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등회 무형문화재 지정, 무엇이 달라지나

통일신라시대부터 불교계가 전승 보존해 온 연등회가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됐다. 연등회의 문화재적 가치를 인정받았을 뿐만 아니라 세계유산 등재 추진도 가능해졌다. 사진은 서울 종로에서 펼쳐진 부처님오신날 제등행렬. 불교신문 자료사진
통일신라시대부터 불교계가 전승 보존해 온 연등회(燃燈會)가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됐다. 지난 1월27일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 무형문화재분과(위원장 임돈희) 1차 회의에서 문화재로 지정예고 된 뒤, 3월30일 열린 2차 회의에서 중요무형문화재 지정이 최종 확정됐다.

그동안 전통 재현 및 고증 부족을 이유로 지정이 부결되거나 보류되기도 했지만 철저한 검증과 문화재 지정을 위한 불교계의 노력에 힘입어 연등회가 전통성과 역사성을 보유하고 있는 무형유산임을 문화재위원회에서도 연등회의 가치를 인정한 것이다.

연등회는 통일신라시대부터 행해진 불교행사이자 민간축제로 불교와 토착신앙이 융합된 전통문화로 발전했으며, 시대의 변화에 따라 새로운 모습으로 창조돼왔다. <삼국사기>나 <고려사>, <동국세시기> 등 문헌에는 이 같은 연등회의 특징이 잘 나타나 있다. 불교를 국교로 숭상했던 고려시대에는 연등회가 국가적 차원의 불교의례로 법제화됐다.

또한 연등회는 단순한 종교적 기능만을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 구성원들의 연대감을 재확인하고 고취시키는 사회통합의 기능까지 담당하는 국가적인 축제였다. 조선시대에도 개인적인 복덕을 기원하는 4월 초파일 연등회는 중요한 불교행사로 성행했으며, 근대에도 불교의례로서의 전통과 민간 축제로써의 성격을 동시에 갖고 발전해왔다.

중요무형문화재로 위상 강화

세계유산 등재 추진 가속화 전망

보조금 및 경비 지원 가능해져

연등회의 중요무형문화재 지정은 단순한 문화재 지정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 연등회의 문화재적 가치와 불교계의 보존 노력이 권위 기관인 문화재위원회로부터 공인받은 것이며, 앞으로 연등회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됐기 때문이다.

특히 세계유산 등재를 위해 필요조건인 중요무형문화재 지정이 이뤄져 연등회의 세계유산 추진이 한층 탄력을 받게 될 전망이다.

조계종 총무원 문화부(부장 진명스님)는 지난해 연말부터 등재 신청을 추진해왔으며, 문화재청은 지난 3월30일 “연등회를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 신청했다”고 밝혔다.

인류무형유산 신청은 통일신라시대 이후 불교계가 전승, 보존해 온 연등회가 국가를 대표하는 축제로 자리매김한 점이 고려돼 등재 신청으로 이어졌으며, 문화체육관광부와 문화재청도 연등회의 세계유산 등재를 적극 추진하겠다는 뜻을 나타내면서 이뤄지게 됐다.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됨에 따라 연등회가 갖는 위상도 한층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연등회의 보존, 전승이 불교계 주도로 이뤄졌던 것에서 앞으로는 제도적으로 연등회의 보존, 전승이 체계화되고 국가적 차원의 보존 노력도 가능해졌다.

‘국가는 전통문화의 계승과 발전을 위하여 중요무형문화재를 보호ㆍ육성하여야 한다’고 명시돼 있는 문화재보호법 제41조에 따라 연등회의 가치가 법적으로 규정되었을 뿐 아니라 또 제51조 4항에 따라 연등회의 보존을 위한 보조금 및 경비 지원도 가능해졌다.

이에 대해 성보보존위원회 위원 김용덕 한양대 교수는 “진작 무형문화재로 지정됐어야 했는데 늦은 감이 있다”면서 “국가 차원에서 연등회의 보존 노력과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앞으로 세계유산으로 등재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 연등회 세계유산 등재 추진 절차는…

중요무형문화재 지정으로 국내 절차 마무리

사무국 검토 → 위원회 심사 → 심의 후 결정

연등회의 중요무형문화재 지정에 따라 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제도적 기반이 마련됐다. 그동안 불교계는 물론 문화체육관광부나 문화재청에서도 이미 연등회의 세계유산 등재 추진의사를 밝힌 바 있으며, 조계종도 유네스코와 연등회의 세계유산 등재를 위해 협력하기로 하는 등 세계유산 추진 노력은 활발히 전개돼 왔다.

연등회의 중요무형문화재 지정으로 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선결조건이 충족되면서 그동안 지연돼 왔던 세계유산 등재도 다시금 속도를 낼 전망이다.

무형유산 등재 절차는 무형유산협약에 가입한 각국 정부가 유네스코에 긴급보호무형유산목록 또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 등재 신청서를 제출하면서 시작된다. 무형유산 등재 여부에 대한 최종결정은 매년 11월경 개최되는 유네스코 무형유산위원회에서 확정된다.

등록 절차는 국내 절차와 국제 절차로 구분된다. 국내 절차는 문화재청과 문화재위원회의 심의이며, 국내 절차를 통과해야 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잠정목록에 이름을 올릴 수 있다.

이후 유네스코에 신청서를 제출할 수 있다. 유네스코에 등재를 신청하면 사무국의 사전검토에 이어 NGO와 전문가들에 의한 평가, 유네스코 국제심사위원회 심사, 최종심의, 유네스코 사무총장 선언 등의 절차를 거치게 된다.

등재를 위해서는 △무형유산협약 제2조에서 규정하는 무형문화유산에 부합할 것 △대표목록 등재가 해당 유산의 가시성 및 중요성에 대한 인식 제고, 문화간 대화에 기여할 것 △신청유산에 대한 적절한 보호 조치가 마련되어 있을 것 △관련 공동체, 집단, 개인들이 자유롭게 사전 인지 동의하고 가능한 최대한 폭넓게 신청과정에 참여할 것 △신청유산이 당사국 무형문화유산 목록에 포함되어있을 것 등의 등재요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 부처님오신날 연등 소재 한시

“도성 사람 천백 등불로 소망 기원하네”

부처님오신날 연등을 밝히는 것은 민족 고유의 아름다운 풍속이다. 선조들은 초파일 관등 행사와 관련된 다수의 문학작품을 남겼다. 이는 부처님오신날이 불자들만의 행사가 아니라 백성이 함께한 ‘축제’였음을 보여준다. 초파일과 관등 등을 소재로 한 한시(漢詩)를 한국고전번역원 자료를 참고해 소개한다.

시절은 사월인데 나무들이 놀처럼 붉어라 天時四月樹如霞(천시사월수여하)/ 하룻밤 등 다는 곳이 그 몇만 집일런고 一夜燃燈幾萬家(일야연등기만가)/ 그윽한 집엔 아득히 댓잎이 환하고 深院迢迢明竹葉(심원초초명죽엽)/ 높은 간대의 곳곳엔 연꽃이 피었도다 高竿處處出蓮花(고간처처출련화)/ 산하는 환히 밝아서 저녁이 대낮 같고 山河照耀夕如晝(산하조요석여주)/ 가고 소리 들레어라 사람은 삼대처럼 서 있네 歌鼓喧騰人似麻(가고훤등인사마)/ 비로소 태평성대 즐거운 일 많음을 알았기에 始識太平多樂事(시식태평다악사)/ 누수 소리 오경이 지난 것도 깨닫지 못했구려 漏聲不覺五更過(루성불각오경과)

 <춘저록(春邸錄)>

석가 부처님 생신이 사월 초파일이라 佛祖生辰四八日(불조생신사팔일)/ 도성 사람들 천백 등불로 소망을 기원하네 都人發願千百燈(도인발원천백등)/ 배꽃 같은 밝은 달밤에 내 취해 돌아가노니 明月梨花吾醉去(명월리화오취거)/ 인간의 망상이야 어찌 꿈엔들 지닐쏜가 人間妄想夢何曾(인간망상몽하증) 

<사가시집(四家詩集)>

서울 성중 백만 집에 長安城中百萬家(장안성중백만가)/ 밤새껏 켜놓는 등불이 노을처럼 환하구나 一夜燃燈明似霞(일야연등명사하)/ 삼천 세계가 온통 산호수요 三千世界珊糊樹(삼천세계산호수)/ 24교가 어디나 연꽃 二十四橋芙蓉花(이십사교부용화)/ 동쪽 거리, 서편 저자가 모두 대낮 東街西市白如晝(동가서시백여주)/ 좋아라고 뛰는 애들 잔나비보다 더 빠르네 兒童狂走疾於(아동광주질어유)/ 북두성 기울도록 등을 아니 거우니 星斗闌干爛未收(성두란간란미수)/ 황금 다락 앞에 새벽 누수 재촉하네 黃金樓前催曉漏(황금루전최효루) 

<동문선(東文選)>

정리=이성수 기자


■ 연등회 중요무형문화재 지정 경과

2007년 7월9일  연등회 중요무형문화재 지정계획 수립

2007년 10월12일  <연등회 학술보고서> 발간

2008년 4월18일 ‘연등회의 역사와 전통’ 주제 학술토론회 개최

2009년 1월13일   중요무형문화재 지정신청서 제출

2009년 4월25일~26일   문화재청 조사위원단 현장조사

2009년 7월10일   문화재위원회 무형문화재분과 중요무형문화재 지정 부결

2009년 9월25일 ‘연등회의 문화재적 가치와 한중일 연등축제의 비교’ 국제학술대회 개최

2010년 12월2일   연등회 전통성 규명을 위한 특별 좌담회

2011년 4월4일   연등회 중요무형문화재 지정신청서 2차 제출

2011년 5월7일   문화재청 조사위원단 현장조사

2011년 7월8일   문화재위원회 무형문화재분과 중요무형문화재 지정 보류

2011년 9월~12월   소위원회 구성 후 1~3차 회의 개최

2012년 1월27일   문화재위원회 무형문화재분과 중요무형문화재 지정 예고

2012년 2월9일   연등회 중요무형문화재 지정 예고

2012년 3월30일   문화재위원회 무형문화재분과 중요무형문화재 지정

[불교신문 2805호/ 4월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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