 보이며 관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궂은 날씨에 자원봉사자들의 노력봉사가 큰 힘이 됐다.
이어 최승희 명창의 딸인 모보경 명창이 무대에 올라 ‘춘향가 중 이몽룡과 춘향모 상봉대목’을 구성진 가락에 실어 토해냈다. 지난 2000년 전주대사습 판소리 명창부 장원을 거머쥔 그는 지난 2009년 국립극장에서 열린 정정렬제 ‘춘향가’를 6시간에 걸쳐 완창한 주인공이다.

이어 SBS '스타킹‘에 출연, 3연승한 것을 비롯해 2008년 춘향국악대전 초등부 최우수상, 2009 목포 판소리 학생전국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하는 등 국악신동인 박성열 군이 ‘흥부가’를 부르자 객석 여기저기선 환호와 함께 박수가 쏟아졌다.

자녀와 함께 음악회를 찾았다는 주부 정미라(43)씨는 “당대 최고의 소리꾼인 정정렬 명창에 대해 매스컴을 통해 알게 됐다”며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귀감이 될 수 있는 이런 음악회가 내년에도 계속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익산시에 거주하는 배성재(50)씨도 “우리 지역 사찰에 이런 훌륭한 공연장이 생겨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정정렬 명창을 기리는 뜻 깊은 공연이 많이 생겨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트로트도 빠질 순 없어 / 오후 5시

2부의 첫 무대는 ‘당신은 나의 운명’으로 지난 1987년 가요계에 데뷔한 가수 하윤주가 꾸몄다. 하윤주는 이날 무대에 올라 당신은 나의 운명 외 다수의 곡을 관객들에게 선사했다.

이어 2011년 5월 ‘중독’이라는 타이틀곡으로 국내 가요시장에 등장한 4인조 그룹 ‘THE BEST’가 무대에 오르자 젊은층의 관람객들은 일제히 환호했다. 평소 탄탄한 가창력과 화려한 무대의 퍼포먼스로 인정받고 있는 그룹답게 음악회의 분위기를 한층 고조시켰다.

우비를 입고 객석을 가득 메운 불자들의 모습.

벚꽃 흩날리는 마지막 피날레 / 오후 6시

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은 음악회가 끝날 때까지 자리를 떠나지 않고 객석을 지켰다. 이날 음악회의 대미는 가수 윤태규가 장식했다. 윤태규는 이날 ‘마이웨이’와 ‘희망가’를 차례로 들려주며 관객과 마지막 무대를 함께 했다. 그 시각 공연장 주변엔 흐드러지게 만개한 벚꽃이 바람에 흩날리면서 환상적인 무대를 연출했다.

무대 뒤 스텝들은 관객들의 안전한 귀가를 위해 질서 유지에 힘쓰는 한편 노약자나 어린이들을 우선적으로 배려하는 세심함도 보였다.

행사 종료 후 만난 주지 화평스님은 이번 음악회에 대한 애정을 다음과 같이 유감없이 드러냈다.

“포교는 곧 부처님의 말씀을 전하는 것이고 문화 또한 하나의 포교의 일환입니다. 포교도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심곡사는 젊은 세대를 아우르는 문화포교 도량으로 거듭났으면 좋겠습니다.

이를 위해 심곡사 일원에 예술인을 위한 공간을 만드는 문화불사를 추진할 계획입니다. 특히 1년에 두 차례 정기적인 음악회를 기획, 문화가 흐르는 도량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국악을 비롯해 클래식, 재즈까지 현대와 전통의 경계를 넘나들고 세대와 계층을 뛰어넘는 그런 음악회 말입니다.”

[불교신문 2812호/ 4월2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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